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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삶는 저녁

국수 삶는 저녁

[ 양장 ] 애지시선-063이동
박시우 | 애지 | 2015년 11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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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1월 13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24g | 125*198*20mm
ISBN13 9788992219617
ISBN10 89922196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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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시우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였다. 1989년 ≪실천문학≫에 집단창작 발표로 활동을 시작하다가 오랜 침묵 후 2009년 ≪리얼리스트≫ 창간호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재개하였다. 리얼리스트100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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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내린다
아내에게 전화 건다
수화기에서 빗소리 들린다
비가 오면 아내는 가늘어진다
빗줄기는 혼자 서 있지 못한다
누군가 곁에 있어야 걸을 수 있다
가늘어진 아내가 국수를 삶는다
빗줄기가 펄펄 끓는다
꽉 막힌 도로가 냄비 안에서 익어간다
빗물받이 홈통에서 육수가 흘러나온다
가로수 이파리들이 고명으로 뿌려진다
젓가락을 대자 불어터진 도로가 끊어진다
지친 아내가 유리창에 습자지처럼 붙는다
빗줄기가 아내의 몸을 베낀다
혓바닥이 아내를 집어삼킨다
---「국수 삶는 저녁」중에서


버스 종점 술집을 우연히 들여다봤어. 젊은 여자가 가랑이 사이로 머리를 처박고, 글쎄 면도를 하고 있었던 거야. 양은 세숫대야에는 해초와 비늘이 한데 엉켜 둥둥 떠 있었어. 햇살이 여자를 향해 한 뼘 한 뼘 문턱을 넘었어.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여자는 비누칠을 하면서 핫, 흐으, 핫, 흐으 하는 소리를 냈어. 깊은 구멍 속에서 나는 짐승 울음 같았지. 현기증이 났어. 건너편 차부집 개눈박이 배차 주임 눈빛이 번들거렸어. 버스 출발 시간은 들쭉날쭉했어. 축 늘어진 가슴을 짤랑이며 안내양들은 투덜거렸어. 술집 앞을 지나가면 묵은 김장독 냄새가 풍겼어. 마당에서 꺼낸 김장독을 물로 부실 때 그 여자 냄새가 났어. 그날 밤 꿈에 여자가 내 아랫도리를 감고 속삭였어.

한 자세로 겨울을 보낸 게 지겹지도 않니?

빨랫줄에 걸린 교복 바지 앞섶이 불룩해졌어. 꽃들이 달의 뒤편에서 할짝할짝 뒷물하는 밤이었어.
---「달의 뒤편」중에서


사람들은 강 건너편을 세월이라고 불렀다.
어린 나는 그 뜻을 잘 몰랐지만
아버지는 강가에 나가 하염없이 건너편을 바라보았다.
그런 날이면 검은 기와집 할아버지는
종일 낡은 서가에서 살았다.
할아버지 침침한 눈이 더듬거리며
열하일기를 펼칠 때
강 건너편에서는 흰 광채가 일었다.

그곳에 다녀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들리는 말에는 거대한 소금왕국이 있었다고 한다.
액체가 고체로 서서히 변하는 신비한 고장,
호기심 많은 아버지는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거센 물살에 그만 정신을 반 놓아버렸다.
할머니는 아버지 이마를 짚어보면서 혀를 끌끌 찼다.
할아버지는 그저 탁, 소리가 나도록
책을 덮을 뿐 미동도 않고
문틈 사이로 쏟아져 들어온 무성한 햇살과
먼지들의 난무를 지켜보았다.

결국 아버지는 할아버지의 영인본이었다.
그해 겨울, 낡은 서가에는 원본이 사라지고
영인본만 홀로 남아 자리를 지켰다.
먼지는 당분간 그를 지켜줄 것이다.
영인본은 속성상 끊임없이 먼지를 그리워하니까.

