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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욕적인 사창가

금욕적인 사창가

문예중앙 시선-04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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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48쪽 | 212g | 125*204*20mm
ISBN13 9788927807353
ISBN10 8927807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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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다. 버려진 콘돔과, 무감각한 당신의 마지막 자세가,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덧 오전 6시는 밝아오는가.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고개를 돌려, 남자가 빠져나간 자리의 텅 빈 허공을 감각한다. 바람이 불어오면 그곳에서, 휘파람은 오래전의 유적처럼 흐느끼고 있구나. 어느덧 오전 6시는 다가오고, 거룩하고 성스럽게 아침은, 여전한 어둠을 웅성거린다. 당신의 절정은 언제나 절제되어 있으며, 당신의 어제는 금욕적인 휴일 오전을 예비하며 무감각한 절망에 침묵할 뿐이다. 버려진 콘돔으로부터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비릿한 절정의, 마지막 순간을 반추한다. 느리게 발기되는 성기처럼, 휴일 오전은 쉽게 도래하지 않는다. 정체된 고속도로마다 휴일 오전의 지리멸렬은 시작되고, 당신의 마지막 자세로부터, 열린 창문과 흔들리는 커튼은 이윽고 나른한 오전을 배회하고 싶어진다. 그것은 금욕적인 휴일 오전이고,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금욕적인 모든 관계와 피크닉을 상상한다. 휴일 오전마다의 피크닉은 찬란한 하늘과 금욕적인 해안선의 한 끼 식사를 마련할 것이다. 신파처럼 한 모금의 담배는 피어오르는가. 당신의 마지막 자세만이 침대 위에서 고요히 울음을 터뜨리고 있구나. 그것은 아침상의 생선구이처럼, 혹은 미역국처럼, 그리고 흰쌀밥처럼 홀로 그곳에 남겨진다. 지리멸렬처럼 놓인 수건을 마지막으로 금욕적인 휴일 오전은 비롯될 것이다.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금욕적인 휴일 오전을 위해 바쳐지고, 그것은 비릿한 콘돔이거나 생선구이, 혹은 미역국, 그리고 흰쌀밥.
---「금욕적인 사창가」 전문

당신과 나의 혀가 맞닿으며 오래된 추억은 회고됩니다. 그리하여 파도는 밀려오고, 우리의 파국은 쉽게 감지되지 않습니다. 해변으로부터, 불온한 피를 뚝뚝 흘리는 시신들이 걸어 나오면, 바다의 농도는 이해할 수 없는 피의 문양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당신과 나의 발목에는 피의 문양이 음각되고, 물러설 수 없는 사랑의 파국을 떠올리며 우리의 혀는 감지할 수 없는 어느 지점을 탐닉합니다. 불길함에 발을 담근, 당신의 얼굴은 오래전에 인화된 흑백사진처럼 천천히 사라지지만, 나는 곧 당신이고, 당신의 황폐한 내력을 여전히 나는 서성입니다. 석양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헤어진 연인들처럼 우리는 눈물을 흘립니다. 해변의 석양을 배경으로 나누던 키스는 오래지 않아 소멸에 이를 것이지만, 최선을 다해 우리의 키스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나의 혀가 당신의 혀로 전이될 때, 당신의 절정이 나의 절정으로 환원될 때, 당신은 오래전에 헤어진 애인을 떠올리며 파멸에 이른 오르가슴을 소환합니다. 사랑은 충만하고, 우리의 키스는 입안 가득 말라가며 희미해지는 순간을 더듬습니다. 당신과 키스를 나누며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몸 안의 산소가 희박해지며 새로운 세계는 펼쳐집니다. 당신의 숨과 나의 숨이 맞닿으며, 우리는 기억나지 않는 전생을 영원토록 잊지 못합니다. 전생을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이 난다고, 당신은 속삭입니다. 당신의 혀가 나의 혀를 휘감고, 오래도록 우기雨期는 끝나지 않습니다. 수평선을 위무 慰撫하며 적란운은 피어오릅니다. 해변에는 온몸의 피가 빠져나간, 맑고 투명한 시신들이 명징하게 떠오릅니다. 바다는 이해할 수 없는 피의 문양으로 가득 불길하고, 우리는 키스를 나누며 그 해변을 오래도록, 첨벙첨벙 서성입니다.
---「키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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