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중국을 공부하라 2
선물과 꽌시의 상관관계는 비단 비즈니스 사회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往?예는 주고받는 것이다’라는 중국인의 뿌리 깊은 관념이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의 예는 단순히 물질적인 예물(선물) 외에 비물질적인 예의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중국인들은 오랜 시간을 두고 선물 교환을 통해 친구를 사귄다. 흔히 한국인들은 처음 본 사이에도 “의기투합해 친구가 됐다”는 표현을 자랑스럽게 쓰곤 한다. 중국인들도 겉으로는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그가 나의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오랜 시간을 두고 상대를 관찰한다. 친구라는 확인은 주로 예의와 선물을 주고받으며 이뤄진다. 중국인의 인간관계의 핵심은 ‘체면’이다. ‘상대방에 대한 나의 배려(또는 고려)’와 ‘나에 대한 상대방의 배려(또는 고려)’가 체면의 뿌리다.---「꽌시, 반드시 제대로 알아야 한다」중에서
일단 무조건 만나자. 얼굴이라도 비추고 나서, 5분을 앉았다 나오더라도 부르면 나가서 만나자.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말고, 그 분위기가 힘들어도 나가서 만나는 것이 좋다. 일이 많으면 잠깐 앉았다가 일어나도 괜찮다. 중국 친구들은 당신의 상황을 이해해 주고 오히려 이방인인 당신의 노력에 감동할 것이다. 平?不?香, ??抱佛脚 평소에는 불공을 드리지 않다가 일이 닥쳐서야 부처님의 발을 잡는다. 중국인들은 이런 행태를 아주 싫어한다. 최소한 부탁할 일이 생길 것이 예상된다면, 본론을 꺼내기 전에 미리 일이 없어도 만나 두는 것이 처세의 기본이다. 상대 또한 이렇게 일 없이 만나거나 만나 준 사람의 부탁은 쉽게 거절하지 못한다. ---「꽌시의 시작은 부르면 나가서 만나는 것」중에서
그런데 그쪽에서 “류 상무는 중국도 모르면서 일방적으로 자기 입장만 내세우는 오만한 사람이 아니라 협상할 만한 파트너”라고 말한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었다고 한다. 바로 나와 말이 통했던 A시의 국장이었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그 국장과 나는 구면이었다. (중략) A시의 국장도 당시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상관을 모시고 한국 회사들을 방문하려고 무작정 베이징에 왔다고 한다. 느닷없이 찾아왔으니 당연히 한국 대기업 담당자들은 아무도 만나 주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많은 시간을 내 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괜찮으시면 차라도 한잔 대접해 드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사무실로 찾아온 그와 그의 상사에게 그 지역의 투자 환경에 대한 자료를 건네받고 정말로 딱 차 한 잔만 대접했다. ---「중국에서 불필요한 인맥이란 없다」중에서
꽌시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권력의 재생산 때문이다. 원래는 별 대단치 않았는데 상황이 바뀌다 보니 어느 새 대단한 사람으로 성장한 경우도 많다. 老虎吃?, ?吃?子, ?子吃棒子, 棒子打老虎 호랑이가 닭을 잡아먹고, 닭이 벌레를 먹고, 벌레가 몽둥이를 갉아먹고, 몽둥이는 호랑이를 때려잡는다. (중략) 중국인들은 자신의 체면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체면을 상하게 하는 일을 극도로 경계한다. 따라서 중국인들과 협상할 때 상대방이 “체면 좀 세워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단순히 우리식으로 “좀 도와주세요”라는 상투적 말로 이해하면 큰 코 다칠 수도 있다. 반대로 도저히 협상의 물꼬가 트여지지 않을 때 중국 파트너에게 한 번 꺼낼 수 있는 말이 “내 체면 한 번 세워 주세요”이기도 하다. ---「실리만큼 체면을 중시하는 중국인」중에서
