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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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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06쪽 | 182g | 138*205*9mm
ISBN13 9791158962432
ISBN10 115896243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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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는 상처에 대하여

언어는 잊어도 몸은 기억하고 있다
몸은 기억하고 있어도 말은 잃었다
소라껍질처럼 웅얼거리는 몸통은 있어도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밑동이 잘린 나무처럼 쓰러지던
그날 이후, 잃어버린 것은 누구인가
놓아버린 것은 무엇인가 어느 곳에 두고 온 것인가
명치끝인가 갈비뼈 언저리인가 가슴께 어디쯤인가
겨드랑이인가 입술 젖꼭지 배꼽 샅 어딘가에서
캄캄한 씨앗 같은 어둠을 품고 햇살을 기다리는 것
소리를 찾느라 붉은 숨결을 고르는 여러 날
들판에 나불대는 무꽃이거나 배추꽃
새벽이슬 같은 냉이꽃이거나 상추꽃
부추꽃이거나 갓꽃이듯이
흔들리면서 발화하는
오래 기다려야 볼 수 있는 꽃,
또는 상처에 대하여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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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삶에서 가장 지독한 것이 기억 속에 존재하는, 아니 아문 기억에 남은 ‘상처의 흔적’이다. 딱지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처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만큼 상처는 힘이 세다. 하지만 상처는 엄연히 과거 속에 존재한다. 다시 말해 인간 스스로 과거에 억압당하며 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럴 수도 있다! 최초의 억압이란 인간 정신의 본질적 요인이므로 평등하다. 그 누구도 회피하거나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상처의 깊이를 따질 이유는 없다. 몸은 치명적 상처를 기록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에 새겨진 상처만이 진정으로 아프고, 또한 치명적일 수 있다. 서정연 시인은 이 일반적인 사실을 애써 숨기거나 미화하지 않고, 오히려 그 상처의 드러냄을 통해 어떤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물론 그것은 시적 진실일 뿐, 갑자기 삶을 환하게 하거나 인생의 가치를 빛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목련의 방식』 은 의미심장하지만, 그 과정은 ‘의미’란 어휘를 무색케 할 정도로 생생하고 참혹하다.

고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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