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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적

친애하는 나의 적

한상운 | 가하 | 2016년 04월 0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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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416쪽 | 420g | 128*188*30mm
ISBN13 9791129539366
ISBN10 1129539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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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한상운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양대 전기전자공학부를 졸업했다. 1998년 ‘양각양’을 시작으로 ‘비정강호’ ‘무림사계’ 등 여덟 권의 무협소설을 출간했다. 이후 경찰소설 시리즈인 ‘무심한 듯 시크하게’를 썼고 미스터리 소년 추격전이라는 부제로 ‘게임의 왕’, ‘소년들의 밤’을 썼다. 이후 소설집 ‘보라의 트렁크’와 장편소설 ‘인플루엔자’, ‘비주류 연애블루스’를 발표했다.
영화 ‘백야행’을 각색했고 TV 단막극 ‘텍사스안타’, ‘습지생태보고서’ 등과 16부작 ‘스파이’의 각본을 썼다. 요즘은 미드 리메이크인 16부작 드라마 ‘굿 와이프’의 각색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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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도시 전체가 촉촉하게 젖었다. 늘어졌던 가로수가 파릇하게 살아나며 싱그러운 냄새를 풍겼다. 바쁘게 움직이던 사람들도 하늘을 쳐다보며 잠시 동안의 여유를 만끽했지만 한재영만은 와이퍼를 켜며 투덜거렸다.

“뭐야? 젠장. 오늘 세차했는데.”

그는 비를 싫어했다. 비가 오면 촬영은 늦어지는데, 엑스트라며 스태프 인건비며 밥값은 평소처럼 나간다는 진리 때문이다. 그 밥버러지 같은 놈들은 공치는 날 더 많이 먹는다.
재영은 압구정역을 지나 CGV 건물 옆, 큰길가에 차를 세웠다. 명백한 불법주차지만 단속차가 방금 지나가는 걸 봤으니 상관없다.
CGV 건물 앞에 서 있던 성호가 재영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모델처럼 호리호리한 몸에 딱 맞는 고급양복을 걸친 재영은 얼핏 보면 제작자가 아니라 꽃미남 유명배우로 보였다. 그를 향해 성호가 환하게 웃었다.

“형, 왔어?”
“너 여기서 뭐 하냐? 시사회 안 봐?”
“왜는 왜야. 형 기다렸지. 같이 들어갈라구.”

성호는 재영 어깨에 묻은 먼지를 털어주며 신수가 훤해졌다고 여자 생길 모양이라고 흰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재영이 의심쩍은 눈으로 성호를 노려보았다.

이 자식, 왜 이래? 회사에서 잘렸나?

김성호는 대부분의 영화인을 발가락의 때로 여겼고, 그 사실을 굳이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영화가 블루오션인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사라졌다. 멸종했다. 이제는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영화가 돈이 된다고 소문 돌던 선사시대. 창업투자사니 영화펀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적당히 깡패들 나오다 막판에 시원하게 우는 내용의 시나리오에 날스러운 연기하는 배우 두엇만 데려가면 무조건 제작 들어가던 때도 있었다.
그런 회사들, 그런 영화인들 대체로 다 망하고 이제 영화에 돈을 내는 회사는 한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 있는 김성호는 대한민국 최고 투자배급사의 투자담당이사다. 다시 말해 영화계란 생태계에서 최고포식자라는 뜻이다. 재영은 작년 초, 김성호를 만나러 갔다가 두 시간이나 복도에서 기다렸던 일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그때 성호는 인터넷으로 프로야구 중계를 보고 있었는데 연장까지 다 보고나서야 재영을 방으로 불러 왜 왔냐고 물어봤다.
그런 놈이 갑자기 조선일보 보라고 상품권을 내미는 아저씨처럼 상냥하게 구니 떨떠름할 수밖에 없다.

“할 말 있으면 그냥 해. 딴소리 말고.”
“할 말은 무슨……. 그냥 축하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이번 영화 그렇게 죽인다며? 인터넷에서 지금 난리도 아니야. 맥스무비, 티켓링크에서도 여름에 보고 싶은 영화 1위 하고 있고, 연예가프로마다 배우들 인터뷰 따려고 난리라던데.”

