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철학자 헤겔(G.W.F. Hegel)은 『역사철학(Geschichtsphilosophie)』에서 “대지의 아들로서 특정 민족의 유형과 성격은 그 지리적 위치의 자연유형(Naturtypus)에 따라 규정된다”고 했다. 자연유형은 3가지로 분류되는데, 고원(초원)·평야·해안 지대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해안지대만이 무역을 발달하게 하며 사람들에게 무한한 정복욕, 모험심, 용기, 지혜 등을 심어주어 궁극적으로 인간(시민)의 자유를 자각하게 해준다고 했다. 국가의 주요 활동무대를 어디로 하느냐에 따라 국가의 흥망성쇠와 그 국민의 자유의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지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한 철학자로 한 명이 더 있는데, 바로 하이데거(M. Heide
gger)이다. 그는 ‘땅을 구원하는 사람만이 참으로 그 땅 위에 살 수 있다’고 했다. “땅을 구원한다는 것은 그 땅을 파괴나 폭력적 개발의 위험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의 고유한 본질에 자유롭게 존재케 하는 것”이라고 했다. 땅 자신의 재능과 본질을 드러내 그로 하여금 자신의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케 하는 것이다. 진정한 지도자는 사람뿐만 아니라 땅도 직관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 탁한 연못 속에 이미 고고한 연꽃의 싹이 숨어 있음을 직관하는 자이다.
---「1장 풍수는 철학이다」중에서
나라의 건국 시조는 천년 사직을 염두에 두고, 기업의 창업주는 500년 미래를 생각한다. 당연히 후손들이 딛고 일어서야 할 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생겨난 동아시아 터잡기 예술이 풍수다. 풍수는 문자 그대로 바람과 물이다. 바람은 잡을 수도 볼 수도 없어서 논하기 어렵다. 반면 물은 볼 수도 있거니와 만져볼 수도 있어 구체적이다. 지금까지 풍수를 논하면서 주로 물을 중심으로 이야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196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최대 화두는 근대화(Modernization)였다. 세계 최빈국(最貧國)으로 북한보다 못살았던 남한을 ‘아시아의 새끼 호랑이’로 만들었다. 1908년 최남선이 주창하였던 한반도 맹호론이 한갓 허풍이 아님을 60여 년 만에 역사로 증명한 것이다. (중략) 그런데 지금 우리는 세계화로 나아가지 못하고 몇 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1868년 메이지 유신 직후 일본은 천도를 논의하면서, 후보지로서 기존의 교토, 오사카, 에도(지금의 도쿄) 등을 떠올렸다. 이때 정치인 마에지마 히소카[前島密], 산조 사네토미[三條實美] 등은 ‘수운(水運)의 장래성, 뛰어난 지세(地勢), 국운의 흥성’ 등을 이유로 에도를 수도로 관철시켰다. 오사카도 훌륭한 항구도시이기는 하나 큰 배가 드나들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탈락시켰다. 그들이 말하는 탈아입구(脫亞入歐), 즉 ‘세계화’를 염두에 둔 천도였다.
---「3장 재물의 이동은 형세로 나타난다」중에서
세종시는 본래 노무현 대통령 때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선정된 터였다. 그런 만큼 여러 조건이 고려된 길지였다. 당연히 풍수지리도 입지 선정에 반영되었다. 주산 원수산을 중심축으로 앞으로 금강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땅이었을 뿐 아니라 그 사이에 장남평야라는 드넓은 명당이 펼쳐진 곳이었다. (중략) 그렇게 좋은 땅 위에 세워진 ‘정부 세종청사’의 풍수는 어떠한가? 하나의 건물이 아주 길게 구불거린다. 어지럽다. 청사의 1층은 기둥만 덩그러니 서 있다. 쓸모가 없다. 청사 사방이 모두 유리로 덮여 있어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 동선이 복잡하고 긴 것은 말할 것 없고 어디가 출입구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혼란스럽다.
알 수 없는 운명의 미래를 향해 불안하게 달리는 ‘은하철도 999’를 연상케 하는 건물이다. 작대기로 얻어맞은 뱀이 풀 속을 뛰쳐나와 고통스럽게 꿈틀거리는 타사출초형(打蛇出草形)이다. 공무원들이 편안하게 일을 볼 수 없다. 놀란 뱀을 안정시켜줄 수풀이 필요하다. 추가 공사를 중단하고 이미 완성된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에너지 절약과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 바로 놀란 뱀에게 수풀을 제공하는 것이다. 풍수에서는 이를 비보풍수라고 한다. 정부 세종청사의 ‘급선무’는 바로 비보풍수이다.
---「5장 풍수로 땅을 치료한다」중에서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 문제가 많다고 외국 언론들이 비판한다. 그런다고 아베 총리가 역사관을 바꿀 것인가? 아베 총리의 고향과 선영의 풍수를 살핀 필자로서는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한다. 풍수적 관점에서 아베 총리를 ‘변명’할 것이다.
아베 총리의 고향 야마구치의 한자명 ‘山口’는 문자 그대로 산 어귀를 뜻한다. 산밖에 없다. ‘산골에서 장수(將帥) 나고 들판에서 고승(高僧) 난다’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야마구치는 무인(武人)의 땅이다. 그렇다고 야마구치가 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조선 병탄의 주역을 대거 배출한 하기, 아베 총리의 고향 유야, 그의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의 고향 다부세[田布施] 모두 바닷가다. ‘산은 인물을 주관하며, 물은 재물을 주관한다’는 풍수설을 염두에 둔다면 야마구치 풍수의 대략이 짐작될 것이다. (중략) 주산이 단정하고 후덕하면 풍수적으로 무슨 응험이 있을까? 자기 의견이 타인에게 쉽게 수용된다. 그 결과 입지가 강화되며, 윗사람의 인정을 받게 된다. 다시 주산에서 선영으로 이어지는 내룡을 ‘입수(入首)’라고 하는데, 용이 머리[首]를 들이밀었다[入]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아베 총리 선영과 고택의 입수는 일직선으로 곧장 뻗어오는 이른바 직룡(直龍) 입수이다. 용이나 입수 모두 좌고우면하지 않는 땅기운임을 말해준다.
---「6장 리더의 통찰력이 국운을 좌우한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