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노는 밤 11시경에 도착했다. 이미 술을 약간 마신 탓인지, 그는 댓바람에 이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어했다. 자리에 채 앉기도 전에 그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올더스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에서 놀랍도록 정확하게 미래를 예언했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 정확함에 놀라게 돼. 그가 그 책을 쓴 것이 1932년이야. 그 점을 생각하면 헉슬리는 정말 굉장한 작가지. 그 이후로 서구 사회는 줄곧 그 모델에 다가가려고 노력해 왔어. 우선 출산에 대한 통제가 갈수록 정확해지고 있어. 이런 경향이 계속되면 언젠가는 생식과 섹스가 완전히 분리될 것이고, 인류의 재생산이 안전성과 유전학적 신뢰성이 완전히 보장되는 실험실에서 이루어지게 될 거야. 그러면 가족 관계가 소멸하고 혈연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겠지. 또 의약의 진보 덕분에 젊은이와 늙은이의 구별이 점차 사라져 가고 있어. 헉슬리가 묘사한 세계에서는 60대 노인이 20대 젊은이와 똑같은 외모와 욕망을 지니고 똑같은 활동을 해. 그러다가 노화에 맞서 싸우는 것이 불가능해지면 자유롭게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어. 고통받지 않고 아주 조용하고 빠르게 죽을 수 있지. 『멋진 신세계』에 묘사된 사회는 비극과 극단적인 감정이 사라진 행복한 세계야. 성적인 자유가 완벽하고, 개성을 꽃피우거나 쾌락을 추구하는 데에 아무런 장애가 없어. 우울증과 슬픔과 회의를 겪는 순간들이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런 문제는 항울제나 항불안제 같은 약을 복용함으로써 간단히 해결할 수 있어. 〈1세제곱센티미터의 약으로 열 가지 감정을 다스리는〉 진보가 이룩되거든. 그 세계가 바로 오늘날 우리가 열망하는 세계, 오늘날 우리가 살고 싶어하는 세계가 아니겠어?」 --- pp.230~231
「그래도 상당히 독창적이에요. 전혀 무겁지도 않고요. 게다가, 당신은 인종 차별주의자이기는 해도 반유대주의자는 아니더군요.」 그러면서 솔레르스가 다른 대목을 가리켰어. 〈서구 사회에서 흑인이 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건 유대인들 뿐이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지성과 죄의식과 수치심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서구 문화에서 유대 인들이 죄의식과 수치심을 바탕으로 만들어 낸 것에 필적하거나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흑인들이 유대 인들을 유독 미워하는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