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마침 김지윤 교수(64)의 '100권 저술 돌파' 소식이 각 신문 지면을 덮고 있던 상황이라 충격의 파장은 더욱 컸다. 그 두 개의 소문은 과연 사실일까. 기자는 진상을 알아보기 위해 추적에 나섰다.
단서는 세 가지로 좁혀졌다.
1) '젊은 문학평론가'는 누구인가?
2) '김지윤 교수의 표절 폭로 문건'은 존재하는가?
3) '김 교수가 조민일보가 주관하는 문학상 종신 심사위원에 선정되지 않은 것'은 이 소문과 관련이 있는가?
기자는 이 괴이한 소문이 그저 뜬 소문이겠거니 여겼다는 점을 먼저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는 그 대상이 다른 누구도 아닌 김지윤 교수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그는 우리 학계에 지울 수 없는 큰 족적을 남긴 사람이다. 그 소문을 쫓는 기자에게 되돌아온 대부분의 반응도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p. 121
난 참 가난하게 살았어요. 지금도 가난하지만. 그러다보니 언제든 이미 만들어진 틀 안에서 벗어나길 두려워하면서 살았어요. 그 선을 넘어버리면 나는 금기의 대상이 되어 지금보다 더한 가난 속에서 살지 모른다.그런 생각이 내 의식을 지배하고 있었을 거예요. 최근 한동안 나는 내가 그 금기를 벗어났다는 사실도 모른 채 행복했었죠. 세상이 나를 주목해줘서가 아니라 난 정말 자유로웠어요. 왜 안그랬겠어요. 내 인생에 처음으로 금기를 벗어나 살아본 셈인데.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건 아닌가 고통스러운 가운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흔들렸죠. 학교의 교수들이 만나자는 연락을 여러 경로로 보내왔는데 그건 아주 달콤한 유혹이었어요.
--- p.257,
그런데 확인 결과 그 소설은 많은 부분 그때까지 우리 시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일본 대중작가들의 문장이며 당시 잘 나가던 여류 소설가의 문장 이곳저곳을 짜집기해 만들어졌다는 것이 드러났어요. 그러자 그 소설을 쓴 친구는 이건 표절이 아니라 패스티쉬라는 새로운 기법이다, 라고 주장하면서 반발하고 나섰고, 심사위원들은 뒤늦게 유감을 표하면서 독자들에게 사과했지만 그건 그야말로 문단 내에서만 이루어진 찻잔 속의 태풍이었을 뿐이죠. 멋모르는 독자들은 무슨 무슨 상을 받은 신세대 최고의 소설 운운하는 광고만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고 거기에 더해 패스티쉬니 뭐니 그전에 듣도보도 못한 새로운 기법의 소설이라더라 화제가 되면서 오히려 열광의 도를 더해갔던 거죠. 출판사야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홍보적인 측면에선 궤도에 오른 상태니까 소설의 증쇄를 거듭하면서 그 추이만 지켜보고 있었던 거죠. 표절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 독자들은 아무 상관도 않는데 자기들끼리 왜 저런다냐. 잘 팔리면 모든 게 용서되는 거야. 독자가 무슨 바본가 하면서 말예요. 소설을 쓴 그 친구는 이후 일약 대중 스타가 되어 다음 소설부터는 나오는 족족 수십만 부가 팔려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겁니다. 물론 문학평론가로서의 생명은 그것으로 끝났지만."
--- pp. 161~162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부장의 물음은 오늘만도 서너 번은 나온 물음이었다.
"쓰자는 거죠. 학계와 문단의 표절 문제, 이거 계속해서 무시하고 갈 문제 아니고, 사제 카르텔 문제, 특정대 문제도 계속해서 잠복해 있을 것들이니 이 기회에 왜 이런 논란이 자꾸 일어나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주자 이거죠. 사적인 발언들이지만 제 후배놈이 그러더라구요. 이인서 사태 그거 요즘 시끄럽던데 너네 신문은 잠잠하더라. 너가 거기 대학 출신이라 모른 체하는 거냐구? 그런 게 쪽 팔리는 소리 아닙니까? 신문이 뭡니까? 그런 거 쓰라고 있는 서 아닙니까?"
--- pp. 239~240
"그래서 어쩌자는 거야?"
부장의 물음은 오늘만도 서너 번은 나온 물음이었다.
"쓰자는 거죠. 학계와 문단의 표절 문제, 이거 계속해서 무시하고 갈 문제 아니고, 사제 카르텔 문제, 특정대 문제도 계속해서 잠복해 있을 것들이니 이 기회에 왜 이런 논란이 자꾸 일어나는지 독자들에게 알려주자 이거죠. 사적인 발언들이지만 제 후배놈이 그러더라구요. 이인서 사태 그거 요즘 시끄럽던데 너네 신문은 잠잠하더라. 너가 거기 대학 출신이라 모른 체하는 거냐구? 그런 게 쪽 팔리는 소리 아닙니까? 신문이 뭡니까? 그런 거 쓰라고 있는 서 아닙니까?"
--- pp. 239~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