이 새낀 무슨 덕담을 이렇게 심각하게 해. 괜히 놀랐다.

“일단 영화부터 봐라. 영화 별로면 어떡하려고 그러냐.”
“뭐 볼 필요 있나? 시나리오 나왔을 때부터 소문 좋았잖아. 거기다 노련한 정인상 감독님이 연출 맡고, 요새 제일 잘나가는 남승우가 주연 맡았는데. 참, 형, 승우 무한도전 나온 거 봤어? 이번 영화가 자기 최고작이 될 거라고 하던데? 정인상 감독님의 지도를 받으면서 벽을 하나 뚫어낸 것 같다고.”
“그 자식도 참. 신인 주제에 벽은 뭐고 최고작은 또 뭐냐.”

재영은 뿌듯한 속내를 감추고 애써 심드렁하게 말했다. 기쁜 건 사실이지만, 설레발을 치고 싶지는 않다.
흥행은 귀신도 모른다. 대종상에 청룡영화제를 휩쓸고 해외영화제 구경까지 하고 온 유명한 감독이 최고 배우를 써서 최고 제작비로 영화를 찍어도 첫 주 이십만 들고 고꾸라지고, 듣도 보도 못한 무명감독이 한물간 배우들을 데리고 찍은 영화가 오백만 들기도 하는 게 이 바닥이다.
재영은 개봉 첫날 극장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대박이야! 라고 말했던 모 감독이, 무대행사가 끝나자마자 관객들이 썰물처럼 빠지는 광경을 보고 풍으로 쓰러진 일을, 아직 잊지 못했다.

“승우 얼굴로 벌써 오십만 보장이야. 팬클럽 회원만 십오만인데 세 번씩 볼 거래. 팬클럽이라고 다 같은 팬클럽이 아니라니까. 승우 팬클럽 충성도가 엑소, 빅뱅 다음으로 세다고 하더라고. 근데 걔들은 여럿인데 승우는 혼자잖아. 일당백이라는 의미지. 형, 뜰 거 어떻게 알고 캐스팅한 거야?”
“작품의 성격상 신인으로 가려고 한 거지. 기존의 이미지가 느껴지면 안 되는 배역이었거든. 그런데 애가 갑자기 뜰 줄 알았냐?”

사실은 이병헌, 하정우부터 시작해서 김수현, 송중기, 이민호 그러다가 김무열, 이민기에게 캐스팅 제의를 해봤지만 전부 거절해서, 어쩔 수 없이 신인으로 간 거였다. 물색 모르는 신인배우 때문에 영화 말아먹고 쪽박 차는 거 아닌가 싶어 하루에도 몇 번씩 잠을 설쳤다. 그러다 남승우가 월화 미니시리즈로 대박을 내고 스타가 되었을 때, 어찌나 가슴이 벅찬지 화장실에서 조금 울었다.
“난 사실 실망이다. 관객들이 배우에 대한 선입견 없이 영화를 봤으면 했거든.”
성호는 감탄한 것처럼 고개를 끄떡였지만, 재영이 거짓말을 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게 분명했고, 재영 역시 성호가 감탄한 척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선수끼리 무슨…….
전 세계 어디에도 신인이 좋아서 캐스팅하는 제작자는 없다. 다들 안 한다고 하니까, 돈이 없으니까, 시간이 없으니까 신인으로 갈 뿐이다. 그리고 신인은 99.999퍼센트의 확률로 연기를 못한다. 우후죽순처럼 나타나는 십 대 아이돌 그룹도 연습생으로 최소 3년은 구르다가 데뷔하는데도 노래 못하고 춤 못 춘다고 욕을 먹는데, 오디션 보러 온 초짜가 연기를 잘하면, 그놈이 연기의 신이다.
그렇기에 연예기획사랑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미리 합격자를 정해놓고 허울 좋은 오디션을 보거나 고만고만한 연기지망생 중 그럭저럭 괜찮은 녀석을 한 명 찍은 다음, 오디션장에 들어오는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거나, 첫눈에 스타가 될 재목임을 알아봤다고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어떤 경우건 오디션을 여는 이유는 하나다. 어떻게든 초짜배우의 이름을 대중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절박함. 신인으로 가면 망할 거라는 두려움.
무슨 수를 쓰건 대체로 실패하지만 가끔 운이 하늘에 닿으면 지금 재영에게 생긴 일이 터진다.
개봉 전에 신인이 붕 뜨는 것.
악운과 불운으로 점철된 재영의 인생에서 몇 안 되는 순수한 기쁨의 순간이었다.