나는 검은 기와집이 언젠가 흔적도 없이
무너질 것을 믿는다.
밤마다 주문에 걸린 고양이들이
잡풀 솟은 지붕 위를 돌아다니며
식은땀 흘리는 영인본 입 속으로
가느다란 약물 같은 울음을 흘려보낼 때
뜬다, 저 그믐달,
아래서 숨을 헐떡이는 영인본
창백한 김이 피어오르는 우물
헛간에서 예리한 그림자를 끌고 나와
사방을 찬찬히 둘러보는 원전의 도포자락

나는 마당으로 내려앉아 중얼거린다.
이건 한낱 악몽일 뿐이야,
대문에 빗장이 단단히 걸린
검은 기와집,
마당에 갇힌 그믐밤이
고약처럼 응고된다.
---「검은 기와집에 갇힌 그믐밤」중에서


구름의 만찬은 끝났구나. 활엽수들만 스치고 남녘으로 내려가는 단풍은 얼마나 장엄한지 나는 가끔 넋을 잃곤 한다. 그렇지만 안다. 이 짧은 계절 동안 모든 육신은 분주한데 가끔 실성한 자들이 단풍잎에 혀가 잘리는 것을. 어쩌다 공중 가득 날리는 작고 검은 풀씨들과 마주치면 황망히 시선을 거둔다. 그렇다. 가을은 내게 많은 놀라움을 안겨 주었으니 살아 있는 모든 생의 비밀을 단단한 열매로 땅에 떨어뜨리는 햇살을 어찌 탓하랴.

기억하느냐. 지난 봄여름 숨죽여 보내면서 차곡차곡 슬픔을 쌓아둔 억새가 햇살 한 줌에 광채를 띠며 우는 모습을. 들리느냐, 바람에 실려 오는 주군의 낮은 목소리 따라 화답하는 억새의 흐느낌을. 흰머리 산발한 억새는 뉘 집 자손이기에 이리 슬피 우는가. 목이 쉴 즈음 누군가 메마른 가슴팍에 불을 놓으면 주군의 화급한 호명에 억새꽃들은 일제히 하늘로 날아오른다.

약실 가득 노을을 장전한 긴 그림자가 마을을 조준하는 저물녘. 내 뒤에 흉기 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을 때 나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술집의 붉은 주렴을 들추며 사내가 불쑥 자신을 주군이라고 말할 때 두려움도 희망도 아니었다. 막차를 놓친 사내는 오늘밤 억새꽃처럼 몸을 둥글게 말아 내부를 더 황폐하게 만들 뿐.
---「백수광부의 노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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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목청을 가졌지만 이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섬세하다. 섬세할 뿐만 아니라, 고전음악이 가라앉아 고인 감성 세계는 그윽하기까지 하다. 그가 날것의 소리를 내지르고자 해도 서정의 음색을 지우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서 비롯된다. 살짝 비껴나고 어긋나 있다. 그런데 난 이 조합에 적잖이 홀린다. 여기, 목덜미 불그죽죽한 사내가 고운 음성으로 노래 부르며 은단 같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다. 어디서도 만나지 못한 시의 정경이다. 새로운 서정의 진앙이 움실움실 터져 나오는 지경에, 박시우가 서 있다.
- 정우영 (시인)

아주 옛날, 거리에서 ‘만장(輓章)’을 든 시인이었다. 만장을 끼고 드뷔시와 슈만과 김종삼을 아끼던 형을 사랑했다. 혁명과 울분과 술과 음악과 그리고 나른한 퇴폐마저 있는 그의 곁이 편했다. 그로부터 삼십 년. 돌아갈 길 잃은 자처럼, 긴 가뭄 같은 날들, 별들이 눌러앉고 달이 뜨는 백주를 사나운 애인에게 데인 듯, 피맛 본 세상에 진저리친 듯 멀리 떠돌던 그가 이제 집으로 돌아왔다. 군형무소와 부둣가와 작부집과 차부와 아랫목의 열망이 세상공부처럼 남았다. 먼 발걸음을 결코 ‘방황’이라 부르지 않는 살뜰한 그의 ‘시의 집’에서 풍기는 살들의 냄새 느꺼워 삼십 년 만에 제대로 울어본다. 손을 당겨 잡고 묻는다. 왜 이제야 돌아왔는가?
전성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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