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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션킹

오션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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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38g | 138*203*30mm
ISBN13 9788994361376
ISBN10 899436137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슬리만 카데르
1985년생. 북아프리카 이민자의 아들로 파리 근교 93지역 센생드니에서 자랐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산타클로스로 분장하는 것을 거부해 해고당한 뒤, 잡역부(조커)로 카리브 해의 호화 유람선에 올랐다. 지금은 유람선 승무원으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쓰고 있다. 그가 바깥세상과 접촉하는 것은 두세 달에 한 번꼴로, 배가 항구에 오래 머물러 하선할 수 있을 때뿐이다. 이 책은 그의 두 번째 작품이며, 첫 소설 ≪왐Wam≫은 현재 영화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역자 : 이수원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3대학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부산국제영화제 월드영화 프로그래머로 재직하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 출강 중이다. 저서로 ≪하루의 로맨스가 영원이 된 도시: 영화로 떠나는 지중해 기행≫, 역서로는 ≪센소 비평 연구≫, ≪발라시네: 르클레지오, 영화를 꿈꾸다≫, ≪카이에 뒤 시네마: 영화비평의 길을 열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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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개미 떼처럼 일렬종대로 서서 ‘킹’ 안으로 들어갔어.
별안간 햇빛이 사라졌어. 리모컨을 누른 것처럼! 왜, 음 소거 버튼 알지? 해 소거 버튼이 있다고 생각해봐. 지금 막 그 버튼이 눌린 거야! 그게 바로 부두에서 배로 넘어갈 때의 효과라고! 광명에서 암흑으로…….
--- p.42

조커라면, 오만 가지 잡일을 하는 막일꾼이잖아! 부르면 어디든지 끌려다니는! 주방 보조부터 화물 창고 정리, 청소, 전구 갈기까지 온갖 개떡 같은 일에! 배 위라는 것 말고는 무슈 라미레즈랑 같은 거! 증오가 일었어. 이 좆같은 상황은 대체 뭐지? 난 웨이터 어시스턴트에 사인했어! 내가 왜 조커냐고!
--- p.64

인간은 평등하지 않아. 평등하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 p.84

근데 진짜 이상하지 않아? 이렇게 하찮은 일을 하는 왐이 오션킹 같은 배를 무너뜨릴 수 있다니! 기계를 망가뜨리는 모래알 한 톨에 관한 얘기를 읽은 적이 있어. 혹은 일을 엉망으로 만드는 나비……. 그 이론 알아? 호주의 나비가 한 날갯짓이 스페인 기차를 궤도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마르세유에 상자를 내려놓으면 후쿠시마 원전이 일본 전역을 오염시키고, 마이애미에서 재채기하면 유튜브에서 독 지네코가 난쟁이랑 듀엣을 불러. 바로 인과론이라는 거야. 난 늘 그게 공상에 사로잡힌 미친 것들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고 믿었지만, 오션킹의 명성에 끼친 나의 영향력을 보니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아.
--- p.101

우리가 쓰는 복도에는 가로세로 2미터짜리 화장실이 하나 있어. 4제곱미터지. 40명이면 최소한 두 개는 있어야 돼. 40명에 8제곱미터도 결코 넓은 건 아니라고! 이제 감이 와? 우리 복도에서 4제곱미터를 절약한 셈이야. 복도가 50개쯤 있으니까, 화장실에서만 대략 200제곱미터의 공간을 빼낼 수 있는 거지!
--- p.106

섞어 앉는 법은 없어. 인도에서처럼. 왜, 카스트라고 있잖아. 태어날 때부터 각자 정해진 자리가 있지. 마하라자들은 이쪽, 불가촉천민들은 저쪽. 바로 그런 느낌이랄까? 아니, 사실은 감방이랑 더 비슷해. 이슬람교도는 이쪽, 프랑스인은 저쪽, 간수는 위쪽, 기술자들은 따로.
이렇게 빡빡한 오션킹에서 거리낌 없이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둘 있어. 우선 선장. 당연한 거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조커! 바로 왐이야! 정말이라니까! 난 어떤 무리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에게 속한다고.
--- p.123

끔찍했던 일들이 라마단 끝나고 먹는 루쿰 같은 맛을 내기 시작해. 심지어 더 하고 싶어지지! 왠 줄 알아? 그 일이 널 날마다 이끌어주기 때문이야. 넌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아. 왜 해야 하는지 알고, 또 어떻게 하는지도 알지. 삶이 확실해지는 거야. 놀랄 일이 없지. 스트레스도 없어! 삶에 틀이 잡히고 넌 즐길 수 있게 돼! 그래서 편해져. 그리고 넌 그 똥 같은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양 하는 거야!
일 속에 빠져버려! 일 자체가 되어버린다고!
바로 이런 식으로 똥 같은 일들이 날 길들였어!
왜냐하면 일이란 건, 그게 아무리 엿 같아도 선물이거든.
생각해봐. 고민할 시간이 없어. 미움을 되새길 시간도 없고. 휴식 시간도 마찬가지야. 더 이상 반성이나 성찰은 없다고. 너무 기진맥진하거든.
그 결과는…… 최고의 가벼움!
에너지가 뇌까지 올라와서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는 거야.
--- p.172

배 밑바닥에서 일할 때 가장 괴로운 게 햇빛을 못 본다는 거야. 때로는 한 차례도 못 보고 3주를 지내기도 해. 햇빛을 대신할 비타민을 섭취하려고 과일을 먹기도 하지. 하지만 해를 못 보면 사람이 돌아버려.
--- p.175

TV를 봐! 남의 출신에 환호하는 그 사회자들 말이야!
그런데 가만 보면, 지들은 내세울 만한 출신 배경이 없어! 있어도 입을 다물거나! 하지만 남들 출신엔 열광하지! 밝히고 싶지 않은 사람을 만나도 계속 말하라며 엉겨 붙어. 남의 출신이 어찌 됐든 자긴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걸 과시하고 싶은 거야. 지들이 관용적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남한테 출신에 대해 말하라고 강요하는 게, 관용적이고 개방적인 사람의 수다라고 생각하는 거지. 진짜 웃기지 않아?
--- p.199

하지만 한 가지는 이해했지. 세 남자가 다시는 육지로 돌아가지 않을 거란 사실. 한 명은 가족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어. 다른 한 명은 자식들과 다퉜고. 나머지 한 명은 주식 시장 위기로 돈을 야금야금 잃었다데. ‘신용 경색’이라나? 그가 웃으며 말했어. 그래서 셋은 협정을 맺은 거야. 여기서 서로 돕기로. 절대 배에서 내리지 않을 거니까. 혹 죽어서라면 몰라도. 생의 마지막 시기를 춤추고, 취하고, 허락되는 만큼 섹스를 하며 살길 바라는 거지. 공기총보다 덜 극단적일 뿐, 일종의 자살 같은 거였어.
--- p.243

그러고는 몸을 돌렸지. 세 발자국 가다가 멈췄어. 어떤 직감. 이놈이 내 걸 다 빼앗아갈 거야! 몸을 반쯤 틀었어. 그를 매서운 눈초리로 째려봤지. 그는 내가 자길 어떻게 아는지 생각하고 있어. 왜냐하면, 모르는 사람한테 그렇게 증오에 찬 눈길을 보낼 수는 없거든.
“If I were you, I would look for another job.”내가 당신이라면 다른 일을 찾아볼 거요.
정말이지, 그는 내 충고를 따르는 게 좋을 거야.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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