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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흘러간 길

별들이 흘러간 길

: 나에게로 가는 산티아고 순례길

리뷰 총점9.8 리뷰 13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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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462g | 140*200*20mm
ISBN13 9788967820350
ISBN10 896782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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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승미
서른일곱에 벼랑 끝에 섰다가 교회의 불 켜진 십자가 수를 세느라 살아있었다. 마흔넷에 세상 끝에 서서 파로의 빛으로 흔들림 없는 화살표 하나를 얻었다. 시인과 철학자를 흠모하고 과학자를 동경하며, 소설을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한다. 신과 우주와 신화, 그리고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해 관심이 많다. 뒤늦게 혼자 노는 법을 알아내 홀로 떠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나마나한 소리를 싫어해서 말수가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속마음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매순간을 사랑하고, 코드가 맞는 이와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목이 쉴 때까지 떠들어댈 줄도 안다. 지속가능한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가 신이 차려준 만찬이라고 생각하여 맛이 있든 맛이 없든 감사하게 받아먹으며 살고 있다. 전남 해남 출생. 명지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석사 졸업, 1994 광주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현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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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삶입니까? 죽음입니까?”
그 질문이 돌멩이처럼 날아와 내 뒤통수를 쳤다. 나는 그곳에서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는 검은 바닥에서 몸을 일으켜 힘껏 날아올랐다. 저 눈부신 바깥세상 속에서 누군가, 무엇이, 아마도 신께서 나를 부르고 계신다. 너 어디에 있느냐고. 나는 그 물음에 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를 찾으러 가야겠다.

피레네는 나의 상상과 너무나도 큰 괴리를 보이며 나를 위협했다. 마치 난산의 자궁문처럼 나를 쉬이 내보내려 하지 않는 듯했다. 죽을힘을 다해 걷다가 잠시 앉아서 쉬고 있으면 지나가는 순례자들이 괜찮냐며 한마디씩 물어왔다. 심지어 어떤 노인은 내 가방을 들어주겠다고 했다. 난 고맙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며 사양했다. 사실 이 피레네만은 내 짐을 오롯이 내 몸으로 견디며 한 걸음도 거저먹지 않고 온전히 내 몫을 치러내고 싶었다.

1.5유로, 우리 돈 2천 원 조금 넘는 싼 가격에 두 손 가득 푸짐한 싱싱한 체리를 먹을 수 있다니. 행복은 봄바람처럼 나를 맴돌며 언제나 내가 느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카미노를 걸으면 순례자들끼리 눈빛만 마주쳐도 통하는 느낌이 든다. 특히나 험한 구간에서 마주치는 눈빛은 남다른 애정이 담겨 있다. 지나치며 인사만 건넨 사람이라 할지라도 같은 날 같은 길을 걸었다는 기억 하나만으로도 우린 이미 아는 사람이 되어있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지켜주고 계신다는 믿음은 항상 나 자신을 지키려는 의지를 샘솟게 했다. 결국 그런 의지로 스스로를 지켜낸다면 내 안녕으로 인해 하느님의 영광이 더 드러날 것이었다.

우리가 할 일은 용기를 내는 것뿐이야! 자기 자신을 위해 용기를 내는 일. 미안해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서운한 건 그 사람 일이고, 그 사람 몫이야. 네 도움이 오히려 그 사람을 나약하게 만들고 있을 수 있어. 넌 네가 하고자 하는 일을 해. 아무도 널 원망하지 않아.

아침에 길을 나서면 오전 내내 자신의 그림자를 보며 걷게 된다. 우리가 향해 가는 최종 목적지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성당,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다.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 결국 자신의 그림자를 직시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때 우린 죽음 너머 새로운 삶의 시작을 맞아들일 수 있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그렇게 흘러간다는 걸 기억해. 어머님 일도 걱정하지 마. 모든 일들이 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 우리가 품은 뜻을 돕기 위해 흘러가게 되어 있어.

그렇게 감사한 거 일일이 갚으면서 어떻게 살아? 그러지마. 누군가로부터 받으면 다른 누군가에게 갚는 거야. 그래야 사랑이 돌고 돌아 세상을 적시는 거야. 그게 하느님 뜻이야.

“티아! 거기서 뭐하는 거야?” “애벌레를 돕고 있는 중이야.”
“가만히 팔짱끼고 있는 게 돕는 거야? 도와주려면 애벌레를 번쩍 들어서 저만큼 옮겨주지 그래?”
“그건 애벌레가 원하는 게 아냐. 그냥 끝까지 지켜봐 주는 게 애벌레를 도와주는 거야!”

서두를 필요 없어. 누가 빨리 걷고 느리게 걷는 게 무슨 상관이야? 안 그래? 뭘 할까, 뭘 볼까, 어디까지 갈까? 아무것도 고민할 필요 없어. 그냥 걸으면서 즐겨.

많은 사람들이 화살표를 보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것 같아. 어제만 해도 난 내가 스무 살 무렵 내겐 화살표가 없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너의 말을 듣고 보니, 없었던 게 아니라 내가 보지 못했던 것 같아. 난 이제야 화살표를 보게 된 거야! 내 나이 마흔넷에 말이야!

나와 아케미는 정반대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라고 자주 물었다. 반면에 아케미는 끊임없이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에 집중했다.

카미노를 꿈꾸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다. 무언가 얻고자 하면 얻을 것이고, 자기 자신과 대면하고자 하면 대면하게 될 것이고, 비우고자 하면 비우게 될 길이 바로 카미노라고.

누군가에게 신은 곧 세상 그 자체일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바로 나일수도 있지. 꼭 말로 하느님을 찾지 않아도, 삶이 이끄는 대로 순종하며 성실히 사는 삶이 곧 신앙이 아니겠어?

난 오랫동안 돌덩이 같은 내 껍질에서 깨어 나오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 돌덩이가 깨지는 소리를 들었고, 그 속에 의연하게 앉아있는 한 존재를 보았다. 베드로 신부님이 주일학교 교사들에게 주신 예수님 액자 속 그분이 튀어나온 듯한 형상. 그분을 뵙는 순간 바위산이 와그르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깨진 바위틈새에 서서 홀로 흐느껴 울었다.

두려워하는 이에겐 두려워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믿는 이에겐 그가 믿는 일들이 일어난다. 난 내가 믿어온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아왔다. 모든 것이 주님의 뜻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그 와중에 열 개의 발톱이 모두 썩어서 떨어져 나갔고, 새 발톱이 자랐습니다. 무게는 12킬로그램이 줄었습니다. 몸이 건강해지고 있었습니다. 나는 알고 있습니다. 가장 거룩한 주님의 성전인 내 몸이 보수되고 있음을. 그분께서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그 상태로 되돌리고 계신 중임을. 내가 다시 태어나고 있음을.

어둠 속에서도 화살표는 언제나 거기 있습니다. 우리에겐 스스로의 빛이 필요할 뿐입니다. 빛이 없으면 화살표가 있어도 보지 못합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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