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
결혼 생활 안에서의 여성을 다루었다. 결혼을 목적으로 하는 사랑, 남자(바지)를 차지하려는 투쟁은 시대를 막론하고 풍자적 캐리커처에 끝없는 소재를 제공했다. 결혼은 대다수 여성들에게 물질적, 정서적 필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였다는 전제 아래, 경제적 발전을 토대로 이룩된 일부일처제 하에서 혼전 순결과 결혼 후의 정절이라는 여성의 성도덕이 계급과 시대에 따라 달리 발현되는 모습과 이것이 캐리커처에 반영된 형태를 살펴보았다.
캐리커처는 16세기와 17세기에 주로 다양한 상징 표현을 사용하는 단계에서 시민계급이 점차 세력을 얻으면서 발달하게 된 그로테스크풍의 풍자 형태로 변천했다. 그로테스크풍 캐리커처의 풍자화가로는 호가스와 울라프 굴브란손, 독일의 브루노 파울, 프랑스의 레앙드르, 부쉬와 오버랜더를 들 수 있다. 캐리커처의 마지막 단계는 풍자적으로 그리는 사실화로, 이의 완성자는 오노레 도미에이다. 사랑에 빠진 여자, 바지를 차지하기 위한 투쟁, 노처녀, 과부, 유부녀, 시어머니나 장모, 부정한 여성을 소재로 한 풍자 그림, 캐리커처를 나라별, 시대별로 소개했다.
여자 미노타우로스와 그 딸들
성생활에서 여성은 수동적인 역할을 타고났으며, 이 수동성에 걸맞은 자연스럽고 여성적인 구애 형태가 발달했는데, 이것이 교태이다. 여성의 교태는 시선과 몸짓과 의복의 언어이다. 모드, 노출, 분, 애교점 등을 통해 감각적이고 관능적인 매력을 드러내는 교태에 비해, 수작은 성적 욕구를 드러내는 것이다. 캐리커처는 여성들이 지닌 요염한 수단과 방법을 밝힘으로써 여성이라는 창조물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가를 정열적으로 부르고 있다.
메살리나와 같이 여성의 정욕이 더 강하다는 비난은 남성들의 관심사를 대변한다. 그러나 정욕적인 여성의 표본이라고 비난받는 범주인 수녀들 또한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종교개혁 시기인 16세기에서 18세기까지, 재산이 분산되지 않기 위해 수녀원으로 보내졌던 여성들의 정욕과 방종은 수많은 풍자문학에도 등장하며 캐리커처에서도 다루어졌다. 과부와 최상류층 부인들의 방탕함도 이에 못지않았다. 성적 존재로서의 여성, 성 개념이 의인화된 상징인 여자 미노타우로스도 풍자의 대상이 되었다.
나는 너의 주인이자 신
여성의 의복은 관능의 문제이다. 모드는 남성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었다. 봉건제, 절대군주제, 시민사회제하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모드는 극단적으로 과장되고 기괴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이는 캐리커처에도 여실히 반영되었다. 모드에서 나타나는 두 가지 중요한 경향은 가슴과 엉덩이와 허리를 관능적으로 과시하는 것이다.
가슴을 과시하기 위한 첫 번째 모드는 노출, 즉 데콜테였다. 둥근 엉덩이와 넓은 골반을 강조하는 치마 모드는 허리받이 치마, 굴렁쇠 치마, 크리놀린의 형태로 발달하였다. 허리를 졸라매는 경향과 마찬가지로 이 목적에 쓰이는 도구들 또한 오래되었는데, 코르셋이 그 발달한 형태였다. 코르셋은 어떤 시대가 커다랗게 솟은 가슴과 큰 엉덩이와 부푼 허리 아래 살을 선호하면 그 형태를 만들어 주고, 작고 부드러운 가슴과 가는 허리를 원하면 그렇게 만들어 주었다. 코르셋을 풍자한 캐리커처들과 기괴한 머리 모양과 모자 패션에 대한 풍자 그림들도 살펴보았다. 고전적 복장이라 일컬어졌던 혁명 모드와 이 노출의상이 반영된 캐리커처들, 계획적으로 보급된 모드의 실용적인 개혁(여성의 치마를 바지로 바꾸려는)에 대한 비판이 반영된 캐리커처들을 소개했다.
여성의 몸은 한 편의 시
여성의 몸과 여성의 정신이 풍자그림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살펴보았다. 노동과 질병으로 망가진 여성의 육체적 기형에 대한 풍자는 대부분 비유적인 모습, 온화함이나 신경질적인 조급함, 사치와 인색함, 특별한 사회계층에 대한 공격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풍자는 사물을 초월하여 있는 고귀한 이성이 아니라 당시에 통용되는 도덕률의 표현일 뿐이며, 결코 여성에게 유리하게 편집된 적이 없었다. 여성의 성격 가운데 가장 특징적이라고 거론되는 수다 떠는 버릇, 심한 신분 자랑과 지위 낮은 사람들에 대한 오만, 여성끼리 갖는 경쟁심과 증오심 등이 캐리커처에서 다루어졌다.
여성의 일에서 여성해방운동까지
가정주부, 공장 노동자, 하녀, 창녀, 배우, 가수, 작가, 정치가 등 일하는 여성을 풍자그림들이 어떻게 다루었는지 살펴보았다. 남성에 대한 여성의 육체적ㆍ경제적인 종속은 한 사회의 전체적인 노동과 생산과정에서 여성들이 하는 역할도 결정했다. 상대적으로 가장 하위에 있는 업무가 여성의 몫이 된 것이다. 일하는 여성 가운데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하녀가 지속적으로 캐리커처의 관심을 끌었다.
남성들의 강압적인 요구의 희생양이 된 하녀들이 사회풍자의 주제가 되었다. 유혹하는 창녀, 숭배를 받는 창녀, 사회제도의 병적인 모순으로서의 창녀를 그린 사회 고발 형태의 캐리커처도 시대의 변천에 따라 다양하게 등장했다, 극장에 속하는 가수나 배우, 무용수 같은 여성들에 대한 찬미와 그들의 도덕을 그린 캐리커처도 다수 남아 있다. 마리 앙투아네트나 마리아 테레지아, 빅토리아 여왕, 카트린 드 메디시스, 예카테리나 여제와 같은 통치자, 그리고 애첩의 통치는 언제나 캐리커처의 공격을 받았다.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여성해방운동이 점차 일어났으며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도 달라졌지만, 겨우 가사노동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었거나 일부 계급, 유산계급의 해방에만 그쳤을 뿐 여성 전체의 정신적, 육체적, 법적 지위 향상은 아직 요원하다. 여성의 남성화를 표방한 초기 여성해방운동부터 경제적이고 관습적인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연애'라는 이름으로 성해방을 추구하던 여성들, 블루 스타킹(글을 쓰는 사람들) 등 여성 지식인들, 혁명에 참여한 영웅적인 여성들이 캐리커처에 추하고 기괴하게 반영된 모습을 살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