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만큼 버리는 것을 좋아한다. 휴직하고 1년간 미국에서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간소한 살림, 단순한 삶을 경험했다. 한국에 돌아온 뒤 단순한 삶을 지속하기 위해 남편 이경주와 함께 ‘자발적 불편’을 실천했다. 현재 [동아일보] 기자. 연세대에서 사회학·심리학을 전공했고 연세대학원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 : 이경주
배우는 것만큼 머리 비우기를 좋아한다. 머리를 비우기 위해 산책을 즐기며, 이 밖에도 자동차 없이 살기, 빌려 쓰기 등을 실천하는 슬로 라이프 지지자다. 아내 우경임과 함께 인생의 고민들을 분류하고 버리면서 삶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서울신문] 기자. 연세대에서 영문학·심리학을 전공했고 동국대학원에서 광고홍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열심히 노력하면 부모님들처럼 내 집 마련하고 자식 교육시켜서 시집 장가보낼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불투명한 미래 앞에서 ‘과연 우리가 부모님만큼 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 p.15
아시아개발은행(ADB)은 “한국은 연평균 경제성장률 4% 이하의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는데 사회 시스템은 여전히 고성장 시대의 모습 그대로”라고 정확히 지적한 바 있다. --- p.20
60년간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어오면서 우리의 가치관과 생활 방식 모두 고성장 시대에 맞춰졌다. 갑작스레 찾아온 저성장 시대를 받아들이기가 힘겨운 것은 당연하다. 익숙한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가 엇박자를 내면서 개인은 불안해졌다. --- p.20
결국 저성장 시대에는 소비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지위를 확인하고 정체성을 부여하던 패턴을 바꾸지 않으면 행복해지기 힘들다. --- p.39
남을 기준으로 살다 보니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얼마를 가졌느냐보다 남이 얼마를 가졌느냐에 남을 기준으로 살다 보니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내가 얼마를 가졌느냐보다 남이 얼마를 가졌느냐에 따라 행복의 수위가 결정되었다. --- p.55~56
고성장 시대에는 어렵게 시작하더라도 허리띠 졸라매면 집을 사고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저성장 시대에는 이런 꿈을 꾸기 어렵다. --- p.62
‘단순하게 살자’는 것은 단지 소비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소비를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소비를 줄이고 가족과 보낼 시간을 찾자는 것이다. --- p.64
우리는 남의 기준에 맞추어 소비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한다. ‘성취’ 같은 가짜 행복을 진짜 행복이라고 믿고 산다. 매일 후회할 일만 하고 있다면 이제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할 때인 것 같다. --- p.66
우리나라보다 앞서 저성장을 경험한 나라에서는 이미 변화가 시작됐다. 자발적 가난을 경험하고,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빌려 쓰는 것을 택하며, 느리게 살기를 즐긴다. 남에게 보이는 것보다 내가 느끼는 만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성공이나 성취보다 성숙을 추구하는 삶이다. --- p.69
쓰지 신이치는 하고 싶은 일과 하지 않을 일을 구분한 다음에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슬로 플랜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버스나 전철 급히 타지 않기, 화장실에서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오늘 하지 않기 등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작은 시작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게 되고 그것이 쌓여 행복이 된다는 것이 그가 슬로 플랜을 제안하는 이유다. --- p.88
세계적으로 정리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이처럼 끝없는 소비로 인해 공간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여백도 덩달아 사라졌다. --- p.97
정리는 공간이나 ‘양’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의 문제이다. 물건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자기 성찰의 행동이다. --- p.104
노동이 돈을 버는 속도보다 자본이 돈을 버는 속도가 더 빠르다. 삶은 복잡해지고 피폐해진다. --- p.115
유럽의 경우 2009~2011년 가방, 자동차 등 소유형 명품의 소비 증가율은 4%였지만 경험 소비 증가율은 6%였다. 미국도 경험 소비증가율이 9%로 소유형 명품의 소비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았다. 신흥 부자가 늘고 있는 중국 역시 소유형 명품의 소비 증가율은 22%, 경험 소비 증가율은 28%였다. --- p.124
자발적 가난은 성장 논리에 중독되어 과도한 부를 추구하던 현대인이 부를 늘리는 대신 욕망의 크기를 줄임으로써 진정으로 충만한 삶을 찾자는 개념이다. ‘자발적 불편’도 같은 취지의 개념이다. 생활을 불편하게 만들면 몸은 더 움직여야 하고 불필요한 소비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 경우는 ‘자동차 없이 살기’에서 얻은 교훈을 생활 전반으로 확장시켰다. 이른바 집 안 개조다. 집을 불편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 p.151
물건을 사고 모으고 쌓아두고 다시 돈을 벌러 나가고…. 돈을 벌어 소비하는 것인지, 소비를 위해 돈을 버는 것인지 모르는 이런 악순환을 끊어보자는 결심을 했다. 그간 집이나 자동차 등 더 많이 소유해서 나의 정체성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소유의 무게에 짓눌려 나를 잃어버리지 않겠다고 다짐하자는 것이었다. --- p.171
걱정 덜어내기는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는지 스스로 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