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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운드 트래블

어라운드 트래블

: 두 번째 이야기

편집부 | 어라운드 | 2016년 03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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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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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03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420g | 165*215*30mm
ISBN13 9791185420028
ISBN10 118542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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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각자 침낭에 누워 잠을 기다리고 있었다. 피워놓은 난로 안에서 장작 타는 소리가 들렸고, 엄마는 “참 따뜻하고 행복하다.”라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침낭 속에서 말없이 웃었다. 누구도 그때의 내 표정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 아마, 아주 오랜만에 지어보는 유의 미소였을 것이다.
- [엄마를, 엄마는, 엄마의, 엄마와 거닌 몽골] 중에서

익숙한 주변이 눈에 들어오고 작은 불빛의 숙소 간판이 선명히 보였다. 가방에서 열쇠를 찾는 것도 귀찮아 벨을 눌렀고 그대로 방으로 향해 가방을 내려놓고 침대에 누웠다. 만사가 귀찮았다. 밥을 먼저 먹을지, 아니면 샤워를 먼저야 해야 할 지가 그 순간의 가장 큰 고민이 되었다. 결국, 밥을 먹고 샤워를 했다. 여행이라는 건 고민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복잡한 고민을 단순하게 만드는 쪽에 가깝다.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자고, 내일은 뭐 하지?’
- [나는 오늘 하루를 이렇게 썼다] 중에서

여행은 일상성을 잃어버리는 일이어서 그랬을까. 일정이 막바지에 이르면 언제나 내게 여행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건 여행의 만족도와는 상관없는 얘기다. 떠나올수록 남겨진 것들은 짙어졌고, 짙어지는 것들이 그리웠다. 그건 대부분 나의 진짜 생활을 둘러싼 것이었다. 좋아하는 세제 향이 밴 침구, 익숙한 얼굴들, 고양이에게 한쪽을 내줘야 하는 책상처럼.
- [집에서 한 여행] 중에서

왜 그렇게 아침부터 소란을 떨었던 걸까. 터미널에는 호도협으로 가는 버스가 꽤 많았다. 우리 외에 다른 외국인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1박2일 안에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려면 새벽에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데 생각이 닿았다. 그러면서 시간이 많은 우리는 조금 여유를 부려 2박3일로 나눠 협곡을 걷자는 데 합의했다. 게으름은 늘 우리의 무기였으니까.
- [호도협 가는 길] 중에서

자동차 충돌 실험에 사용하는 인체모형을 더미Dummy라고 한다. 공부더미, 일더미, 걱정더미에 묻히다 보면 어느 순간 내 뜻과는 전혀 무관하게 나뒹구는 더미가 된 것 같다. 무기력이 만성이 될 때, 서른은 요란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3년간 다니던 회사를 떠났고, 견고했던 관계는 삐걱댔으며 나는 붕괴하는 현실을 두리번거릴 뿐이었다. 마치 오백 년 만에 깨어난 냉동인간이 된 기분이었다.
- [나인 투 제로] 중에서

문득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졌다. 드디어 스물이 넘고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아빠의 유품이었던 니콘 카메라를 꺼내 들고 여행을 떠났다. 엄마의 울타리 안에 있던 내가 품에서 떠나고자 한다는 걸 엄마는 언제쯤 인지했을까. 그래서 허하고 외로웠을까. 그런 걸 떠올린 건 무려 8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 [울타리 안이든 밖이든 여전히 걱정이지만, 결국 사랑이더라고] 중에서
__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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