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보판을 내면서
초판은 에니어그램의 이론화 작업에 초점을 두고 9가지 유형을 어떻게 이론적으로 설명할 것인지에 관심을 집중하였다. 내용은 성격을 일관성 있는 자극에 대한 인식과 반응체계라고 정의하고, 자극의 인식은 욕구에 따르며, 반응은 자기효능감에 따른다는 전제하에 이론을 전개하였고, 이는 ‘인식-반응 이론’ 혹은 ‘욕구-효능감 이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이론에 따라 각 유형을 설명하고, 성격의 발달은 성격이론가들의 이론을 간략히 요약하고 에니어그램과의 관계를 설명하였다. 출판 후 가장 마음에 꺼림칙한 부분은 설문지를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였다는 점과 정신건강부분에 대한 처방이 불비하였다는 점이다.
최근 검색사이트인 네이버에서 인터넷상에서 설문지 조사가 가능하게 됨에 따라 기존 설문지를 보완하여 블로그에 방문하시는 분들께 제시하였는데, 그 결과의 분포가 상당히 바람직하여 초판을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시스템 사고의 순환고리를 정신건강과 연계할 방법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 선순환의 고리와 악순환의 고리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되었고, 이를 정신건강에 적용하여 설명할 수 있게 되어 이것 또한 증보판을 준비하게 된 큰 이유이다.
수정 증보판에서 보완된 주요 내용은 Ⅰ장의 자아의식의 생성 부분에 자아의 개념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였다. 그리고 같은 장 성격유형의 개념화 부분의 이론화 방향에서 위켄스(C. D. Wickens)의 인간정보처리모델을 인용하여 성격도 자극의 인식과 반응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강조하였으며, 인식의 경향성과 욕구 부분에 에델만(G. M. Edelman)의 일차의식과 고차의식에 관한 모델을 인용하여 욕구와 효능감이 선호의 경향에 의하여 일관성을 유지하려 한다는 점을 보완하였다. 또 설문지 구성에 대한 설명을 수정 보완하였고 문항의 내용도 일부 수정하였으며, 각 유형의 설명을 Ⅷ장으로 옮겨 해당 유형의 특성을 편리하게 참고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추가된 주요 내용은 반대나 저항에 대한 대처방식, 유형별 정신건강, 정신건강과 순환고리 부분이다. Ⅳ장 반대나 저항에 대한 대처방식을 새로 증설하여 기존의 충동적 행동과 신경증적 행동 부분에 입장고수와 승복을 추가하여 편입하였고, Ⅶ장 성격의 발달에 정신건강과 순환고리를 추가하였으며, Ⅷ장은 기존Ⅶ장의 유형별 특성에 반대나 저항에 대한 대처방식과 정신건강과 순환고리에 대한 설명을 유형별로 구분하여 추가하였다.
반대나 저항에 대한 대처방식을 별도의 장으로 추가하게 된 것은 성격의 특성이 일상적인 생활에서보다 대립적인 상황에서 잘 반영되기 때문이다. 서로 의견이 달라서 의견다툼을 하거나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환경의 저항에 부딪칠 경우, 혹은 신경과민으로 짜증스러운 경우나 갑작스럽게 충동을 받은 경우 등의 반대나 저항에 대한 대처방식은 그 성격의 특성을 잘 반영하여 나타내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성격유형별로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신건강 부분을 보완하게 된 것은 요즈음 매스컴의 주요 보도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적 갈등과 사건 사고가 주로 당사자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비현실적 대응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되어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이나 사고들은 성격유형의 특성에 관련된 문제가 아니고, 그 사안을 대하는 당사자들의 정신 건강의 문제이다. 지금의 사회적 문제들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집단의 건강문제를 논의해야 할 단계가 아닐까?
산업사회로의 급속한 진입, 가족 구성원의 변화와 가정교육의 붕괴, 저성장 사회로의 진입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불안의 확산과 생활양식인 문화와 그 기저인 가치관의 변화로 사회는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며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문제해결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 개방사회의 이기인 인터넷의 발달은 사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감정적 반응을 빠른 속도로 전염시키고 있다. 이런 양상은 개인과 집단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함은 물론이고, ‘네 탓’만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고 있음에 증보판 Ⅶ장 5절의 ‘정신건강과 순환고리’ 부분은 일독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모든 정신활동은 뇌의 신경활동인 점을 고려할 때, 성격도 뇌과학의 이론으로 정확히 설명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아직 그럴 수 있는 수준으로 일반화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가능하면 뇌과학에 근거하여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뇌의 감각계와 운동계를 인식과 반응이라는 관점으로 이해하고 이를 욕구와 효능감으로 이론화한 것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1판의 책 이름을 ‘성격의 비밀-에니어그램의 체계적 접근’이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비밀이란, 성격은 ‘욕구와 자기효능감’이라는 요인의 조합에 의해서 형성되고 설명된다는 것이었고, ‘체계적 접근’이란 이론을 체계화하였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수정 증보판에서는 반대나 저항에 대한 대처방식, 유형별 정신건강, 정신건강과 순환고리 등이 추가되어 이론의 응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에, 이 책의 부제를 ‘에니어그램 이론과 전개’라고 하는 것이 책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을 같아서 책의 부제를 수정하였다. 이 점 이해하여 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Ⅷ장은 각 유형의 특성을 유형별로 찾아보기 쉽게 취합한 부분이므로 앞장에서 설명한 내용이 중복되어 기술되어 있다. 자신의 유형에 대한 자세한 설명만 보고 싶으신 독자도 있을 수 있고, 또 해당 유형의 특정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들을 고려하여 중복하여 설명하였음을 양해하여 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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