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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향해 쏴라

내 심장을 향해 쏴라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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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1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704쪽 | 1074g | 148*218*51mm
ISBN13 9788965703143
ISBN10 89657031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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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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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빈 (본명 : 박선옥)
영문학 박사, 번역가. [버지니아 울프의 은유]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고 영국 노팅엄 대학에서 박사 후 연구를 했다. 동국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영어를 가르치다가, 이빈 영어 연구소를 사랑방 삼아 가까운 사람들과 영어와 번역, 글쓰기에 관하여 생각을 교류하고 있다. 햇살이 좋은 날 강아지를 따라서 동네 호숫가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비 오는 날 마음이 맞는 친구와 커피 한잔을 손에 들고 산책하는 것도 좋다. 번역서로 《내 심장을 향해 쏴라》 《나무의 회상록》 등이 있으며, 언젠가는 번역이 아닌 영어소설을 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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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야기를 해야겠다. 이것은 살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육신의 살해와 영혼의 살해, 비탄과 증오, 그리고 복수의 살해다. 그 살해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형태로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서 어떻게 인생을 바꿔놓으며, 그 유산들이 어떻게 우리를 둘러싼 세계와 역사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지 말하려 한다. 이 이야기는 또한 폭력과 살인이 어떻게 끝이 나는지-만일 정말로 과연 끝이 난다면-말해준다.
나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 살인자의 동생이다. 그의 이름은 게리 길모어.
그는 현대 미국의 범죄자 중에 누구보다도 역사적인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 p.17-18

형들의 사진을 들여다본다. 그 사진들은 우리 가족이 남긴 낡은 스크랩북에 있는 그 어떤 사진들보다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형들은 사진 속에서 카메라를 향해 총을 들고 서 있다. 그들이 함께 공유하고 있는 세계가 느껴진다. 그들만이 속해 있는 세계.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꼬마 무법자들의 거친 포즈가 아니다. 그들이 함께 지내면서 이런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순간이 얼마나 될까,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했을까 하는 생각이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내가 어렸을 때, 그들이 그런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물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이 있으리라. 어쨌든 그 사진 속의 미소는 나에게 하나의 미스터리이다. 그 미소는 나에게,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 가족의 삶, 오늘날까지 그 어느 누구도 말해주지 않은 그들만의 삶이 있었다고 말해주고 있다. 나는 사진 속의 얼굴들을 보면서 증오를 느낀다.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 그 사진 속에서 그들은 나를 끼워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를 같은 가족의 일원으로 끼워주지 않은 것이 원망스럽다. 그 대가가 아무리 끔찍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 p.33-34

방금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 책의 살인자가 태어난 것이다. 그는 지금 커다란 푸른 눈과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 아기이다. 그 아기는36년이 지난 후 두 남자를 죽이고 사형수 감방에 앉게 될 것이며, 미국 역사에서 유일하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주장함으로써 악명을 떨친 살인자로 기억될 것이다. 그때 그의 푸른 눈을 들여다본다면 그 속에서 사람의 마음 깊숙이 감춰져 있는 본능을 건드리는 섬뜩한 시선을 느낄 것이다. 그것은 날카로우면서도 죽음이 느껴지는 눈빛이다. 또한 죽음이 결코 두렵지 않다는 표정이다. 자기 몸에 부딪히고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아니 꼭 그런 핑계 따위 대지 않고도 상대를 죽일 수 있는 사람의 표정 말이다. 아기의 눈빛이 살인자의 눈빛이 되기까지, 그 사이에는 파멸의 역사가 있다.
--- p.171

게리 형에 대한 나의 최초의 기억은 이렇다.
내가 서너 살쯤 됐을 때 일이다. 더운 여름이었는데, 나는 포틀랜드의 우리 집 앞마당에서 놀다가 목이 말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주방에는 어머니와 프랭크 형과 게일렌 형이 식탁에 앉아 있었는데, 그 옆에 낯선 사람이 하나 있었다. 짧은 갈색 머리에 푸른 눈빛을 한 소년이,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았다.
“누구예요?” 나는 그 낯선 사람을 가리키며 물었다.
식탁에 앉아 있던 가족들이 모두 웃었다. “네 형 게리잖니.” 하고 어머니가 말했다. 어머니는 어리둥절한 내 표정을 본 모양이었다. ‘게리형이라고?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사람이야?’ 하는 표정 말이다. 어머니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게리를 그동안 뒷마당에 있는 차고 옆에 묻어놨었어. 이제야 파서 꺼내온 거야.” 모두들 또 한바탕 웃었다.
사실 게리는 지난 1년 동안 소년교화소에 있었지만, 아무도 내게 사실대로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그후로 몇 년 동안, 나는 게리 형을 이렇게 생각했다. 뒷마당에 묻혀 있다가 다시 나온 사람.
--- p.226-227

일순간, 희망은 산산이 흩어지고, 그다음에는, 그토록 두려워하던 일이 이미 벌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그 두려움의 장면을 낱낱이 가슴에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도. 이제는 늘 가슴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세상에서, 증오하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 마지막 순간, 이 모든 생각들이 내 머리를 스쳐갔다. 그리고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얼굴이 일그러지면서, 어머니가 울부짖었다. “오, 하느님. 게리, 너 어디에 있니? 어디로 가버렸니?”
--- p.606-607

이모부가 셔츠를 들어서 구멍을 가리켰다. 총알이 옷을 뚫고, 그다음엔 게리의 심장을 파열시키며 지나간 구멍이었다. 작은 구멍이 네 개,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크기로 나 있었다.
“이걸 봐.” 네 개의 작은 구멍과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또 하나의 구멍을 가리키며, 버논 이모부가 말했다. “그것도 총알 구멍이야.”
유타의 관례에 따르면-아마 법도 그럴 것이다.-사격수는 다섯 명을 세우지만, 네 개의 총에만 총알을 장전한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들고 있는 총은 비어 있다. 어느 사격수라도 양심에 걸리는 사람은, 자신이 쏜 총에는 총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위안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장치이다.
그러니 게리의 셔츠에는 구멍이 네 개 있어야 했다. 그러나 다섯 개였다. 유타 주는 그날 아침, 나의 형을 죽이는 일에 한 치의 오차가 일어날 가능성도 허용하지 않았던 게 분명했다.
--- p.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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