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와 스위스의 공화국들의 투표 방식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 싶다. 100면의 유권자가 있고 후보가 3명 나왔다면, 미움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 후보 A와 B, C가 있을 경우에, A가 34표를 얻고 B가 33표를 얻고 C가 33표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A에 반대하는 표가 66표나 되지만, A가 선거에서 이길 것이다. 이 100명이 어떤 죄수를 놓고 표결을 벌였다고 가정할 경우에 이 투표 방식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들 중 34명은 이 죄수가 사전에 모의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33명은 사전 모의 없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33명은 정당방위로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가정하자. 이런 경우에 죄수는 사전 모의를 하고 살인을 저지른 죄에 해당하는 처벌을 받게 된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이 공화국들 중 일부에서는 언제나 물음을 단순하게 바꿨다. ‘이 죄수는 살인죄를 저질렀는가 아니면 살인죄를 저지르지 않았는가?’ 만약에 3명의 후보가 있다면, 이 공화국들 주민들은 사전 투표를 통해서 3명 중 1명을 배제할 것이다.”
“사회의 문화적 수준이 높을수록 노예제도가 더욱 가혹하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자유와 풍요는 노예들을 더욱 비참하게 만든다. 자유민들의 완벽한 자유가 노예들에게는 최악의 굴레이다.
노예제도의 폐지를 낳은 또 다른 원인은 성직자의 영향이었다. 그러나 기독교 정신은 결코 아니었다. 왜냐하면 농장주들 모두가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이다. 귀족이 하층민에게 행사하던 권력을 약화시킨 요소는 어김없이 성직자들의 권력을 강화했다. 성직자는 대체로 귀족보다 평민에게 더 우호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직자들은 평민의 특권을 확장시킬 모든 조치를 취하려 들었을 것이다. 그런 조치를 통해서 성직자 자신들까지도 이득을 챙길 수 있었으니, 성직자로서는 평민을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봉건법의 기원이 귀족의 강탈에서 비롯되었다는 식으로 설명하는 역사학자들의 이론을 크게 잘못되었다. 이런 역사학자들은 귀족이 왕의 자비로 갖게 된 땅을 세습까지 할 수 있기를 바랐고, 왕에게 귀족들의 요구를 거절할 힘이 없었고, 그리하여 봉건법이 왕권의 약화로 인해 도입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이와 정반대이다. 봉건법은 왕권의 강화로 인해 생겨났으며, 영주들이 봉건적으로 땅을 소유할 수 있기 위해서는 왕의 영향이 아주 클 필요가 있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최고의 증거는 정복왕 윌리엄이 잉글랜드의 모든 사유 영주의 권리를 봉건적 종신 보유제로 바꿨고, 말콤 캔모어가 스코틀랜드에서 이와 똑같은 조치를 취한 예이다.”
“군주도 기술과 상업의 발달로 인해 마찬가지로 권력을 잃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주의를 약간만 기울여도 그와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 확인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100파운드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 년에 4만 파운드나 쓸 수 있는 사람은 사치의 증대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왕이 바로 그런 예이다. 왕은 100만 파운드를 소유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국민 중에는 3만 파운드나 4만 파운드 이상 쓸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따라서 왕이 그 많은 돈을 지출할 수 있는 길은 수많은 사람들을 거느리는 것 외에는 달리 없었다. 따라서 사치는 재산 규모가 왕에 비하면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았던 귀족의 권력만 파괴했다. 왕의 재산은 사치의 풍조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왕의 권력은 절대적이었을 것임에 틀림없다.”
“형사소송은 언제나 더 빨리 처리되었다. 이 대목에서 사람들은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면 논의가 다른 사건보다 더 길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형사소송의 경우에는 분노가 일어나고, 이 분노가 첩벌을 서두르게 만든다. 사소한 금전이 걸린 문제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내려지느냐 하는 것은 방관자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형사소송의 경우에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언제나 자유의 편인 잉글랜드 법 중에서도 공평한 배심에 관한 조항이 가장 큰 칭송을 들을 만하다. 배심으로 선출된 사람들은 범죄가 발생할 당시에 현장에 가까이 있어서 그 범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배심원단의 상당수는 피고인에 거부당할 수 있다. 피고인은 배심원단 중 30명을 거부할 수 있다. 만약에 사법 집행관이 불공평하다는 의심이 든다면, 피고인은 배심원단 전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피고인이 불공평을 의심하는 사소한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 이유가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법원이 판단하게 되어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자유, 재산을 보호하는 장치로 이 제도보다 더 우수한 것은 없다. 판사들은 도덕성이 높은 사람이고, 도 상당한 독립을 누리고 있으며, 그 자리를 종신으로 지키면서 법에만 얽매일 뿐이다. 또 피고의 목숨이 걸린 어떤 사실을 놓고 심판할 배심원들은 피고의 이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