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는 ‘몸의 동작이나 몸을 가누는 모양새,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 등으로 정의되어 있다(국립국어원 2015). 이와 같은 태도의 정의를 차용하여 독서태도를 몸짓이나 자세와 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양새에 초점을 맞춰 정의할 경우, 이때의 독서태도는 책을 읽을 때 앉거나 누운 몸의 자세, 책을 쥐는 방법, 책과 눈 사이의 거리와 각도 같은 ‘읽는 자세’를 뜻하는 말로도 사용될 수 있다(이성영 2009, 288).
독서태도를 몸짓이나 자세와 같이 몸을 가누는 모양새에 초점을 맞춘 정의는 독서태도를 몸짓의 관점에 한해서 설명한다. 이러한 관점은 바람직한 독서태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신체적 장애로 인해 독서하지 못한다면 책을 즐겨 읽는 독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설명한다. 결론적으로 독서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독서태도에도 신체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은 안구 운동과 같은 신체적인 활동이 독서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기 때문에 독해력으로 대표되는 독서능력과 신체적 발달을 향상시키는 독서발달과정에서 바람직한 자세 형성을 추구하는 활동을 중요시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독서는 인격 수양과 정서 함양을 위한 교육적 방법으로 해석되어 왔기 때문에 책을 읽는 태도 역시 중요하게 인식되어 왔다. 누워서 책을 보거나 책을 눈에 너무 가깝게 보는 것은 신체적인 활동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관점에서도 부정적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관점은 책과 독서에 대하는 자세로 선현들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서는 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문화에 기인한 관점이다. 이와 같이 독서하는 바른 자세는 아동독자에게 매우 중요한 교육적이고 문화적인 영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처럼 독서태도를 독서자세로만 한정하는 관점은 책을 읽고 느끼는 쾌감이나 책을 읽고 새롭게 구성된 스키마, 읽은 책을 친구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욕구와 같이 독자 내에 일어나는 많은 중요한 변화를 간과하게 된다.
한편 독서태도의 개념에 대한 논의는 대체로 사회심리학의 관점에 근거하고 있다. Alexander와 Filler(1976)는 독서태도를 “독자로 하여금 독서상황에 접근하게 하거나 피하게 하는 독서와 관련된 감정체제(a system of feeling)”라고 정의하였다. McKenna(1994, 18-19)는 독서태도를 “특성상 대체로 정의적이며 신념은 그것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정의하여 느낌 등 정의적 요소를 중심으로 독서태도를 해석하였다. Mathewson(1994, 1131-1134)은 독서태도를 “내용과 목적에 대한 평가, 특정한 읽기에 몰입하려는 것에 대한 느낌, 독서행동을 지속시키기 위한 읽기 준비도”라고 정의하여 인지적 정의적 영역뿐만 아니라 행동적 영역을 포함하여 독서태도를 해석하였다. 이러한 정의들은 독서태도를 사회심리학적 태도의 정의에 기반을 두고 태도의 대상을 독서로 한정하여 정의한 것이다.
그러나 Greenwald(1994, 6)가 태도를 정의할 때, 대상(object) 수준, 범주 수준, 명제 수준과 스키마 수준에 이르는 4가지 수준을 모두 포함시켜 태도 개념을 한정된 수준에서 보다 명확하게 정의해야한다고 한 점에 비추어 보았을 때, McKenna, Mathewson, Alexander와 Filler의 독서태도 정의에는 다양한 상황적 맥락에서의 태도 대상과 태도 대상의 수준을 구분하지 않고 개별적 수준에 대해 추상적으로 기술한 정의가 된다. 예를 들어, 교실에서의 교과서 읽기는 싫어하지만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골라 읽는 책읽기는 좋아할 수 있다. 이는 같은 독서행위라도 이것이 어느 장소에서 어떤 목적으로 독서하는 가에 따라 개인의 독서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상황적 맥락(명제수준)을 고려한 독서태도의 수준이다. 또 만화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아동이라도 동화책을 읽는 것을 싫어할 수 있고, 전래동화를 좋아하는 아동이라도 위인전은 읽기 싫어할 수 있다.
이것은 독서태도의 대상이 되는 책의 유형이나 주제 등(범주 수준)에 따라 아동의 독서태도가 달라질 수 있는 수준을 반영한 것이다. 가령 어떤 아동이 자신과 같이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장인물로 등장하고 학교생활을 중심으로 전개된 동화책을 좋아한다고 하자. 또 이 아동이 고정욱 작가를 좋아한다고 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아동은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좋아할 수 있지만 「민우야, 넌 할 수 있어」는 싫어할 수 있다. 이것은 같은 장르이고 유사한 작품 상황으로 전개된 작품이며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라 하더라도 개별 작품(개별 대상)에 따라 아동의 독서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태도에 대한 대상이 ‘책’일 때 아동들은 그 책이 그림책이거나 만화책 또는 동화책일 때 서로 다른 인지, 정서, 행동의지와 행동 반응을 보인다. 이와 같은 관점은 물리적인 책의 종류에 보다 관심을 가지는 관점이다. 반면에 태도에 대한 대상이 독서라는 독서행동에 초점을 두는 경우는 아동독자의 독서빈도나 독서방법 및 내용 이해 등에 관심을 가지는 관점이다. 그러나 대상에 대한 태도와 행동에 대한 태도가 서로 인지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행동 결정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정세구 1995, 24) 책과 독서의 태도를 충분히 고려하여 독서태도의 개념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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