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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432쪽 | 392g | 128*188*20mm
ISBN13 9791158101787
ISBN10 115810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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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언재호야
출간작으로 『애인- 그를 사랑하다』,『오만과 건어물』,『마장동칼잽이와 불편한 진실』,『K & J』,『달콤하지 않아도 괜찮아』,『오후를 견디는 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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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혼녀니까 키스 정도는 해 봤겠네요?”
“그렇겠죠.”
주인 여자하고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은 승우는 불판에 남아 있는 고기를 클리어하고 사라질 생각으로 정원의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요즘은 어떻게 합디까?”
참, 어이없는 질문이었다. 뭐 예전하고 다르나? 승우도 술김이었다. 술에 약한 그가 마신 독주가 혈관을 콸콸 흘러 다니고 있어서일 뿐이었다.
“다 똑같겠죠. 누군 뭐 다르게 합니까? 그냥…… 입을 맞추고 그다음에 혀를…….”
이라고 말하면서도 황당했다. 이게 대체 무슨 노릇이래.
“그런가? 누구나 다 똑같나?”
“그렇겠죠.”
“그럼 나하고 키스나 좀 해 봅시다.”
“네에엑?”
남자는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미쳤습니까? 술 취했어요?”
이 경우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하는 대사는 저쪽에서, ‘아니, 미친 거 아니에요?’ 하는 대사는 이쪽에서 하는 편이 어울리는 거였다. 그러나 지금 정원에게 필요한 건 실전이었다. 정말 좋은, 리얼한 글을 쓰고 싶은 작가의 열정뿐이었다.
“안 취했다고는 말 못 하겠지만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지금
딱 키스 신에서 막혔단 말이죠. 자자, 이리 와서 앉아 봐요, 도망가지 말고. 내 말을 들어 보라니까요.”
“저기…….”
그러나 남자는 말을 듣지 않으려 했다.
“내가 필요한 건 마우스 투 마우스에서 나오는 정확한 각도. 혀를 휘둘렀을 때 닿는 면적. 혀가 엉키는 속도와 강도…….”
“저기 죄송합니다만, 제가 좀 피곤해서…….”
마음이 급한 정원이 덥석 남자의 팔뚝을 잡았다. 아직도 불판에서 피어오르고 있는 돼지 지방이 섞인 열기와 함께 독한 도수의 알코올이 만들어 내는 인체의 급속한 혈액순환 덕에 뜨끈뜨끈해진 그의 팔뚝에서 오롯이 소름이 돋고 있는 것 따윈 정원이 알 바 아니었다.
“딱 한 번만 리얼하게 해 보라니까요. 내가 그쪽 약혼녀다…… 3년 만에 영국서 온 약혼녀를 만나 그녀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서 내 마음을 내보여 보자, 하는 그런 열의로다가…….”
“으악, 안 됩니다!”
그러나 그건 말뿐이었다. 과하게 달려든 여자에 의해 바닥에 대자로 넘어진 그는 제가 있는 곳이 불판 위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제대로 안 하면 밤새 해야 할지도 모르니까 딱 한 번만 제대로 해 보라고요. 알았죠?”
어느새 남자 위에 올라탄 정원이 히죽히죽 웃으면서 말했다.
“레디?”
“아, 저…….”
“각도! 순서! 머릿속에 각인하고. 내가 나중에 책 내면 작가 후기에 셋방 총각 땡큐 베리 마치라고 넣어 준다니까요. 자자, 열과 성을 다해서!”
“미, 미쳤어요? 소리 지를 겁니다!”
“뭐, 경찰이라도 부르게요? 경찰이 누구 말을 믿을 것 같아요? 이 가녀린 여인네와 당신처럼 장신의 건장한 남자가 술 먹었다고 하면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 생각할지 뻔할 뻔자지!”
그건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숏 팬츠에 헐렁하다지만 얇은 반팔 티셔츠만 입은, 글래머러스한 데다 100% 쌩얼인데도 불구하고 화장을 떡칠한 여자보다 훨씬 괜찮은 페이스를 가진 여자가 멀쩡한 남자 위에 올라타고 있었다.
게다가 고기에 술까지 들어간 상황. 더 기가 막힌 건!
“딱 한 번만 제대로 하자니까. 주인 여자라 생각하지 말고 내약혼녀다, 생각하고. 그게 아니라면 이 작가님의 소설을 위해서 한 몸 바쳐 살신성인하겠다, 라는 취지로다가.”
“정말 미안합니다만…… 그게…….”
“약혼녀한테는 비밀로 해 줄게요. 자, 기억을 잘 더듬어서 혀를 어떻게 했었는지, 혀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더듬었었는지, 혀끝에 느껴지는 느낌이 어땠는지, 혀가 과연 잇몸이나 어금니까지 더듬었었는지…… 내가 제일 궁금한 게 이거예요. 그냥 혀와 혀끼리 어찌 저찌 했다, 라고 쓰면 되는데 꼭 썩을 것들이 소설에 치열을 더듬었다든지 뭐 어쩌구저쩌구하니까. 아니, 상대가 충치가 있으면 뭐 그것도 느껴지나? 그렇죠? 그럴 수도 있을 거 아냐. 구강 구조를 탐색하는 게 아니라 혀에서 느껴지는 감정이 중요한 거 아닌가? 그러니까…….”
여자의 횡설수설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저기,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제발 좀 제 위에서 내려가 주시겠습니까? 제발…….”
남자의 목소리는 울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정원에게 들린 건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말뿐이었다.
“아! 당연하죠. 맞다. 내가 필요한 건 누운 게 아니라 앉아서. 아니, 뭐 서서 하는 게 필요한데 다리 아프니까 앉아서라도. 자, 일어나요.”
뭔가 아주 많이 잘못됐다. 겨우 여자의 매끈한 둔부와 다리사이에서 빠져나온 그는 시뻘게진 얼굴을 하고 머릿속으로 그녀를 생각해야 했다. 사랑스러운 에일리, 제게 수줍게 이야기하던 에일리, 그 하이델베르크 호텔에서의 밤…….
“자! 준비되셨습니까? 열과 성을 다해서! 레디!”
적어도 이라도 닦고 나서 해야 하는 거 아닐까. 방금 전에 이 여자도, 자신도 배달 삼겹살집에서 성의 없이 슬라이스 한 비썩 마른 마늘 조각을 잔뜩 집어넣고 파절이까지 꾹꾹 쑤셔 넣은 쌈을 하나씩 먹은 게 기억났다.
우엑……!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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