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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우리집 테라스에 펭귄이 산다

: 마젤란펭귄과 철부지 교사의 우연한 동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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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2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428g | 152*188*30mm
ISBN13 9788950962593
ISBN10 8950962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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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은 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기가 영 거북스러워 일부러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시야 한편에서 언뜻 미약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 움직임은 바다의 흰 거품 쪽이 아니라 움직임이라곤 전혀 포착되지 않았던 검은 해변에서 느껴졌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움직임이 느껴지는 곳을 주시했다. 착각이 아니었다. 대견하게도 펭귄 한 마리가 살아 있었다. 온통 죽음뿐인 그곳에서 유일하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단 하나의 생명이었다.
---p.22

욕실로 가보니 욕조에 있던 펭귄이 폴짝폴짝 뛰며 날개를 파닥거렸다. 펭귄의 작은 두 눈이 반짝였다. “어디 갔다 이제 와! 한참 기다렸잖아. 도대체 날 여기에 두고 어디서 뭘 하다 온 거야?” 녀석이 강아지였다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을 것이다. 녀석은 분명 나를 반가워하고 있었다.
---p.46

주사위는 던져졌다. 펭귄을 데리고 간다는 사실은 이제 정해진 사실이며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펭귄을 아르헨티나로 데리고 갈 것이다. 그를 혼자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다. 바닷가에서 물에 뛰어들지 못하고 주저하던 펭귄의 모습에서 그가 그곳에서 살 수 없음을 확인했다. 나는 후안 살바도르가 바닷가의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문제만큼은 다른 누구와도 논의하고 싶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변명하거나, 반박하거나, 조언을 듣지 않을 참이었다.
---p.82

똑똑한 후안이 대견했던 나는 그가 계단을 내려갈 수 있는지도 알고 싶었다. 그래서 올라갔던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후안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단에 배를 대고 엎드리더니 마치 썰매를 타듯 배를 통통 튕기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계단 맨 아래까지 미끄러져 내려가 반질반질한 대리석 바닥에 배를 대고 엎드렸다. 활강이 멈추자 벌떡 일어났다. 후안은 계단을 가장 빨리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내려가는 건 그 누구보다 빨랐다.
---p.145

디에고가 수영을 하자 후안이 디에고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리고 둘은 똑같은 동작으로 수영을 했다. 내 평생 서로 다른 두 종이 그렇게 교감하는 장면은 처음 봤다. 그 둘은 마치 바이올린과 피아노 듀엣 연주처럼 서로의 기술을 돋보이도록 안무를 하며 완벽하게 교감하고 있었다. 황홀한 광경이었다.
---p.296

나는 그 새를 유독 사랑했다. 나는 후안과 학교 운동장을 함께 산책하는 시간을 좋아했고, 정신없이 바빴던 한낮의 해가 저물고 조용한 저녁이면 내가 마실 와인 한 잔과 후안이 먹을 청어 몇 마리를 갖다놓고 별빛이 내려앉은 테라스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 무수한 시간들을 사랑했다. 아침저녁으로 그토록 반가워해주는 펭귄을 보고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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