“형은 역시 한국영화계의 선구자야. 다들 형처럼 영화 찍었으면 한국영화계의 위기 같은 것도 없었을 텐데.”

이 녀석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재영은 성호를 노려보며 생각했다. 영화계에 몸담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백오십만 명 돌파한 영화 한 편 못 만든 그다. 술자리에 가면 딴 일 안 알아보냐고 놀림 당하고 투자배급사에선 기획개발비 천만 원도 아까워한다. 그런 사정을 뻔히 아는 처지에 이빨도 안 들어갈 수작을 부리는 걸 보면 뭔가 꿍꿍이가 있다.

“내 밥그릇 챙기기도 힘든 처진데 무슨 소리냐. 나 이번 달 사무실 임대비도 못 냈어. 진짜 힘들다.”
“이번 영화 개봉하면 빌딩 한 채 올릴 텐데 무슨 상관이야. 이번 영화에 조은심까지 나왔잖아. 마당발 한재영이 아니면 누가 조은심을 캐스팅할 수 있겠어?”

성호가 감탄 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조은심이 작품 안 한 지 몇 년 됐어도 아직 팬 많잖아? 그것도 집에 녹용이나 산삼 보내주는 골수팬들만. 팬클럽에 판검사, 의사, 변호사 사짜 든 사람이 그렇게 많다며. CF 말고는 작품 안 들어가서 거의 은퇴라고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떻게 데려온 거야?”
“뭐 그런 걸 가지고. 은심이 처음 영화할 때 내가 제작부 막내로 있었잖아. 어찌어찌 친해져서 가끔 만나서 밥 먹고 술 먹고 그랬지. 사무실 놀러 왔다가 시나리오 보더니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은퇴하기 전에 작품 한 편 하면 좋겠다고.”
“역시 책이 좋으면 배우들이 몰리게 되어 있다니까. 배우들 욕심 많다는 거 다 거짓말이야. 그게 연기 욕심이지, 돈 욕심이야? 영화만 좋으면 돈은 문제가 아닌데. 얼마나 줬다고 했지?”
“팔억.”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재영은 성호의 똥 씹은 얼굴을 보며 녀석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생각을 알 수 있었다.
형, 아직 정신 못 차렸어? 작년 한 해 우리영화 예순네 편 개봉해서 극장에서 손액분기 넘긴 게 몇 편이나 되는지 알아? 열한 편이야. 열한 편. 그래서 다들 프리프로덕션 비용 줄이려고 난린데 배우 개런티를 그렇게 줘? 지금 송강호고 설경구고 계약금만 받고 영화 찍는 거 몰라? 조은심이 대단한 배우인 건 사실이지만 작품 안 한 지 몇 년 됐잖아. 근데 그런 식으로 배우 인플레를 만들면 안 되지.
하지만 성호는 입술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하긴 돈이 문제겠어? 배우들 프라이드를 지켜줘야 좋은 연기가 나오는 거잖아.”
“그래. 바로 그거지.”
“사실 형이 저번에 프로듀서 했던 영화, 평이 별로였잖아. 평론가들이 한국영화를 암흑기로 몰고 갈 진혼곡 같은 영화라고 평했지. 그거 제목이 뭐였지? ‘전쟁의 사상자’?”
“무법자.”
“그래. ‘전쟁의 무법자’.”

한재영은 입술을 깨물었다. 영화인이라면 누구나 생각만 해도 분통이 터지는 영화가 하나 있기 마련이다. 재영의 경우엔 ‘전쟁의 무법자’가 바로 그랬다.
범세계적으로 못 찍은 영화. 끔찍하게 망해야 할 영화.
평론가들 평이 그랬다.
영화잡지에 올라온 별점평가를 보고 재영은 혹시 불치병에 걸리면 여기 별점 올린 놈들부터 죽이고 죽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직 불치병에 안 걸렸다.

