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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에 읽는 금병매

하룻밤에 읽는 금병매

이언호 편역 | 모든북 | 2016년 01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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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638g | 148*210*25mm
ISBN13 9788960400986
ISBN10 896040098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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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만남
중국 송나라 휘종 황제 때의 일이다. 휘종은 무능무략하여 간신들 을 총애했기 때문에 나라의 정사는 날로 어지러워지고 부패와 부정 이 만연하여 백성들은 도탄에 빠져 있었다.
그 무렵 산동의 청하현에 성은 서문, 이름은 경이라는 천하의 한 호색한이 살고 있었다. 부호의 맏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학 문에는 도무지 뜻이 없고 노는 것만을 일로 삼았다.
노상 파락호의 무리들과 어울려 다니다 보니 약간의 권법과 봉술 도 몸에 익히게 되었고. 장기나 골패·마작 따위의 잡기는 누구에게 도 뒤지지 않을 만큼 능했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그의 특기는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는 호색과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에게는 부인이 넷이나 있었다. 정실인 오월랑을 비롯해서 이교아, 맹옥루, 손설아를 소실로 거느리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엽색 행각은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기방의 기녀는 말할 것도 없고 창가의 창녀들, 심지어는 집안에 부리는 하녀들까지 그의 눈에 들었다 하면 기어이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었다.
스무 살도 채 되기 전에 양친이 모두 세상을 떠나 적지 않은 유산 과 함께 아버지가 경영하던 약방을 물려받게 되었는데, 여느 바람둥이와는 달리 이재에는 남다른 재간이 있어 재산을 크게 늘려 나갔다.
부패한 사회일수록 돈이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돈이 많으니 고 위 관리들과의 교류도 잦아지고, 그에 따라 서문경의 위세는 갈수록 높아졌다. 20대 후반에 그는 이미 청하현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대관인이라고 불렀다.
어느 화창한 봄날 오후였다. 그가 어깨를 잔뜩 뒤로 젖힌 채 오늘 은 뭐 좀 색다른 여자가 없나 하고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일진돌풍이 일어나며 무언가 묵직한 것이 그의 두 건을 탁 쳐서 땅에 떨어뜨렸다.
“이크, 이게 뭐야?”
서문경이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 보니, 웬 젊은 여인이 장대를 가지고 창문 위에 걸린 발을 걷어 내리려다가 갑작스런 바람에 발의 한쪽자락이 기우뚱하면서 그의 두건을 친 것이었다.
“에그머니, 이를 어쩌나?”
여인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모르며 남자를 쳐다보았다.
“이런 괘씸한… .”
화가 치민 서문경이 여인과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큰소리로 꾸짖으려다 말고 갑자기 얼굴에 밝은 미소를 떠올리며,
“괜찮아요. 바람이 그렇게 한 건데 부인께서 미안해하실 건 없습니다. 오히려 발 아래로 걸어간 내가 잘못이죠. 허허… .”
서문경은 실없는 웃음을 흘리며 농담까지 했다.
--- p.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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