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의사나 간호사, 심리학자, 병원 목사, 사회사업가 등과 같이 환자와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 또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가정 간병인,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 등,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러한 사람들이 환자와 의사소통을 함에 있어서 그 방법을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 입원하게 된 환자들은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병마와 힘겹게 싸워야 하고, 때로는 꼼짝 없이 죽음에 이르기도 한다.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된 시점부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참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환자를 돌보는 사람이 전문가이든 전문가가 아니든 상관없이, 환자에 대한 이들의 지지와 신뢰와 사랑이 환자들로 하여금 병마와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필자는 그간의 경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눈부신 의학의 발전이 있었지만 아직도 불치병들이 남아 있고, 최선의 노력이래봐야 기껏 얼마간의 생명연장에만 그치는 질병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감성적인 대응에 있어서는 발전은 커녕 오히려 퇴보된 실정이어서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의 가정주치의가 현대의 의료진들보다 좀더 가깝게 느껴졌던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공감'이라는 가장 중요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환자에 대한 감성적인 지지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가를 깨닫는 일이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 환자들은 의료진들과의 관계에 대해 불만족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는데,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불만족의 원인이 의료진의 기술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과의 의사소통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에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질문하는 것을 어려워 하고, 의사들이 귀찮아 할까봐 자신의 이야기를 쉽게 꺼내지 못하며, 의료진들의 설명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녹화된 의료상담을 분석한 연구결과들을 보면, 환자와 대화를 할 때 의사는 환자가 말하려는 것을 자주 방해하며 그들의 감정에 대한 공감없이 대화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환자를 돌보는데 있어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 즉 환자의 배우자나 가족, 친구 등은 환자와 함께 병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환자만큼이나 혼란스러워 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질병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환자의 병세가 점점 진행되어감에 따라 진단받을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커져 간다. 환자의 감정변화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그런 감정들을 이겨내기를 바라고 지켜보기만 한다. 또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 할 때 편하게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부모, 교사, 변호사, 관리자, 영업사원 등등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그 어떤 그룹에도 이런 부적절한 의사소통의 결여가 존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필자의 의도는 의료진,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에게 의사소통 기술이 부적절하다고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대인관계 의사소통 기술이 사회과학자와 의학 연구자들의 연구영역이 되었기 때문에 그 동안의 의사소통 기술의 결여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대인관계 의사소통 기술에 대한 사회과학자와 의학 연구자들의 연구 덕분에 드디어 의사와 환자의 관계를 강화시키는 기술과 약화시키는 기술이 명확하게 밝혀졌다. 실제로, 환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부정적인 감정을 건설적으로 조절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찾도록 하여 환자들의 삶을 조절할 수 있게 도와주는 효과적인 대화기술도 있다. 특히 이 '돕는 기술'은 환자와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유용하다. 의사나 의료스태프들과 효과적인 양방향적 의사소통을 경험했던 환자들은 치료에 더 만족하고 의료분쟁을 덜 일으키며, 수술 후에 회복이 더 빠르고 의사의 처방에 더 잘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들을 필자는 확인한 바 있다.
때로는 간호사나 사회사업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원목과 같은 사람들이 의사보다 환자에게 훨씬 더 공감적이다. 그러나 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들 중에는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과, 환자와의 관계를 고양시킬 수 있는 더욱 새롭고 효과적인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하여 그들이 모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리적인 진행상태와 상관없이 환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평화와 희망, 삶의 의미를 찾도록 '돕는 방법'은 전문적인 의료인이든 아니든 간에 누구든지 배울 수 있다. 환자를 올바른 방법으로 도울 때에만이 환자와의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성립하고 존경과 신뢰를 갖춘 동반자 관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의 첫 장에서는 환자들이 의사와 의료스태프와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불만의 정도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또 의사들 자신도 잘 알고 있는 이런 문제들을 더 나은 의사소통 방법으로 해결했을 때 얻게 될 잠재적 이득들에 대해서도 밝히고자 한다.
2장~6장은 토머스 고든 박사가 집필하였다. 고든 박사는 의사와 의료스태프들에게 적합한, 덜 권위적이고 더 협력적인, 새롭고도 강력한 '관계 모델'을 제시하였으며, 그러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의사소통 기술을 제시하였다. 또 그 의사소통 기술들을 주로 환자와 의사, 또는 간호사들 간의 상호작용과 대화를 예로 들며 설명하였다.
7장~11장은 스털링 에드워즈 박사가 집필하였다. 생명을 위협하는 만성적인 질병을 가진 환자의 특별한 문제와 욕구에 초점을 맞추어 그런 환자들에게 의사소통 기술을 사용하는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제시된 의사소통 기술들은 주로 환자와 직접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되는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 즉 호스피스 자원봉사자나 상담자, 가정의 개인 간호사, 배우자, 가족, 친구 등과의 상호작용과 대화의 예이다.
어떻게 보면,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아픈 가족이나 친구를 돌보아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필자는 이 책이 의사와 의료스태프 뿐 아니라 돌보는 역할을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환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고통과 외로움, 공포, 그리고 희망을 좀더 건설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격려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머리말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