“근데 난 그 영화 마음에 들었거든. 6.25 때 한국군 소대가 은행을 털어 일본으로 도망가는 얘기, 얼마나 뻑 가는 스토리야. 평론하는 애들은 전쟁을 희화화했다는 둥, 말장난이라는 둥 헛소리들 하는데 난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더라. 우리나라 영화는 뭐든 신파나 감동으로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거 문제 아냐?”
“그렇게 좋았는데 투자는 왜 뺐냐?”
“난 하고 싶었는데 위에서, 위에서 자꾸 딴지 걸잖아. 나도 직장에 매인 몸 아냐……. 형 내 맘 알지?”

재영은 김성호가 진지한 얼굴로 “형, 이 영화에 돈 내느니 로또를 사.”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었지만 말하지 않았다. 과거를 잊지 못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는 법이니까. 재영은 마음속으로 영화판에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명언을 되새겼다.

“암튼 형이 절치부심, 아예 회사까지 차리고 다음 작품으로 정인상 감독님이랑 멜로영화 한다고 해서 아, 이 사람 뼛속까지 영화인이구나 했지. 흥행 잘 안 나오면 다음 영화는 돈 벌려고 하는 게 보통이잖아. 그런데 정인상이랑? 그 양반, 영화제서 상은 많이 받아도 돈은 못 벌잖아. 잘해야 삼십만. 여자가 조은심이라고 해도 남자 쪽이 신인이니 완전히 아트영화로 돌아선 줄 알았어.”

그가 잠시 말을 끊고, 숨을 가다듬었다.

“근데 이게 뭐야?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거였던 거 아냐. 형, 정말 욕심도 많아.”

재영은 속으로 말했다. 다른 감독들이 나랑 안 하려고 하니까 그런 거지. 이 새끼야.

“벌써 일본에 선 판매 들어갔다며? 얼마에 팔기로 했어?”
“이백만 달러 선에서 얘기 중이다. 그 이하면 안 팔려고. 작품의 값어치를 지켜야 하니까.”
“그럼 당연히 그 정도는 받아야지. 독도 문제도 있고.”

재영은 내심 영화 팔아먹는 일에 독도가 무슨 상관인지 궁금해하면서도 내 말이 그 말이라고 받아쳤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애국자처럼 웃었지만 눈빛만은 암살자처럼 스산했다.

오늘은 청담CGV에서 관계자를 위한 내부시사가 있는 날이다. CG와 믹싱이 끝나지 않은 러프한 편집본을 보며 감독을 비롯한 제작스태프와 배급사의 대표, 실무진들이 영화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개봉시기와 마케팅 비용을 결정한다.
영화가 재미없으면 재촬영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럴 경우 추가로 돈이 들기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서 책임 소재를 두고 언성이 높아지고 폭언이 오가게 된다. 아주 가끔 몸싸움이 일어날 때도 있는데, 재영은 투자자 세 명과 삼대 일로 싸워본 일도 있다. ‘전쟁의 무법자’의 내부시사 때의 일이었는데 놈들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도 전에 재영에게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개봉은 했으니 재영은 나은 편이다.
내부시사의 결과로 극장이 아니라 창고로 들어가는 영화가 일 년에 다섯 편에서 열 편 사이다. 개봉에 따른 수익이 마케팅 비용보다 못할 거라는 결론이 내려졌을 때 벌어지는 일로, 대한민국에 그런 영화가 존재했었다는 사실조차 지워지게 된다. 오직 관련자들에게만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오밤중에 이불에 하이킥하며 깨게 만든다.

“아, 재영 씨! 안녕하세요!”

부분투자를 맡은 KBS미디어 담당자와 배우들의 매니지먼트사 직원이 다가와 영화 기대된다고, 대박 날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다. 한재영은 미소 띤 얼굴로 고개만 끄떡였다. 설레발은 자제해야겠지만 그도 이번 영화에 기대가 컸다. 천만은 언감생심 꿈도 안 꾼다. 칠백만, 아니 오백만만 들어도 소원이 없겠다.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 하하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당대의 여배우였던 조은심의 복귀작이라는 점. 개봉 직전 남승우가 깜짝 스타가 된 점. 개봉일로 예정된 9월 초에 경쟁작이 없다는 점도 좋다. 애덤 샌들러가 나오는 양키코미디 한 편에 포켓몬 극장판, 그리고 평생 조폭으로만 나오던 조연전문배우가 첫 주연을 꿰찬 저예산스릴러, 이렇게 세 편이다.
첫 주 1위는 따놓은 당상이고, 입소문만 잘 나면 장기 흥행도 가능하다. 갑자기 돼지독감이 유행하거나, 북한에서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는다면 말이지. 하지만 영화판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성호가 옆에 꼭 붙으며 다시 말을 건넸다.

