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한 정치인 가운데서 오히려 자주 진실한 정치인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들 가운데서 오히려 인간적인 면을 느끼기도 하고, 인간의 길을 보기도 한다. --- p. 37
김낙중 형을 돈키호테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김 형은 나름대로 성실하고 진실하게 살아왔다고 본다. 라만차의 돈키호테처럼 시대와 상황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았겠지만 말이다. --- p. 69
어떤 정치 개념이나 이데올로기를 먼저 정하고 정치 현실에 뒤집어씌울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현실을 면밀히 관찰하여 거기에 맞는 정책 처방을 제시하는 순서가 옳은 게 아닌가. 꼭 어떤 이데올로기에 매일 필요가 없다. 그렇게 매이는 것이 ‘책상물림’이라는 서생(書生) 취향이다. --- p. 84
우리나라가 민주화가 되고, 진보정당이 그래도 몇 석이나마 국회의석을 차지하게 된 요즘이다. 그 이전은 말하자면 전사(前史)시대라고 할 수도 있다. 그 전사시대에 외롭게 고생스러운 일생을 투쟁하며 살다 간 김철 씨를 새삼 떠올리며 추모한다. --- p. 129 그때 장건상 씨를 비롯한 많은 혁신정객들이 군인들이 그들의 생각과 같이 혁신정치를 할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다.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피신할 것을 권유했는데 미적미적하다가 그는 덜컥 구속되어 혁명재판에서 15년 선고를 받고 1968년에야 출옥할 수 있었다. --- p. 140
지금은 아주 옛 일이라 한가롭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죽산이 이승만 정권에 의해 처참하게 ‘사법살인(司法殺人)’ 당할 당시는 살벌하고 무시무시했다. 경찰의 철저한 감시하에 서둘러 장례 절차가 진행되었으며 조문객도 통제되고 망우리 산마루에 갖다가 버리다시피 매장이 된 것이다. --- p. 144
내가 생각이 짧았다. 소견머리가 없었다. 그때는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광주 민주화운동’이라고 공식 지칭되는 ‘광주 학살’의 책임이 있는 신군부의 주체가 있는 자리가 아닌가. 그 앞에서 무엇이 즐겁다고 노래를 부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