베이징대의 리우쓰띵(?世定, 류세정) 교수는 “중국 사람들의 소통에서 상대방의 체면體面을 고려하지 않는 특별한 경우가 있다. 중국인들은 체면을 고려하는 소통 장애를 보완하는 중국식 대책이 있는데, 바로 장면?面, 상황’의 고려다”라고 말했다. 중국인과 소통할 때 공적인 자리에서 상대방의 체면을 훼손하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 허즈리 선수 사건처럼 중국에서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명예(체면)보다는 대외적인 체면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기억하자. 만약 중국 기업이나 중국인과의 협상 과정에서 소모적인 간접화법을 끝내고 싶다면 공개적인 장면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쪽 협상 대표가 중국 측의 키맨key-man과 단둘이 만나는 것이다. ---「말을 듣는 것보다 상황을 읽는 게 우선이다」중에서
중국인들은 몰라도 모른다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할 수 있냐?”고 물어봐도 “할 줄 모른다”고 얘기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쪽에 인맥이 있냐?”고 물어보면 “내 인맥은 없지만, 내 친구는 그쪽에 아는 이가 있을 것이다” 정도의 대답을 한다. 이런 말만 믿고 있다가 손해를 보게 되면 나를 속였나 보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의도적으로 사기를 치려고 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체면 때문이다. 아는 사람(꽌시로 엮은 사람)이 부탁할 경우 중국인들은 부정적인 대답을 하면 내 체면도 깎일뿐더러 부탁한 상대방의 체면도 상하게 한다고 믿는다. 모르는 사람이 어려운 부탁을 한다면? 당연히 무시하겠지만, 이때도 대놓고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에둘러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상대의 체면을 생각해 중국인들만의 표현을 통해 완곡하게 거절했는데 우리가 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미엔쯔 문화는 때로 정보왜곡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중에서
헐후어는 두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말하는 사람이 앞의 한 단락을 말하면 듣는 사람이 단락을 받아서 말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보자. A가 보기에 B가 쓸데없는 일에 관여하는 것을 보고,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다면 아래와 같은 헐후어가 오간다. / A : 狗拿耗子개가 쥐를 가지고 논다. / B :?管?事쓸데없는 데 신경 쓴다. 쥐를 가지고 노는 동물은 마땅히 고양이어야 하는데, 개 주제에 쥐를 가지고 노는 것은 쓸데없는 데에 신경 쓰는 것과 다름없다.---「중국인과 더욱 깊이 통하고 싶다면 헐후어에 주목하라」중에서
지금은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중국 사람들에게 시계는 선물로 적절치 않았다. 시계는 ‘?表’라고 해서, ‘送?表시계를 선물로 보내다’라는 발음이 ‘送?장례를 치루다, 마지막 길을 보내다’와 유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목시계는 좋은 선물로 이용된다. 장례를 떠올리는 시계는 괘종시계掛鐘로 해석할 수 있으므로(?과 鐘은 같은 글자다), 손목시계手表는 주어도 괜찮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손목시계에는 ?자가 없지 않은가?---「해음, 어렵지만 적극적으로 배워 보자」중에서
중국인의 식사자리에는 ‘저 사람이 여기 왜 있지?’, ‘누군데 저기 앉아 있지?’ 싶을 만큼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사람도 참석을 한다. 둘이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당초 둘이서 약속을 했다고 여겼는데 가보면 다른 사람들, 그것도 여럿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참석한다고 미리 언질을 주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중략) 그들을 만나러 가면서 내가 상상하는 그림이 있다. 내가 도착한 것을 보면 내 친구는 아마도 “봐! 봐! 부르면 오잖아?看看, 他?了”라고 자기 친구들한테 자랑스럽게 말할 것이다. 대부분 내 예상이 맞다. 대신 이런 친구들은 내가 필요해서 부르면 반드시 나타나 주었다. 일종의 교환의 법칙인 셈이다.
---「“식사 한번 합시다”의 힘」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