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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372g | 128*188*22mm
ISBN13 9791158510305
ISBN10 115851030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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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차윤진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제주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출판번역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불 속의 사람들≫ ≪버리는 글쓰기≫ ≪신의 농담≫ ≪칼로리 앤 코르셋≫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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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급차 문 앞에 닿아서야 내가 거기까지 뛰어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문을 두드린다. 창문이 높아 손이 닿지 않아서 뛰어올라 두드린다. 프루티 페블스가 발에 밟혀 부서지는 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높이 뛰었다가 착지할 때마다 도로 위에서 시리얼이 갈린다. 수백만 조각으로 갈린다. --- p.17~18

온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한다. 맥박 소리만 선명하고 경찰관 말이 들리지 않는다.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런 나쁜 일은 오만한 사람에게나 일어나는 줄 알았다. 나 같은 사람,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잘 알고 하늘에 계신 분의 권한을 존중하는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일어났다. 내게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 p.20~21

“세상 음식을 다 먹을 수 있다면 뭘 먹겠어? 건강이나 가격 같은 건 생각하지 않고 아무거나 먹을 수 있다면 말이야.” 평소라면 빅맥을 먹고 싶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빅맥은 언제라도 환영이다. 맥도널드에서 나오는 가장 큰 사이즈 감자튀김까지 곁들여서. 그런 다음 리세스 땅콩버터 초콜릿을 잔뜩 쌓아놓고 먹어야지. 나는 비싼 요리가 좋다고 생각한 적 없을 정도로 입맛이 소박하다. 감자튀김이나 콜라라면 몰라도 초밥이나 고급 화이트와인을 먹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 하지만 지금 내게 빅맥은 사무용품과 다르지 않다. --- p.69~70

몇 분 뒤에 라일이 전화를 받는다. 그러고도 말을 시작하기 전에 뜸을 들인다. 나보다 이 대화를 꺼리는 듯하다. 아무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내게 근무 규정을 안내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 “보통 남편이 죽으면 휴가를 어느 정도 낼 수 있어요?” 분위기를 밝게 만들려고 일부러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내 농담은 수면에 배로 다이빙하듯 떨어지고 더 썰렁해진다. 어색한 침묵은 좌석버스가 들어갈 만큼 길다. --- p.141

분노는 내가 방문을 박차고 나오게 만든다. 신발을 벗어던지게 만든다. 애나가 왜 그러냐고 묻자 분노는 조금 뒤에 오겠다고 말한다. 분노는 대문을 열어 6월의 뜨거운 열기 속으로 나를 밀치고 거기에 둔 채로 멈춘다. --- p.161

벤이 이 세상에 없어서 슬픕니다만 저는, 슬퍼하는 대신 제 인생에서 벤과 함께했던 시간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짧을 거라고 생각지도 못했지만, 하루하루 기적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얼마나 같이 시간을 보냈든, 그 시간은 제게 선물이었습니다. --- p.169

한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벤을 몇 번밖에 만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은 브런치가 차려진 식탁에서 내 손을 잡고 위로했다. 벤을 더 많이 알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마찬가지야”라고 말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그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p.216

9일은 짧은 시간이에요. 6개월도 짧은 시간이죠. 하지만 내 말을 믿어요. 나중에 누군가를 만나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족을 사랑하고, 그들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도 벤을 잃는 건 아니에요. 그 9일, 그 6개월은 엘시 삶 일부, 엘시 일부예요. 엘시에게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엘시를 변화시키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어요. (……) 결혼 생활이 9일 만에 끝난 건 엘시 잘못이 아니에요. 벤을 얼마만큼 사랑했는지 말해주는 건 더더욱 아니고.
--- p.303~304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평범한 스물여섯 살 여성 엘시 포터는 12월 마지막 날 피자 가게에서 매력적인 남성 벤 로스를 만난다. 포장 주문한 피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둘은 첫눈에 반하고 전화번호를 주고받는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을 평생의 사랑이라 믿으며 6개월 동안 교제하고, 결혼을 결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구도 모르게 둘만의 예식을 올린다. 그렇게 결혼한 지 9일째, 벤은 엘시가 부탁한 어린이용 시리얼 프루티 페블스를 사러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가 이사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벤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두 명의 로스 부인이 병원에서 처음 만난다. 한 명은 벤의 아내인 엘시 포터 로스, 다른 한 명은 벤의 어머니인 수잔 로스다. 교제하고 결혼해서 지내는 동안 벤은 어머니에게 한 번도 엘시를 소개하지 않았기에 둘은 서로를 모른다. 벤의 어머니 수잔은 남편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작스레 벌어진 아들의 사고와 사망, 아들이 자신 모르게 결혼했다는 사실, 엘시의 존재 등을 받아들이지 못해 고통스러워한다. 엘시는 엘시대로 짧지만 강렬했던 평생 사랑을 잃은 상실감이 너무 커 살아갈 의욕을 잃는다.

벤의 불편한 장례식 후, 두 여성은 다시 만나지 않을 것처럼 인사하지만 얼마 뒤 수잔이 자신의 태도를 사과하며 엘시 앞에 나타난다. 엘시는 수잔에게 자신이 살면서 느끼지 못한 어머니의 정을 느끼고, 그녀에게서 벤의 모습을 본다. 둘은 서로 연락하고 한동안 함께 지내기도 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을 나눈다. 수잔은 앞서 35년을 함께한 남편을 떠나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엘시에게 꼭 필요한 조언을 사려 깊게 전달한다. 그들은 때로는 친구처럼, 때로는 엄마와 딸처럼 소통하며 공통의 경험에 뿌리 내린 유대를 키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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