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을 넘긴 시간. 나는 샤워를 하고, 침대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수술 잘되게 해달라고. 건강하게 해달라고. 그런데 마지막에는 이런 기도가 나왔다.
장애가 오더라도, 반신마비가 되더라도, 그 어떠한 것도 좋으니, 한쪽 눈 하고 오른쪽 검지손가락만은 남겨달라고.
진심으로 나는 마지막 기도를 그렇게 드렸다.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더라도, 휠체어를 타든 목발을 짚든, 다 좋으니, 살려주실 거면 사진은 찍을 수 있게 한쪽 눈과 오른쪽 검지손가락만은 제발 남겨달라고.
침대에 누웠다.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져 오히려 다른 날보다 훨씬 수월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나는 뇌수술을 받는다. ---「기도」중에서
빛이 고마울 때가 있다. 장마가 찾아와 몇날 며칠 지겹게 비가 내리다 어느 날 짠 하고 밝은 햇살이 나타나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처럼,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빛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뭐 그런 게 고맙냐고? 그러게. 그런데 어쩌다 보니 나는 빛에도 감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빛에 빚을 졌네」중에서
몇 년간 나는 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얼굴에 주름도 많이 늘었고, 새치라며 하나둘씩 보이던 흰머리도 이젠 몇 배가 늘었다. 얇디얇던 허리 사이즈도 3인치나 늘어났고, 시끄럽고 화려한 클럽보단 집이 좋아졌다. 그 밖에도 많은 것이 바뀌었는데, 그중 가장 많이 바뀐 건 나의 마음가짐이다.
이제는 사진을 찍을 때 멋이나 구도에 힘을 주지 않는다. 그냥 다니다 내가 내키는 대로 찍고 싶은 대로 찍는다. 핀이 나간 사진, 노출이 맞지 않는 사진, 완전히 까맣게 타버린 사진들도 종종 나오곤 한다. 그런데 나는 예전에 찍었던 사진들보다 지금 내 사진들이 더 좋다. 왜? 착한 마음으로 찍은 사진이니까! ---「착한 사진」중에서
나 같다는 것, 나답다는 것, 내 식대로 산다는 것. 한 번 사는 삶. 이제 그냥 내 식대로 살란다. 그러려면 더 내려놓아야겠다. 그래야 더 진짜의 나다워질 것 같다. 한심하게 살기 싫어. 진짜 멋있게 살자. 나도. 당신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