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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내 인생아

고맙다 내 인생아

최영신 저 | 조선일보사 | 2001년 10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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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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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10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43쪽 | 463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3653263
ISBN10 8973653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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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집 어머니들은 쌀이 떨어지면 크게 걱정하시는데 우리 어머니는 오히려 누룩이 떨어지면 한 걱정을 하셨다. 아버지는 술을 안 하셨지만 어머니는 술을 밥보다 더 좋아하셨다. 쌀이 부족했던 당시는 술을 만드는 것을 법으로 금지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누룩이 떨어지면 방앗간에서 애벌만 찧은 참밀로 누룩을 빚으셨다. 참밀도 여의치 않으면 양조장이 있는 새말 동네로 막걸리 심부름을 시키셨다. 나는 밭을 매거나 타작을 할 때도 언제나 취한 모습으로 일하는 어머니가 싫었다. 다른 집들은 남자들이 술을 마셔서 골치였지만 우리 집은 정반대였다. 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람들을 불러 오리를 잡고 김칫국을 끓여 술판을 벌였다.

사실 어머니가 술을 빚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간식거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술지게미를 퍼다가 사카린을 타 먹으면 맛이 달콤했다. 우리는 정신없이 퍼먹다가 술이 취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노래를 불러대기도 했다.

어머니가 술을 많이 먹기 시작한 것은 당신이 낳은 두 번째 자식인 무웅 오빠가 약을 먹고 자살한 후부터다. 게다가 큰어머니의 소생인 큰오빠가 결혼을 했는데 올케는 어머니를 한 번도 "어머니"라고 부르지 않아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열여섯 자식을 다 품으려 했던 것이 무리한 일이었는지 어머니는 술로 그 썩은 속을 풀어내려 했다.

---

늦게 만나서일까? 아버지는 말없이 어머니를 아꼈고, 억척스런 어머니도 아버지를 존경했다.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한날한시에 가자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누룩으로 술을 빚듯이 술로 스스로의 운명을 빚으셨는지 소주를 마시다 뇌출혈로 돌아가셨다.
-- pp.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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