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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대통령 1부 3

밤의 대통령 1부 3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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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48쪽 | 446g | 130*188*21mm
ISBN13 9791104906121
ISBN10 1104906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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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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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은 총구를 그들에게 돌렸다. 총소리가 다시 울렸다. 두 명이 한꺼번에 쏘아댔다. 일어서려던 홍성철은 거센 충격에 비틀거렸다. 배와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것 같기도 했고 창자와 모든 기관들이 갈가리 터져 나가는 것 같기도 했다.
야차와 같은 얼굴로 홍성철은 빙긋 웃으며 그들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다시 배와 가슴에 충격이 왔으나 홍성철은 총알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방아쇠를 당겼다. 두 명의 사내는 쓰러져 있었다. 홍성철은 자신의 호흡이 끊어진 것을 알았다. 그는 똑바로 서 있었다. 고통도 없었다. 정신이 백열등처럼 맑았다. 이겼다고 생각했다. 오른손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권총을 꺼냈다. 눈앞으로 들어 올렸으나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제 그놈을 이긴 것이다. 나는 그놈을 떨궈 버렸다. 홍성철은 입을 벌리고 웃었다. 형님, 미안합니다. 입이 떨어지지 않아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리고 사랑한다, 리첸.
그는 이마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하얗게 반짝이던 그의 머리가 오색찬란한 불꽃을 피우면서 찬란하게 퍼져 나가는 것을 그는 보았다. 그곳에 리첸이 있었다.
(……)
수용소는 마치 감옥같이 보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옥보다 더 무질서하고, 더 불결하고 위험하게 느껴졌다. 복도를 오가는 환자들의 눈빛은 모두 정상인의 것이 아니었다. 퀭하게 뚫린 의식 없는 짐승의 눈이 아니면 막 광기를 일으키려는 눈빛, 둘 중 하나였다. 지나치는 간호사나 간호원들은 모두 지쳐 보였다.
김원국은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감방같이 보이는 방으로 들어섰다. 김원국이 머리를 끄덕이자 간호사는 문을 닫고 나갔다. 이영후가 문에 등을 기대고 섰다. 김원국은 침상으로 다가갔다.
리첸은 팔다리가 침대에 묶인 채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긴 머리는 어지럽게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었다. 커다랗게 뜬 눈으로 깜박이지도 않고 김원국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은 맑았다. 두어 개의 빨간 실핏줄이 흰 눈동자 위에 걸쳐 있었다. 볼이 여위기는 했으나 화장기 없는 피부는 아직도 매끄러워 보였다. 마른 입술을 달싹이더니 혀를 내밀어 입술을 축였다. 아름다웠다.
김원국은 그녀 옆에 앉았다.
“리첸, 나를 기억하나?”
“네, 김 선생님.”
그녀가 맑은 목청으로 대답했다.
“그래, 다행이군.”
“죄송해요, 김 선생님.”
김원국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니, 왜?”
“제가 은혜를 원수로 갚았어요.”
리첸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야, 리첸.”
“약 때문에. 탐 람은 우리가 먹을 약을 하루분밖에 주지 않았어요. 그리고 매일 물어볼 것을 시키고 나서야 약을 주었어요.”
그녀는 아이가 엄마한테 이르는 것처럼 말했다.
“그이와 같이 병원에 가기로 했어요. 나으면 절 방송국에 다시 출연시켜 준다고 했어요.”
“…….”
“우리 그인 지금도 치료받고 있나요?”
“…….”
“이제 우리가 나으면 남들처럼 살 거예요. 전 그이를 이용한 것이 아니에요. 그일 만나시면 제가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전해주세요.”
“그러지.”
리첸은 갑자기 숨을 헐떡였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두 팔과 다리를 심하게 떨었다. 눈동자가 충혈되어 있었다. 김원국이 놀라 몸을 일으켰다. 이형구가 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곧 간호사가 들어오더니 김원국의 등을 밀었다.
김원국은 수용소를 나왔다. 밖에 세워둔 차에 타려던 그는 잠시 수용소를 바라보았다. 장민애의 얼굴과 리첸의 얼굴이 겹쳐 보이고 눈앞이 흐려졌다. 리첸에게는 홍성철이 살아 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아무리 기억이 무뎌지고 의식이 죽어간다고 해도 그들의 처절한 사랑은 남을 것이다. 한 사람이 죽으면 다른 사람의 가슴에 두 배로 남을 것이다.
그러자 홍성철은 외롭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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