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태어나 단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재학 중에는 건국대, 단국대, 영남대, 관동대 등 전국 대학문학상 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끈끈한 ‘문청’ 시기를 보냈다. 1997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중편소설 「반달곰은 없다」가 당선되어 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등단 후 10년 만에 첫 장편인 『외규장각 도서의 비밀』을 발표했다. 그 후 고려대장경을 소재로 한 『천년을 훔치다』, 조선 최고의 예언서를 다룬 『비취록』을 발표해 독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2014년 『걸작의 탄생』으로 제5회 김만중문학상 금상을 수상했다. 『걸작의 탄생』은 허균의 『홍길동전』, 연암의 「허생전」이 태어나게 된 과정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로 담아낸 작품이다. 심사위원으로부터 허균과 연암, 두 지식인의 치열한 시대정신을 정교하게 담아내 서사성과 가독성을 절묘하게 결합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P.26 : 허균은 괴팍하면서도 자유분방한 인물이었다. 조선의 뼈대 있는 명문가 출신인데도 하는 짓거리가 사대부 같지 않았다. 깊은 산속의 절간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중들과 잘 어울렸고 서출과도 허물없이 트고 지냈다. 그런 까닭에 지방 관리에 적을 둘 때마다 사대부와 유생으로부터 수차례 탄핵을 받았다. 조선의 학자나 벼슬아치치고 허균처럼 탄핵을 많이 받은 이가 또 있을까.
P.36 : 『홍길동전』은 허균의 사상이 집약된 소설이었다. 그의 앞선 소설들, 「남궁선생전」과 「장생전」, 「손곡산인전」에서도 『홍길동전』과 유사한 점이 곳곳에 드러났다. 각종 도술 비법이 등장하고 이상국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으며, 신분 차별이 없는 세상을 지향했다. 허균의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하나같이 재능은 있지만 신분이 미천하여 불우한 생애를 보낸 이들이었다.
P.58 : 열하로 가는 도중 하룻밤에 아홉 번 강을 건널 때도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은 그였지만, 궁박하고 찌든 형편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 이제 더 이상 돈을 빌릴 만한 곳도 없었다.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한 것도 계절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가난과 무료함 때문이었다. 가난을 잊고 무료한 일상에서 탈피하려는 연암의 몸부림은 치열하고 처절했다. 어딘가에 집중하고 몰두하지 않으면 그대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