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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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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1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27쪽 | 406g | 148*210*20mm
ISBN13 9788993694383
ISBN10 8993694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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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튤립을 가려낼 줄 안다.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면 어느 해나 곤혹스럽다. …
나는 마치 전리품을 여왕에게 바친 충성스러운 신하처럼 더없이 행복했다. 내친김에 꽃말을 찾아 보았다.
‘사랑의 고백’
이런 우연을 만나는 날이 다시 있을까!
---「사랑의 고백」중에서

해는 뉘엿한데 길은 머니, 촌각을 아끼는 구두쇠가 되어 배우며 익히며 써 볼 작정이다. ‘글’과의 이별은 다시 없을 것이다.
요사이 나는 소년이 되어 나날을 보낸다. 소년이 따로 있을까. 그것은 현실 생활에서 꿈을 가꾸는 사람을 일컬음이니, 여기 서리를 인 ‘소년’은 행복하다.
---「백일몽」중에서

허리케인이 종종 할퀴고 간다는 곳인데 오늘은 실바람이 풋풋한 바다 냄새를 싣고 왔다. 이글거리는 태양, 섭씨 34도를 웃도는 열기 속에 차들은 보트를 싣거나 레저용의 이동식 주택을 달고 질주했다. 이따금 마주치는 개미허리의 지협(地峽). 바닷가 흰 물결이 눈길을 유혹하다 관목 속으로 이내 숨는다.
플로리다 반도 남쪽의 키즈Keys 군도는 깨알을 흘린 것 같은 줄지어 늘어선 섬들인데…
---「키웨스트에서」중에서

그 여자가 땀을 들이느라 윗 셔츠 자락을 마구 젖혀 가며 부채질을 하는 것 아닌가. 가리개가 없었다….
정지된 누드 그림 아닌 출렁이는 거대한 봉우리. 그때는 성인영화에서 명품(?)을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는 요새와 달랐다. 더구나 나는 여자의 알몸은 도무지 숙맥인 총각이었다. 그 선수는 눈치도 모르고 농익은 상반신을 내보이며 담배 연기를 쉴 새 없이 퍼부었다. 그때 퍼뜩 생각난 것이 말릴린 먼로다.
---「먼로와 헵번」중에서

사랑은 그윽한 것, 수다스레 입 열지 말아야 한다. 한번 말하기 시작하면 빛과 향기는 흩어진다. 그것은 올올이 여물어 추스르기 어려워질 때까지 은근히 간직할 주옥이다. …
혼례의 핵심은 합근례(合?禮)인데, 곧 잔을 주고받아 술을 마시는 절차다. 술잔은 표주박을 둘로 쪼갠 것이라 그 짝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고, 그 둘이 합쳐짐으로써 온전한 하나가 된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술 한 모금씩 입에 담으며 눈빛으로 하는 애틋한 사랑의 고백과 타오르는 가슴으로 하는 해로동혈(偕老同穴)의 다짐. 이에 더 말의 군더더기가 필요할까.
혼례에서 쓴 합근박은 청실홍실로 장식하여 신방의 천장에 매달아 새 부부의 사랑을 지켜보게 한다니 이 얼마나 로맨틱한가.
---「사랑이라는 말」중에서

쾌락을 품에 안고 해독을 등에 지는 것. 담배는 마치 사람살이의 한 모습 같다. 타서 사그라지는 재는 삶을 거두고 흙으로 가는 주검을 닮았고, 올라가는 연기는 육신을 떠나 저승길에 오르는 영혼을 생각하게 한다. …
서로 다투며 인연 끊고 갈라서자 하고서도 얼마 안 가서 화해하는 젊은 부부처럼 나와 담배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거듭했다. …
비록 어설프나 나도 금연당(禁煙黨)에 들었으니 거드름 피우며 옛 동지들을 내려다볼 자격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니다. …
그들이 흡연하는 자리에 함께 있으면 잘 차려입고 지나가는 어제 연인을 보는 것처럼 마음이 야릇해진다. …
나는 억지로 젖을 떼인 아이가 잦아든 엄마 가슴을 더듬는 심정으로 피어오르는 남의 담배 연기를 바라보는 것이다.
---「졸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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