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개를 물었다고?
뉴스로 채택되느냐 안 되느냐의 여부는 그 이야기가 정상에서 얼마나 벗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를 들어 “개가 사람을 물었다”라는 이야기는 뉴스가 될 수 없다. 그런 사건은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개를 물었다”라는 얘기도 그다지 나을 바 없다. 기자들은 무언가 더욱 특이한 것을 찾고 있다. “노인이 개를 물었다”와 같은 기삿거리라면 어떨까? 더군다나 그 노인이 할머니라면?
“73세의 여성이 자신의 스코틀랜드 테리어를 물고 있는 투견의 목을 물어 애완견을 구해내다.”
이런 제목의 기사라면 뉴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이야기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2001년 6월, 플로리다의 탤러해시에 사는 마가렛 하그로브 할머니는 아홉 달 된 스코틀랜드 테리어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다. 한감 길을 걷고 있는데 투견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나 할머니의 애완견에게 덤벼들어 머리를 물고 놔주질 않았다. 할머니는 투견의 턱을 벌리려고 했지만 그녀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할머니는 몸을 구부려 그 개의 목을 두 번에 걸쳐 물었다. 그러자 투견은 스코틀랜드 테리어를 놔준 뒤 이번엔 할머니를 공격하여 그녀의 팔을 물고 길 아래까지 끌고 갔다. 결국 브래들리 스트로브릿지라는 열세 살 소년이 야구 방망이로 개의 머리를 내려쳤을 때에야 겨우 모든 상황이 종료될 수 있었다.
--- p.24-25
준비된 기사는 기억에 오래 남는다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말은 우연히 나오지 않는다. 그것들은 모두 준비의 결과이다.
기술 분야의 홍보 전문가들은 자신의 메시지를 전문용어로 표현하는 고약한 버릇이 있다. 그와 비교해, 2000년 컴덱스 컨벤션에서 초소형 컴퓨터 제조업계의 리더들이 벌인 논쟁은 매우 신선했다. 자사 제품의 장점을 놓고 벌인 논쟁이었는데, 그런 자리를 기자들이 놓칠 리가 없었다. 팜(Palm)의 ‘클리에(Clie)’와 콤팩(Compaq)의 ‘포켓PC(PocketPC)’ 간에 벌어진 이 논쟁을 위해 팜의 마이클 메이스는 클리에가 포켓PC보다 훨씬 가볍고 저렴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고 만반의 준비를 해놓고 있었다. 메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한 쪽 주머니에 포켓PC를 넣고 다른 한 쪽에 또 포켓PC를 넣으면 바지가 내려갈 수밖에 없겠죠.”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고 기자들은 메모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컴팩의 테드 클락도 그런 비난에 이미 준비를 하고 나온 상태였다. 그는 클리에에 대해 포켓PC가 갖고 있는 최고의 이점인 생생한 컬러와 디스플레이를 강조하며 재빨리 응수했다. 클락은 포켓PC의 흑백 화면을 조롱하면서 자신의 메시지에 약간의 유머를 가미하기 위해 상대측의 소형 컴퓨터 이름을 잘못 발음하였다.
“그가 ‘클리’를 켜놓지 않아 무척 유감입니다. 클리의 화면을 보았다면 바지가 내려가더라도 포켓PC를 사용할 텐데요.”
다시 한 번 사람들은 환호성을 올렸고 기자들은 그 기막히게 멋진 말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
--- p.83-84
무(無)에서 만들어진 뉴스
2001년 여름, 미르 우주정거장이 남태평양에 떨어져 폐기될 예정이라는 발표가 나자, 타코 벨(Taco Bell)은 창작의 작업에 착수했다. 이 패스트푸드 체인점은 노후한 우주선이 떨어질 지점에 놓을 거대한 표적을 서둘러 주문했다. 만약 미르가 그 표적을 명중시키면, 타코 벨은 미국 국민들에게 공짜로 타코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미국 국민들은 공짜 타코를 먹을 수 있었을까? 물론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질문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발상이 어처구니없다는 점 자체가 중요하다. 바로 그 때문에 이 멕시코 음식 체인점이 전국적으로 매스컴을 타게 되었으니까. 타코 벨의 한 임원이 <투데이 쇼>에 나와 진행자인 케이티 쿠릭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쿠릭은 너무나도 빤한 질문을 묻고는 스스로 대답했다.
“이 일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나요? 아, 그렇죠! 그것 때문에 당신이 <투데이 쇼>에 나왔죠?”
--- p.172-173
표적을 맞히다
1998년 9월 13일, 시카고 컵스 팀의 장타자 새미 소사가 시즌 62번째 홈런을 쳐냈다. 그는 이날 1961년에 로저 마리스가 세운 61개 홈런 기록을 깼다. 다음 날 《시카고 트리뷴》은 추가로 4만 3,300부를 더 찍어냈다. 대단히 인상적인 얘기지만, 닷새 전 세인트루이스에서 일어났던 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는 카디널스 팀의 마크 맥과이어가 62번째 홈런을 쳐낸 뒤 40만 부를 찍어냈다. 소사의 승리는 마크 맥과이어가 거둔 승리의 10분의 1 정도로 평가됐던 것이다. 단지 그가 닷새 늦게 37년 된 기록을 깼기 때문이다. 기회가 왔을 때 쳐라. 그러지 않으면 야수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