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전북대, 전주대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에코페미니즘 관점으로 『사양』 읽기」 「다자이 문학에 나타난 몸과 주체에 관한 고찰」 「다자이 오사무의 『여시아문』에 나타난 작가의식 고찰」 「다자이 오사무의 『피부와 마음』 고찰」 등이 있다.
우리의 고통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 이제 곧 어른이 되면, 우리의 괴로움과 외로움은 우스운 거였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추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완전히 어른이 되기까지의 그 길고 짜증나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홍역 같은 병인 걸까. 하지만 홍역으로 죽는 사람도 있고, 홍역으로 실명하는 사람도 있다. 내버려두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이렇게 매일 우울하기도 하고, 화가 나서 발끈하기도 한다. 그중에는 발을 잘못 디뎌 아주 타락해서는 돌이킬 수 없는 몸이 되어 한평생 엉망진창으로 보내는 사람도 있다. 또 눈 딱 감고 과감히 자살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나서 세상 사람들이 아아, 조금 더 살면 알 텐데, 조금 더 커서 어른이 되면 자연히 알게 될 일인데,라고 아무리 아쉬워한들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괴롭고, 그래도 겨우 어떻게든 참고 뭔가 세상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려고 열심히 귀를 기울여도, 역시 세상 사람들은 뭔가 탈 없고 무난한 교훈을 되풀이하며 자, 자, 원래 다 그런 거야, 괜찮아, 하고 달랠 뿐, 우리들을 언제까지나 부끄럽게 여기며 내팽개친다. ---- p.59~60
패전 후 세상 어른들을 신뢰할 수 없게 되자 아무래도 그들이 말하는 반대편에 진정한 살길이 있을 것 같았다. 혁명과 사랑은 사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맛있는 건데, 너무나 좋은 것이어서 어른들은 심술궂게도 우리에게 덜 익은 포도라고 거짓말했던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확신한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하여 태어난 것이다. ---- p.270
혁명은 도대체 어디서 일어나고 있을까요? 적어도 우리 주변에서는 낡은 도덕이 여전히 그대로인 채 조금도 바뀌지 않고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요. 바다 표면의 파도가 아무리 요란스러워도 그 밑바닥의 바닷물은 혁명은커녕 꿈쩍도 않고 잠든 척 드러누워 있는걸요. 하지만 저는 이제까지의 1회전에서 낡은 도덕을 조금이나마 밀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번엔 태어날 아이와 함께 2회전, 3회전을 치러나갈 작정이에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제 도덕혁명의 완성이랍니다. 당신이 저를 잊더라도, 또한 당신이 술 때문에 목숨을 잃더라도, 이 혁명의 완성을 위해 저는 씩씩하게 살아갈 거예요. 당신의 형편없는 인격에 대해 저는 얼마 전에 어떤 사람한테서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어요. 그렇더라도 저에게 이런 강인함을 준 건 당신이에요. 제 가슴에 혁명의 무지개를 띄워준 건 당신이에요. 살아갈 목표를 준 것도 당신이에요. 저는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또한 태어날 아이에게도 당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도록 할 생각입니다. 사생아와 그 어머니. 하지만 우리는 낡은 도덕과 끝까지 싸우며 태양처럼 살아갈 작정입니다. 부디 당신도 당신의 투쟁을 계속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