이 책에서 저자인 니나 사이먼Nina Simon은 문화 기관과 방문자 사이의 갈수록 증가하는 괴리감에 대한 해결책을 방문자의 참여 증진에서 찾는다. “문화 기관이 대중과 다시 연결되고, 그들의 현대적 생활 속에서 자신의 가치와 관여도를 표출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필자는 문화 기관이 관객을 문화적 참여자로 활발히 관여하게 하고 수동성을 벗어나게 이끌어야 한다고 믿는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적인 배움과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즐기고 그에 익숙해져 갈수록 그들은 문화 행사나 기관에서 단순한 ‘참석’을 넘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된다.” 특히 방문자의 이탈은 새로운 소통 기술, 즉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에 의한 것으로써, 문화 기관의 상호작용은 그에 비해 낙후된 것이라 저자는 진단하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물관은 실제 장소와 실제의 사물을 만날 수 있는 곳, 그 어느 곳보다도 전문적 지식이 축적되어 있는 곳으로서 여전히 유효한 매력을 지닌 곳이라고 저자는 낙관한다.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하여, 박물관이 다시 관람자의 삶 속에서 매력적인 곳으로 변해 갈 소통의 방법을 모색해 나가는 것이 “참여적 박물관”이다. ---「옮긴이의 말」중에서
방문자 참여프로그램의 독특한 가치는 실무적으로 현장 적용이 일어나고, 그것이 성공적인 모범 사례가 되어, 계속해서 관람자를 방문하게 하고 선순환을 이루어 내야만 공염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특히, 우리 주위에는 역사박물관과 미술관 외에도 과학관, 어린이박물관, 체험관, 기념관 등 수많은 특화된 전시 공간이 이미 존재하거나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전문적인 소장품 확보, 연구나 큐레이팅에 못지않게 대관객 프로그램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으며, 아쉽게도 그러한 특화 기관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는 곳이나 그들이 참조할 만한 자료도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위와 같은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있을 많은 기획자와 독자들을 위한 획기적인 안내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관행적인 전시 기획에 대한 온전한 대안이 된다.
첫째, 수많은 사례를 통해 더 나은 대안을 실무적으로 제시한다. 적지 않은 분량의 텍스트 중 매우 많은 부분이 실제의 기관에서 실행되었던 사례들을 자세하고 꼼꼼하게 분석하는 데 할애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마치 ‘핸드북’과 같이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로 가득하다.
둘째, 전시와 문화 기관의 운영을 전반적으로 아우르고 있다. 저자가 바라보는 기획은 특정 분야의 전문 지식에도, 빼어난 디자인(공간과 전시물 설계를 포함하는)에도 치중되어 있지 않다. 이 책 속의 사례들은 아이디어 착안, 소장품의 확보나 운영, 인터랙티브 방식을 포함한 기구 및 공간의 설계, 외부 단체 및 지역 커뮤니티와의 대화, 내부 직원(자원봉사자로부터 현장직, 정규직, 고위 운영진까지)의 변화, 나아가 문화 기관이 가지고 있는 미션 스테이트먼트의 중요성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문화 기관을 운영하기 위해 포함되는 전방위적인 활동과 모습을 모두 망라하고 있으며, 박물관과 미술관만이 아니라 도서관, 연구소, 교육 프로그램, 이벤트 등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기관의 사례도 풍부하게 언급하고 있다.
셋째, 그렇게 함으로써 이 책은 하나의 전시에 봉사하는 기획자, 디자이너, 현장 관리자, 에듀케이터, 홍보 담당자, 이벤트 기획자, 관리운영자 등 그 모든 이를 위한 참고서가 될 수 있다. 디자인, 역사, 미학 등 기존의 학제 속에서는 다루어지기는커녕 보이지도 못했던 실제 살아있는 문화 기관의 생생한 세부를 다룬다는 점에 있어서, 이 책은 문화기획자를 위한 하나의 완전한 교과서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이 책을 읽는 어떤 세부 분야의 전시 전문가라도 자신의 영역 속에서 관람자를 참여시킬 좋은 아이디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철저하게 목적론이 아닌 방법론을 따른다. 즉, 관람자라는 대상을 한 명의 인격으로 바라보고 그 사람을 어떻게 맞이하고 대해야 할까부터 시작하여(제2장), 사람들을 연결시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대효과와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3장), 전시물을 바라보고 설계하기 위한 방법(4장), 기관의 목적과 조직 문화에 대한 고려(5장) 등을 전반부에서 설명하고, 다음으로 이들을 박물관 정책이나 체계 속에서 다루기 위한 체계적, 분류적 접근법 들을 후반부에서 기술해 나간다(6장~9장). 마지막으로 10장과 11장에서는 평가, 유지관리 등을 다룸으로써 참여가 한 번뿐인 유행의 시도가 아니라 박물관 속에서 지속되고 중심이 되는 운영의 문화가 되도록 만들어 갈 방법까지 모색한다.
문화 기관이 참여적 전시 기술을 적용할 때, 관람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남기면서, 동시에 그것을 더욱 값지고 의미 있는 경험으로 남에게도 선사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개발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의도나 희망 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라, 바로 설계에 관한 질문이다. 그 목적하는 바가 대화이든 창의적 표현이든, 아니면 배움과 창작 작업을 함께하는 것이든, 그것을 증진시키고자 할 때 설계 과정은 단순한 하나의 질문이 될 것이다. 어떤 도구나 기법을 활용해야 원하는 바의 참여적 경험이 생산될 것인가?
전시 기획자들은 다양하게 표현되어 온 이 질문에 대해 방문 경험과 문화 기관의 목표를 기준으로 답해 왔다. 전문가들은 서로 다른 관객을 대상으로 할 때 레이블을 어떻게 달리 작성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어떤 종류의 물리적 인터랙션이 경쟁적인 놀이를 유도하거나 심도 깊은 탐구를 이끌어내는지도 알고 있다. 전문가들은 언제나 정답을 찾아내지는 못할지라도 설계의 결정에 따라 컨텐츠나 체험의 목표가 성공적으로 만족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방문자가 창작하고, 공유하고, 다른 이와 연결하는 참여적 체험을 개발하려 할 때도 같은 설계적 사고방식이 적용된다. 전통적인 설계와 참여적 설계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관과 사용자 간의 정보의 흐름을 관장하는 설계 기법의 차이이다. 기존의 전시와 프로그램에서는 기관이 방문자에게 컨텐츠를 제공하여 그들로 하여금 소비하게 하였다. 전시 기획자는 컨텐츠의 일관성과 높은 품질을 유지하며 모든 방문자가 그 관심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신뢰할 수 있는 우수한 경험을 가져갈 수 있게 함에 중심을 두었다.
이에 반해, 기관의 참여적 프로젝트에서는 다방향적인 컨텐츠 경험을 지원한다. 기관은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며 서로 다른 사용자가 컨텐츠 창작자, 배급자, 소비자, 비평가, 그리고 협력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결시킨다. 이것은 기관이 방문 경험의 일관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 대신, 기관은 방문자들에 의해 함께 제작된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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