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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골퍼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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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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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1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81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95180518
ISBN10 89951805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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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골프의 변덕스러운 속성을 잘 알고 있다. 잘못해서 엉뚱한 곳에 빗맞은 공은 되튀어 바로 그린 위에 올라갈 수도 있지만 러프로 빠져 물 곡에 퐁당 빠져버리기도 한다. 난 골프를 치기 전에 캐디를 하면서 그걸 확실히 알았다.

1965년 여름이었다. 고등학생이던 나는 아카시아라는 이름의 컨트리 클럽에서 캐디로 일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캐디는 두 계급을 나누어졌다. 그 기준은 얼마나 많은 손님들이 그 캐디를 찾느냐였다. 그리고 그건 라운드가 끝난 후 손님들이 내게 되어 있는 평가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공식적인 기준에도 불구하고 결국 캐디의 운명은 캐디 마스터의 변덕에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우리 캐디 마스터는 20대 초반의 붉은 머리 청년이었다. 난 아첨 떠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엇다. 5년 경력을 자랑하는 나는 이미 최상급 캐디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운이 좋은 날이면 라운드를 세 번 돌 수 있었다. 중간 중간 골퍼에게 적절한 충고를 해주면 두둑한 팁을 대가로 받았다.

그러던 어느날 불행이 닥쳤다. 아침 일찍 캐디 대기소로 향하는 언덕을 오르던내 귀에 쨍그렁 유리 깨지는 소리와 함께 욕설이 들렸다. 급히 다려가 보았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고 위스키 병만 나뒹굴고 있었다. 경황없이 유리 조각을 몇개 집어들었을 떄 코 앞으로 화난 캐디 마스터의 얼굴이 다가왔다. 난 놀란 탓인지 제대로 상황을 설명하지 못했고 덕분에 순식간에 누명을 뒤집어 쓴채 최상급 캐디에서 최하급으로 강등당하고 말았다. 언덕에서 굴러내리는 골프공처럼 나도 바닥으로 추락한 셈이었다. 덕분에 자유 시간이 ㅁ낳아 졌다. 난 차례르 ㄹ기다리면서 미친 듯이 책을 읽어댔다. 당시 내 침울한 심사는 카뮈나 사르트르 같은 프랑스 실존주의자들에게 빠져들기 딱 알받았다. 그 때 아카시아 클럽에서 난 완전한 이방인이었다.

9월 초, 클럽 챔피언십 대회가 여렸다. 캐디가 부족한 판이었으므로 나도 동원되었다. 실버만 부인은 굳이 나를 캐디로 쓰겠다고 고집했고 엄청난 부자였던 부인의 말은 아무도 거역하지 모했다. 엘리노어 루즈벨트 여사를 닮은 실버만 부인은 실력이 상당했지만 우승권에서는 멀었다. 하지만 그날 부인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최상의 기량을 발휘했다. 마지막 18번 홀에 이르렀을 때 미풍이 불고 있었다. 나는 6번아이언으로 풀스윙을 하라고 조언했다. 부인은 완벽한 샷을 날렸지만 그만 벙커에 걸리고 말았다. 난 섣부른 조언을 후회하며 그해 여름의 불운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모양이라고 속으로 한탄했다.

실버만 부인이 샌드 웨를 휘둘렀다. 공은 깃대에 맞고 떨어져 기적적으로 홀 컵에 들어갔다 일등으로 클럽 챔피언이 되었다. 축하연이 끝난 후 실버만 부인이 100달러 지폐 한다발을 손에 쥐어 주었다. "대학 등록금에 보태렴." 난 그날 아카시아 클럽을 영원히 떠났다. 1965년의 여름과 존재론적 회의, 캐디 일을 모두 함꺼번에 접어버린 것이다. 주머니 속에서 사각거리는 지폐들과 함께 빗맞은 공이 가져다준 행운을 만끽하면서 말이다.
pp.137~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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