“형.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이번 영화에 투자하고 싶은데…….”
“투자? 다 찍었는데 무슨 투자?”
“그건 아는데 위에서 하도 뭐라고 그래서. 대표가 왜 그런 좋은 영화에 돈 안 넣었냐고 노발대발하잖아. 배급도 우리가 하는데 왜 투자는 안 했냐고 계속 쫘. 어떻게 좀 안 될까?”
재영은 한심하다는 듯 성호를 바라보았다. 자꾸 따라붙으면서 수작을 부리는 이유가 뭔가 했더니 고작 이 소리였어?
“지금 와서 그게 되겠냐? 딴 사람 지분 빼고 너희 돈 넣어줄 수도 없고.”
“에이. 형이 20퍼센트 직접 투자한 거 다 아는데. 그거 빼고 우리 지분 좀 박아주면 안 돼? 후하게 쳐줄게. 메인투자에 우리 회사 이름도 넣어주고.”
“글쎄다……. 생각해볼 테니까 일단 영화부터 보자.”
“긍정적으로 생각해봐. 이번 일 도와주면 내가 그 은혜 잊지 않을게. 다음 준비하는 작품 있지? 일단 가져와 봐. 내가 그거 읽어보지도 않고 그냥 투자할게. 참, 이따가 시간 돼?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내가 한우, 등심으로 쏠게.”
“봐서.”

한재영은 녀석의 어깨를 툭 치고 돌아섰다. 그는 하루 이틀 시간을 끌면서 피를 말리다가 지분 절반쯤 넘겨주고 생색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김성호가 아무리 파렴치한 철면피라도 개봉 직전에 투자하겠다는 부탁을 해놓곤 나중에 딴소리는 안 하겠지. 투자가 조금이라도 들어가야 배급도 열심히 해줄 것이고.
정인상 감독은 롯데자이언츠 모자를 쓴 채 극장 맨 앞 중앙자리에 앉아 있었다. 재영은 정 감독 옆에 앉으며 목소리를 낮춰 물었다.

“감독님. 영화 어때요?”
“아주 잘 나왔어.”

정인상 감독은 특유의 울림 좋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자 아래로 보이는 머리칼은 새치가 섞여 희끗희끗하다. 올해로 쉰여섯. 비슷한 때에 데뷔한 감독들 대부분이 은퇴한 지금, 열심히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중견감독이다.
그는 남들에게 들리면 안 된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린 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이번에 걸작 하나 만든 것 같아.”

재영의 심장이 쿵덕쿵덕 뛰었다. 머릿속에 조용필의 바운스 바운스, 하는 목소리가 천상의 그것처럼 울려퍼졌다.
됐어! 성공이야! 고생 끝 행복 시작!
생각해보면 영화가 잘못될 일 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충무로에 입소문이 자자했던 1급 시나리오에 멜로영화 잘 찍기로 소문난 정인상 연출, 포털사이트에서 검색어 1, 2위를 독점하는 남승우에 톱스타 조은심이 주연이다. 영화는 개봉도 하기 전에 입소문은 사방으로 뻗어나가서 따로 홍보에 돈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좋아. 걱정은 그만두고 편하게 영화보자. 그런 다음 성호랑 한우 등심을 먹으면서 홍보계획을 짜야지.
스크린 정중앙에 타이틀인 ‘환상의 여인’이 뜨자 사람들은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제 국도 지나서 8차선 고속도로로 쫙쫙 나가는 거야. 이제 슬슬 내 인생도 펼 때가 됐지. 언제까지 삼류인생, 삼류제작자로 살겠어.’

하지만 재영은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었다. 좋은 시나리오에 훌륭한 감독에 잘나가는 주연을 써도 영화가 망할 경우가 생긴다.

영화가 재미없을 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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