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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지 않은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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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490g | 130*190*23mm
ISBN13 9791159607691
ISBN10 115960769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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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런 표정을 짓네요.”
“네?”
언제부턴가 그녀를 응시하고 있던 이안이 손등으로 부드럽게 턱을 스쳤다. 갑작스러운 접촉에 한 번, 그의 말에 또 한 번 놀라 은하가 제 뺨을 양손으로 감쌌다.
“어떤 표정요?”
“미안해하고 있잖아요.”
정곡을 찔리자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이 사람 앞에선 아무것도 감출 수가 없다. 그래서 마음이 명확해지기 전까지 만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혹시 자신도 깨닫지 못한 이기심을 그는 이미 알고 있을 듯해서.
“당연히 미안하죠. 여기까지 도시락 사 오시게 한 것도 그렇고, 더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는데 이렇게 간소하게 식사하신 것도 미안하고요.”
은하는 태연한 척 넉살을 부리는 걸로 상황을 모면했다. 가슴은 콩닥콩닥 정신없이 뛰어 대고 있었다.
이안은 다 알고 있다는 얼굴로 그녀를 봤다. 눈이 마주치자 괜히 민망해져 시선을 피했다. 곧 너무 대놓고 피했나 싶어서 흘끔 눈치를 살피니 그 알량한 행동들을 모두 귀여워하는 미소를 짓고 있다.
얼굴이 홧홧하게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왜, 왜요?”
어디론가 얼굴을 숨기고 싶은데 이안이 그녀의 움직임을 끈질기게 쫓았다. 어디로도 피하기 어렵다고 끝내 체념하며 짐짓 새치름하게 물었지만 말을 더듬는 바람에 마무리도 영 어설펐다.
‘진짜 나 왜 이래?’
부끄러움이 밀려들며 어느덧 눈가에까지 열기가 올랐다. 눈시울을 붉힌 채 어린 강아지처럼 끙끙거리는 은하에게로 이안이 팔을 뻗었다. 차 안이어서 너무나도 쉽게 사로잡혔다. 뺨을 부드럽게 어르는 손길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일부러 그러나?”
이안이 그녀를 물끄러미 응시한 채 한쪽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수수께끼 같은 말에 은하가 막 입을 열려는데 문득 피부에 닿은 그의 체온이 여실히 느껴졌다.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낮은 온도. 그래서 매번 서늘하게 느껴지던 이안의 손이 열기를 품었다.
뜨겁게 전해지는 체온에 은하는 오히려 추운 듯이 몸을 떨었다. 불현듯 목이 탔다.
“자꾸 예쁘게 굴어.”
“선생님-!”
누군가 터뜨릴 듯이 심장을 움켜쥔 기분에 저도 몰래 구명줄을 붙잡는 사람처럼 다급히 이안을 불렀다.
“은하 씨가 선생님이라고 할 때마다 내가 정말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아요.”
은하는 입을 벌렸지만 정작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와의 거리가 더 좁아진 까닭에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했다.
“일부러 거리를 두려는 겁니까?”
“……아뇨. 근데 지금 너무 가깝-!”
간신히 말을 내뱉다가 무심코 이안과 눈이 마주친 은하는 그대로 혀가 굳어 버렸다.
‘무슨 남자 눈이 이렇게 예뻐?’
그를 만날수록 처음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하게 됐다. 그에게 무덤덤할 수 있었던 게 신기할 만큼 그는 볼수록 사람을 홀리는 분위기를 지녔다. 단순히 외양이 뛰어나서만은 아니었다. 남들과 차별되는 고유의 분위기가 있었다. 금방이라도 그가 풍기는 달큰한 향기에 취해 버릴 것 같다.
“당신이 얼마나 예쁜지 알아요?”
은하가 불안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리며 이안의 눈치를 살폈다. 긴 속눈썹이 천천히 내려앉으며 달큼한 눈동자를 감싸듯 가렸다.
“아예 나쁜 짓을 저지르고 싶잖아요.”
“선생님.”
“또.”
은하는 전류가 흐르는 기류를 느끼고 급히 숨을 들이켰다.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당신 마음이 어떤지 아직도 갈피가 잡히지 않습니까?”
“그게요.”
“내가 싫어요?”
“……그건 아니지만.”
“그러면 같이 저질러 봐요.”
나쁜 짓.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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