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돈을 어떻게 벌면 억만장자가 되는가? 이 세상에는 돈 벌기 위해 돈을 버는 지하경제로 호사를 누리는 부자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문화도, 교육도, 자선도, 눈물도, 국민도, 뜨거운 가슴도 없다. 나는 그런 인간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경멸감을 느낀다. 내가 존경하는 재벌들은 피땀 흘려 이룩한 재산으로 문화예술을 후원하고 자선의 업적을 남긴 인물들이다. 사회 공익에 헌신한 재벌들의 인생을 접하면 나는 인간의 긍지를 느끼게 되고 행복하다.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 가문을 위시해서 록펠러 가문, 로스차일드 가문, 헨리 포드, 구겐하임 가문, 조지 소로스, 도널드 트럼프,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 등, 그리고 그 밖에 수많은 역사적 인물에 눈길이 가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은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긴 문화사회적 거인들의 고난과 좌절, 원대한 이상과 업적, 부와 명예,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 되는 법을 알아야 한다. 그 방법은 무엇인가. 부자가 된 사람의 인생 행로에 그 오묘한 비법이 있다. 재벌들의 전략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재벌 경영은 인간 중심이었다. 최고의 전략, 최상의 경영은 사람의 지략, 상상력, 리더십에서 나왔다. 사람이 최고의 전략이었다. 어떻게 성장해서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친화하고, 어떻게 합심하는가. 이것이 핵심이다. 경영의 요체는 결국 사람이었다. 세계 유수의 재벌그룹 회장과 임직원들은 사람을 쓸 때 모든 절차를 마친 다음 마지막 단계에서 그 사람과 식사를 하며, 매너를 보고, 언어를 살피고, 행동을 본다. 그 뜻은 무엇인가. 사람의 외관을 보고 그 내심을 읽는다는 것이다. 인격을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경영과 인간의 관계는 이토록 복잡하고, 미묘하고, 신비롭다. 재벌들은 그 미로를 헤치고 나가면서 경영의 정상에 도달했다.
재벌들 상당수는 그들이 조성한 막대한 재산으로 인류와 사회 발전에 공헌했다. 물질에 현혹되지 않고, 정신으로 물질을 제압하며, 사회에서 얻은 것을 사회로 돌려보내는 결단, 관용, 미덕을 발휘했다.
돈의 가치 전환은 철학의 힘에 의해서 가능하다. 필자는 이 책을 쓰면서 투자기업가 소로스를 통해 그 사실을 깨달았다. 소로스는 왜 철학 공부에 매달렸는가. 정의롭고 자유로운 민주사회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그 현실적 대안인 ‘열린사회’가 그에게 정의, 이타주의, 자선사업의 길을 열어주었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우물물을 길어 가는 여성에게 세르비아 저격병이 총격을 가한 끔찍한 사건을 전해 듣고, 그는 즉시 5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사라예보 시내에 수돗물을 공급했다. 이 일은 그의 철학적 소신을 알 수 있는 단적인 사례이다. 이 밖에도 각종 교육사업을 벌이고 공산 독재 체제와 싸우는 소로스의 눈부신 활약을 보고 나는 금융과 자선과 철학은 그에게 있어서 통합된 하나의 개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수많은 역사의 변전 속에서 한 인간이 어떻게 재산을 축적해서 재벌이 되었는가를 알려주는 창업 비화를 소개하고, 그 축적된 재산을 어떻게 사회에 되돌려주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대업은 혼자서 이룬 것이 아니었다. 이들의 눈부신 성공에는 항상 함께 일한 사람들?―?가족, 스승, 자문역, 친구, 파트너?―?이 있었다. 재벌들에게는 자신의 재능과 운도 있었지만, 탁월한 인맥이 항상 주변에 깔려 있었다. 이들의 인간관계는 순수했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서로 주고받는 정보와 지혜는 무궁무진 새로운 아이디어에 넘쳐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 원천에서 행운과 돈이 쏟아졌다.
그런 인간관계를 어떻게 구축할 수 있었는가에 관해서는 이들 재벌들의 성공담 속에 그 비결이 있다. 그들은 정력적으로 매일을 충실하게 살았다. 자신으로부터 돈의 흐름을 발생해서 주변을 풍성하게 만들고, 그 여파로 자신의 부가 축적되는 흐름을 따랐다. 자신이 접하는 모든 사람을 기쁘게 만들고 그들과 친하게 지냈다. 호기심, 정열, 애정의 폭이 컸다. 시련과 좌절을 체험하면서도 자신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앞날을 믿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 재벌들은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지배자였다는 사실이다. 성공한 재벌들은 아름답게 살아간다는 생의 철학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것은 무엇이었는가. 그것은 부의 사회적 책임이었다. 사랑과 봉사의 인생이었다.
---「책머리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