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7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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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9쪽 | 548g | 153*224*30mm |
ISBN13 | 9788973378029 |
ISBN10 | 8973378023 |
발행일 | 2007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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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9쪽 | 548g | 153*224*30mm |
ISBN13 | 9788973378029 |
ISBN10 | 8973378023 |
대치 상황은 계속 이어진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서 위로 계속적인 전쟁이다. 밀고 밀리는 전쟁이다. 예전에 <고지전>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었는데 하루는 공산당이 이기고 하루는 국군이 이기는 무슨 깃발꽂기 게임이라도 하듯이 그렇게 하루 단위로 바뀌는 그런 웃지못할 비극적인 상황이 계속되는 그런 내용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있는 주위의 마을도 전쟁의 태세에 달라 달라져야만 했다.
'낮에는 대한민국이요, 밤에는 인공'이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253p
단순히 농민들이나 주민들에게 있어서 사상은 그렇게 문제 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오히려 먹고 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으니 말이다. 이 모든 것의 피해는 어디에 청구를 해야지 보상을 받을 수 있는걸까. 아니 애초 처음에 왜 이 전쟁이 시작되었는가. 북한에서부터 밀고 내려오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었던가. 일본이 전쟁에 관한 책을 발뺌하는 것처럼 북한도 여전히 전쟁의 책임을 자신들이 아니라고 몰아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세상에 명목없는 전쟁은 없다지만 가장 쓸데 없는 것도 전쟁이지 싶다. 빨치산들은 저마다의 지부를 만들고 규칙을 만들고 행동강령을 정하고 그것을 따라 생활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념의 대립은 사상의 대립은 절대 같은 장소에 두 개가 존재할 수는 없다. 거기다 그들은 전쟁을 하기 위해서 총알을 모으고 스스로 물자 자립이 되지 않으니 주민들을 괴롭혀 음식이나 필요한 것들을 충당한다. 그러니 주민들 입장에서도 절대로 곱게 보아지지 않는 것이다.
이 전쟁에서 이긴 것은 누구고, 진 것은 누굴까?
원점으로 돌아와 끝나는 이 전쟁의 의미는 무엇일까?
238
하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색시들을 불러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등장을 하니 참 희한한 일이다. 누군가는 목숨 걸고 싸우고 있지만 누군가는 자신들의 이념을 위해서 살아 남기 위해서 싸우고 있지만 그 반면에 누군가는 자신들의 사업이나 정치 경력을 위해서 이 모든 것이 끝난 후의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 물밑 작업을 계속 하고 있고 그런 와중에 돈이 돌고 여자가 등장을 하고 술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썩어빠진 인간들. 대체 인간들이란 어디까지 악할 수 있는 것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자신만 위하는 극한 이기주의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상대방의 자신의 위치와 다른 주변 상황까지 다 생각하고 계획한 이 지구 상에 단 하나의 종족이 아닐까.
토벌대와 돌격대의 충돌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8월 여름의 한 가운데 들어가면서 돌격대는 하나둘 자신들의 지역을 잃어가고 있다. 토벌대에 경찰이 아닌 군인들이 투입되면서부터다.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전쟁을 통해서 돌격대는 스러져 가고 있다. 안타까운 목숨들이 죽어가고 있다. 그들 중에서도 이남 출신과 이북 출신으로 갈등이 존재한다. 서로간의 사상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모인 사람들의 출신이 다르기 때문에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조금이라도 다같이 모두가 다 평등히 잘 사는 것을 추구했던 사회주의자들이었다. 그것을 목표로 이 전쟁을 일으켰을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투쟁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히 못했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알지도 못한 채 아까운 죽음만 이어진다.
저들은 지리산으로 헤쳐서 모이게 된다. 아직까지는 많은 인원이다. 저들은 휴전선이 생긴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북으로 돌아가지 못했을까. 분명 총공격을 당하리라는 것을 알았을텐데 왜 그렇게 피하고만 있었을까. 대규모의 인원이 움직이면 당연히 더 큰 피해가 난다는 것을 몰랐을까. 소규모로 나뉘어서 민간으로 내려와서 북으로 가는 방법을 찾았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아닐까. 이러나 저러나 다 죽는 것은 당연한 결말이었을까.
태백산맥도 상당히 방대한 내용의 장편소설이다. 더하여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갈등 관계를 형성하면서 박진감 있는 전개를 자랑한다. 등장인물의 이름과 그 인물이 소설안에서 뿜어내는 다양한 이미지들은 참으로 잘 어울린다는 특징도 있다. 이 또한 소설 태백산맥만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읽는 동안 마음 아픈 부분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소작인의 치열하고도 절절한 연명과정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다. 그들 중 한명이 맞게 된 허망한 죽음은 여전히 헛헛한 기분까지 든다.
10권의 책에는 근현대사가 집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전쟁이야기부터, 당시 여성의 인권 등등 다시금 생각해 보고 짚고 넘어갈만한 사회구조적인 문제점들도 속속 발견되며 각성의 계기 또한 마련해 주기도 한다. 태백산맥의 내용은 일종의 남성중심의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남성이 역사의 전반을 이끌어가고 지배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분단 국가임에 틀림없고 그들이 추종하는 세력과 지배하고 있는 사상은 의문 투성이다. 맹목적인 사고로 살아가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참으로 역사의 소용돌이란 이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마음에 큰 울림을 주는 소설을 만났다.
태백산맥은 조정래 작가님의 대표적인 소설이지요. 꼭 소장하여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습니다. 기회가 닿아 이렇게 우리 민족의 이야기를 다시금 가슴 깊이 느낄 수 있게 되었고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정된 시간의 의미를 민족분단의 상황이 고정되는 역사적인 시간으로 규정하고 그 의미를 최대한 확장하여 소설 내적 공간을 넓혀나간 것이 이 작품의 구조적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가는 여순반란사건에서 한국전쟁까지로 이어지는 전체적인 사건의 골격에서 그 추이와 결과만을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러한 일련의 사건을 통해 분단의 상황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민족사의 운명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가를 확인하고자 한다. 그 결과로 이 소설의 내용은 한정된 시간과 역사적 상황을 넘어서 광복 이전 일제 식민지 시대, 그보다 앞선 한말의 시기까지 내면적으로 확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