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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띠 엄마의 워낭소리

소띠 엄마의 워낭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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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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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41쪽 | 446g | 153*224*30mm
ISBN13 9788931009859
ISBN10 8931009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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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여영무
고려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국제법 연구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통일연구소 소장, 통일원 정책평가위원을 역임하고, 대한국제법학회 이사 겸 부회장, 세종대 석좌교수,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 방문교수를 지냈다. 고려대 대학원, 외국어대, 한양대 등에서 강의했으며, 현재 남북전략연구소장, 뉴스앤피플닷컴 대표 겸 주필과 KBS 방송 시사해설을 맡고 있다. 대한국제법학회 국제법학술상과 서울언론클럽 칼럼상, 대한언론인회 임승준 자유언론상(칼럼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국제테러리즘 연구》, 《테러리즘과 저항권》, 《통일의 조건과 전망》, 《괴물제국 중국》, 《북한 어디로 가나》, 《좌파대통령의 언론과의 전쟁》, 《배반당한 민족공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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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어머니들은 동생이 출생할 때까지 아이가 젖을 떼지 못해 젖에다가 ‘금계랍’(일제강점기 말라리아 전염병 치료약)이란 쓴 약을 발라 젖을 못 먹게 하는 경우가 흔했다. 나는 네 살 터울인 동생이 태어날 때까지 젖을 먹었다. 어머니는 나에게서 젖을 떼려고 젖에 쓴맛이 나는 금계랍을 발라 젖을 못 먹게 하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식에게 젖을 물리고 품에 안는 것이 좋았던지 굳이 모질게 젖을 떼려고 하진 않았다. 어머니는 젖을 물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면서 “이 애가 이렇게 커 가지고 창피하게 젖을 먹다니 금계랍이라도 발라야 되겠다”라고 하면서도 실제론 그렇게 하진 않았던 기억이 새롭다. --- p.29

일제강점기에 어머니는 식량 부족으로 달성공원 근처에서 캐 온 비름나물로 배고픔을 달래야 했다. 영양 부족으로 고운 얼굴에 버짐이 피어도 자식들에게 내색 않고 꿋꿋이 사셨다. 수창동으로 이사하고 수년 후 어느 날 아버지를 비롯한 우리 가족은 간단한 건강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어머니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아픈 데가 없다면서 끝내 건강진단을 받지 않았다. --- p.142

창성의 부도로 어머니의 상실감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한때 까무러치고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여 건강이 극도로 악화되었다. 백운동 신촌에서부터 낯선 대도시 대구 생활에 이르기까지 수십 년간 남편과 동고동락하면서 안 먹고 안 쓰고 뼈 빠지게 노력해 이룩한 전 재산을 속절없이 날려 버렸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그 비통함과 상실감, 허망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70대 가까웠던 어머니는 10여 년간 동생을 위해 점심 저녁 식사를 봉덕동에서 월배까지 해다 나르고 낮에는 산더미같이 쌓인 먼지투성이 긴 감천 쪼가리를 하나하나 주워 모아 팔아 그 돈을 가용에 쓰는, 그야말로 몸에 밴 근검절약과 내핍 생활을 하셨다. 동생과 창성의 발전을 위해서 그렇게도 근검절약하던 어머니의 서글픈 마음과 허탈감을 어디에다 호소할 수 있을까. --- p.180~181

그날 유품을 정리했던 동생들이나 제수씨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는 어머니가 평소 신던 슬리퍼형 신발과 구두는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궁금했다. 주민등록증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등등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구체적으로 물어볼 기회가 없었다. 신발은 물론 버렸을 것이다. 신발 주인이 없어졌다는 것은 세상을 하직한 것을 뜻한다. 신발은 생명을 뜻한다. 살아 있는 사람만이 신발을 신고 다니고, 살아 있는 사람에게만 소용이 되는 물건이다. --- p.252
어머니가 치매에서 깨어난 몇 년 후였다. 그날 어머니는 식구들과 함께 담소하다가 주저주저 부끄러운 듯 형제들에게 물었다.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나?”
“네, 벌써 돌아가셨습니다.”
“정말이냐?”
“그럼요. 돌아가신 지 30여 년 되었어요.”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어젯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만난다고 좋아서 밤새도록 산 넘고 물 건너 닭목으로 달려갔지. 그러다 그만 만나기 직전 깜짝 깨어 보니 안타깝게도 꿈이었어. 정말 허망했어. 그런데 지금도 내 마음에는 꼭 어머니 아버지가 살아 계신 것만 같아.” 형제들이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사실을 분명히 말씀드렸는데도 어머니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긴가민가 믿을 수 없다는 눈치였다.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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