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마을만들기의 현대적 의미
‘마을만들기まちづくり’라는 단어는 일본의 독자적인 문화배경 가운데 출현하였다. ‘마을만들기’ 단어만큼 넓고 특유한 개념을 지닌 단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발전시켜 온 ‘마을만들기’는 우리들의 자랑인 반면, 동시에 고유의 문제점도 확실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전후 고도경제 성장기의 부작용은 대도시권에서 떨어진 중산간지역이나, 도시권에서도 인접한 주거환경 및 지역 커뮤니티 등 상대적으로 ‘약한 지역’에서 여러 문제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사회가 유효한 정책과 제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 풀뿌리 수준의 저항과 문제제기, 더 나아가 운동으로까지 전개되었다. 이 때 ‘주민의 주체성’을 기반으로 한 ‘참획 체제’의 구축이 큰 목표였다. 달리 말해 마을만들기의 실천을 통해 그것의 실현을 기대했던 것이다. 이런 움직임의 첫 키워드는 ‘참여’였다. 이후 이어지는 협업으로의 형태 변화 그 자체가 마을만들기 실태의 변천과 발전을 구현해 왔다. 현재의 ‘마을만들기’는 더욱더 다양하게 실천되고 있다.
오늘날 ‘마을만들기’에는 ‘다양한 주체의 참획과 협업’이 기본개념으로 포함된다. 지금이야말로 ‘마을만들기’라는 단어에는 개별과제의 해결만이 아닌, 지역사회운영을 다양한 주체가 협업하여 감당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 책의 테마인 ‘지역협업의 마을만들기’는 현대사회가 지향하는 마을만들기의 방법을 제안하고 있고, 이 책은 지역협업이 보다 조직화된 파트너십의 체제를 구비한 종합적인 지역사회운영과 마을만들기’에 관하여 그 이론과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시민사회가 주체적으로 계획과 결정에 참획하는 ‘참여 마을만들기’의 시대를 거쳐 다양한 주체의 협업에 의한 다양한 프로젝트의 대처를 통해 종합적인 지역운영을 지향하는 ‘파트너십의 마을만들기 및 지역운영’으로 전개되어 왔다. 여기에서는 일본 마을만들기의 역사를 개관하고, 특히 그 가운데 배양되어 온 마을만들기의 조직과 그 관계의 분석을 통해 이 책이 다루는 과제를 도출한다.
2. 향후 마을만들기의 과제
필자는 마을만들기의 발생에서 현재까지의 역사를 3세대 전개과정으로서 설명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80년대 초반에 발생한 ‘이념과 저항의 제1세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의 ‘실험과 테마의 제2세대’, 그리고 90년대 후반 이후에 시작되는 ‘지역운영의 제3세대’이다. 즉, 이 제3세대야말로 ‘지역협업의 마을만들기’가 본격적으로 전개하는 시기로, 제1세대와 제2세대의 성과를 계승하고 종합적인 지역사회의 운영을 지향한다.
이 책이 취급하는 과제는 아래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다양한 마을만들기 주체가 출현한 지역사회에서 각 조직이 어떤 형태로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가에 대한 것으로 특히 시민섹터의 조직론에 관한 검토이다.
자원봉사 성격의 시민섹터는 NPO로서 법인격을 가질 뿐 아니라, 임의조직 및 사회조직, 제3섹터 등의 조직형태를 취할 수도 있고, 그 범위도 보통의 마을만들기 활동에서부터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전개까지 다양하다. 이에 다양한 조직형태, 사명 및 역할, 현대사회에서의 의의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과제는 ‘마을만들기 조직’에 관한 이론적 해명이다.
둘째, 이들의 다양한 주체가 지역사회에서 구성하는 관계와 구조에 관한 검토이다. 다양한 주체간 협업 관계 즉, 지역협업의 단계가 진행되어 다양한 파트너십 관계가 조직 구성된 지역사회에 있어 ‘마을만들기 조직의 포진布陣’에 대한 검토이다.
예전 초나이카이의 실패를 의식해서인지 일본 현대사회는 지역사회에서 자치조직을 일률적으로 제도화하지 못한 채, 여러 마을만들기의 실천 중 다양한 자치조직, 마을만들기조직, 자원봉사조직이 출현했다.
그 다양성이 마을만들기 전개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오히려 마을만들기 자원으로써 가치가 훨씬 높았다. 개개 참여자가 지역사회 가운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각적인 행동과 역할을 발휘한다면, 그 다양성은 현대 지역사회에 크게 공헌할 것이다.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다양한 참여자의 위치와 행동을 위한 좋은 조합을 밝혀내는 것이다. 바꿔 말해, 마을만들기 과제에 대응하여 파트너십의 형태(포진)에 대한 검토, 더 나아가 보다 광범위한 지역운영의 포진에 대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 있어 다양한 파트너십의 포진, 즉 ‘마을만들기 조직의 포진’에 관한 검토가 두 번째 과제이다.
셋째, 이 파트너십의 포진에 의한 마을만들기가 ‘무엇을 창출하는가’에 대한 검토이다. 마을만들기가 의미 있는 성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조직론만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목표와 프로그램을 그 조직형태 및 파트너십 포진과의 관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즉, ‘마을만들기 프로그램’에 관한 설계론적 과제이다. 이는 ‘계획 프로세스’의 프로그램이고, 마을만들기 프로젝트(사업이나 일, 혹은 행정의 용어라면 사무 등을 포함)의 프로그램이며, 또는 포진이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아직 방향성이 확실치 않아 마을만들기가 여기까지 해야 하는가 의구심이 들지 모르지만, 이러한 과제에 대한 명확한 답이 준비되어져야 마을만들기가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넷째, 위의 것을 종합하여 지역에서 마을만들기를 실행하는 방법으로, 제3세대 마을만들기에서 요구되는 ‘지역사회운영’에 관한 검토이다.
앞으로 마을만들기는 개별과제를 해결하는 테마형 마을만들기를 뛰어넘어, 개별과제에 대한 대응 및 연대에 의한 상승효과를 창출하고, 공간디자인만이 아닌 복지 및 지역경제, 교육 등 소프트 및 하드의 성과를 포함한 종합적인 지역사회의 운영을 목표로 한다. 이 책을 정리한 연구그룹의 공동연구에서도 그 성과가 아직 당초 가설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그 틀과 실험적인 노력에 관해 보고하고 공유하고자 한다.
이 책은 이상의 4가지 과제에 관하여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진행해 온 공동연구의 성과를 기초하여 정리한 것으로, 다양한 마을만들기 조직, 행정 등과 협업하여 사회실험을 반복하면서 지역에 적용하며 그 결과를 분석함으로서 새로운 방법을 검토하였다. 또한 지역에 피드백하는 ‘액션리서치Action Research 방법’으로 마을만들기 지원을 통한 실험적인 이론과 방법론 연구의 성과를 정리하였다.
__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