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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탑 아이보리

케냐 탑 아이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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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424쪽 | 140*200*30mm
ISBN13 9788929822521
ISBN10 8929822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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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이희경
필명은 '반짝반짝'이다. 출간작으로 『그곳 사막엔 비가 내렸다』,『그는 그녀를 꿈꾼다』,『그녀에게 사로잡히다』,『파랑공주』,『모조, MOJO』,『11074km』,『비밀 연애』,『닥터 지킬 앤 하이드』,『더 하우스(THE HOUSE)』,『목적 투자에 대한 상세 보고서』, 그 외 E-book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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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후아!”
유정은 면접자 대기석에 앉아서 깊은 호흡을 연신 내뱉었다. 하지만 쉽게 진정되지 않는 긴장감에 온몸이 빳빳하게 굳고 바늘방석에 올라앉은 것처럼 머리끝이 쭈뼛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자, 이제부터 3차 면접 시작합니다. 그럼, 2차까지 합격한 접수 번호 순번대로 다섯 명씩! 면접실로 들어가세요.”
면접 담당 직원이 복도 대기석 앞에 서서 차분하게 안내를 하자 해당하는 면접자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결같이 굳은 표정으로 침을 꿀떡 삼켰다. 그 속에서 그녀도 용수철이 튀어 오르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의 옷차림을 정돈했다.
“이쪽으로 따라 들어오세요.”
담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다섯 명씩 짝을 지어 넓은 면접실로 들어갔다.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의 면접실 안에는 넓은 창을 등지고 면접관들이 주르륵 앉아 있었다. 그중의 한 테이블 좌석이 비어 있는 채로 아홉 명의 면접관이 보였다.
“흠, 면접을 시작하기에 앞서 면접관 한 분이 아직 도착하지 않으셨습니다. 공항에서 바로 오신…… 아! 방금 도착했다고 하시네요.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제일 가운데 ‘Envision Factory CEO 김성규’라는 명패가 놓인 자리에 앉아 있던 대표가 양해를 구하려던 중, 비서로 보이는 여자가 빠르게 다가와 무어라 속삭이자 곧장 상황을 정리하듯이 말하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달칵.
곧바로 좌측의 커다란 문이 열렸다. 비서진을 대동하고 들어서는 한 남자를 보면서 유정의 눈이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듯이 화등잔만 해졌다. 그리워하다 못해 보고 싶어서 헛것이 보이나 싶어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손을 들어 눈을 힘껏 비비며 다시 뚫어질 정도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비어 있는 면접관석에 천천히 앉으면서 버릇처럼 하얀 와이셔츠의 소매 단추를 풀어서 걷어 올렸다.
더 팩토리 CFO 김정우.
유정은 그의 자리에 놓여 있는 명패를 바라보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는 것처럼 오감이 곤두서는 느낌이었다. 그 남자의 이름 김정우. 이름도 성도 몰라서 마냥 지켜보기만 했던 그 남자를 지칭하는 이름이 주는 감동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면접 바로 시작합니다.”
그가 군더더기 없는 사과의 인사말을 한 다음 곧장 면접의 시작을 알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면접자의 면면을 스윽 하고 차례로 보다가 유정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한쪽 눈썹을 날카롭게 휘었다. 그런 그의 나른한 행동을 지켜보던 그녀는 제출한 면접 서류 중 자소서 대신에 썼던 ‘요즘 관심사’라는 제목의 프롤로그가 생각났다. 그리고 바로 그 주제가 저 앞에 있는 남자에 대한 적나라한 글이었음을 떠올렸다. 자신도 모르게 ‘헉!’ 하고 소리를 내지르자마자 면접실 내부에 있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확 집중되었다.
“자, 잠깐만요! 그, 그건!”
그가 파일 한 장을 넘기는 순간 그녀는 주변의 시선 따윈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그러나 상황을 수습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었다. 그는 이미 파일을 펼쳐서 첨부 서류를 빠르게 넘기는 중이었다. 곧이어 그의 보기 좋은 입술 한쪽 끝이 쓰윽 하고 올라가면서 피식 웃는 모습이 보였다.
“하아…….”
그녀는 그렇게 쪽팔리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그 입꼬리가 참 보기 좋다는 미친 생각을 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워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긴장 많이 하셨습니까, 고유정 씨?”
그가 유정을 향해 특유의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입술을 통해서 그녀의 이름이 처음으로 불렸다는 사실,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처음으로 예쁜 꽃이라도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네. 조금……. 죄송합니다.”
“일단 앉으세요. 여기에 계신 모든 분 모두가 고유정 씨만큼 긴장하고 있을 겁니다. 그럼 면접하기에 앞서서…… 고유정 씨?”
“네, 네? 아, 네!”
“커피 좋아하십니까?”
면접과 전혀 상관없는 정우의 뜬금없는 질문에 유정의 표정은 어떤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네, 네? 조, 좋아합니다!”
“그래요? Java Jive 커피 맛은 어떻습니까?”
순간 유정은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깜빡깜빡하며 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도대체 질문의 의도는 무얼까?
“더, 더럽게 맛없습니다!”
“큭!”
그녀가 낭랑한 목소리로 냉큼 대답했다. 곧이어 그의 눈매에 보기 좋은 눈웃음이 살짝 피어나면서 툭 터지는 웃음소리가 넓은 면접실에 조용하게 울려 퍼졌다. 그런 그를 보면서 다른 면접관뿐만 아니라, 면접 보러 온 사람들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서 당황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 했다.
“진짜 더럽게 맛없지 않습니까?”
그가 낮은 목소리로 다시 물어보자 그제야 유정은 긴장으로 곤두섰던 머리끝이 차분해지고 온몸에 바늘이 꽂히는 것 같은 두려움이 순식간에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네.”
까맣게 빛나는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가 봄 햇살에 흐드러지는 복사꽃 같은 향기로운 미소로 화답하듯이 활짝 웃었다. 그리고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같은 공감대가 주는 비밀 하나를 작은 보석처럼 심장에 담았다. 당신이 그곳에 있어서 다행이다. 그래서 그녀의 짝사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아니 이제야 제대로 된 시작을 알리는 듯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녀의 짝사랑이 첫사랑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그녀의 첫사랑이 조금 늦은 나이에, 어느 날 저녁 붉은 노을이 창을 물들이는 것처럼 그녀의 가슴에 스며들듯이 기적처럼 찾아왔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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