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은, 그러니까, 아주 간단히 말해, 출판사가 매우 심각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겁니다. 출판 부수가 1,000,000권이네 40,000권이네 하는 얘기에서 단 하나의 ‘0’ 자도 믿지 마세요! 아니 400권 찍었다는 말조차 의심스럽습니다... 사기예요! 저런... 저런! 오직 〈프레스 뒤 쾨르〉 정도가... 쳇!... 그 정도가 그럭저럭 팔리고... 그 외에는 〈세리 누아르〉, 〈세리 블렘므〉 정도가 근근이 팔리지요... 사실, 더는 책 한 권이 안 팔립니다... 이건 심각한 상황이에요! --- p.7
선생들이 하나같이 무슨 무슨 “풍으로” 헉헉거리며 써 내려가는 걸 보는 게 참 애처롭습니다...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서로 베끼는 거예요... 그분들은 수업에 너무 자주 들어갔어요... 수업에 들어가 있는 것이 그들 직업이죠... 그런데 수업 시간에 우리가 뭘 배웁니까? 서로 닮는 법을, 그러고서는 서로 베끼는 법을 배우잖아요... 공쿠르상을 받고 싶어 하는 모든 작가들은 서로 베껴댑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그들의 작품은, 이런저런 미술전이 있을 때마다 우르르 출품되는 그림들과 꼭 닮은 꼴로, 정체되었고, 서로 닮았고, 지루하고, 엇비슷합니다... 미술전 금상작이나, 공쿠르 수상작이나, 한쪽은 엉성한 그림이고 다른 쪽은 막 휘갈긴 잡소린데도... 그게 사람들을 퍽 행복케 한다지요! 그래서 Y는 그 벤치에 앉아, 내 곁에서, 자기 거지 같은 원고로, 금상을, “공쿠르”를 받을 생각에 푹 빠져 있던 것이죠! ‘가스통이 한 번만 눈길을 던져준다면, 가스통이 한마디만 건네준다면!’ --- p.18
내게는 관념이라는 게 없어요! 아무것도 없어요! 그리고 내 생각에, 관념이란 것보다 더 천박하고, 진부하고, 역겨운 것도 없습니다! 도서관마다, 그리고 카페테라스마다, 관념들로 꽉 차 있어요!... 무력한 사람들이... 그리고 철학자들이!... 관념을 곱씹어대지요... 관념이란 거... 그게 그들의 산업입니다!... 그들은 관념을 갖고 젊은이들에게 허세를 부리지요! 그들은 젊은이들의 포주 노릇을 하려 들어요!... 젊은이들은, 아시다시피 뭐든 마구 삼킬 준비가 되어 있으며... 무엇을 보더라도 이거 “주우우욱이는데!”를 외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철학자들이 젊은이들을 창녀처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용이하겠어요! 정열 어린 청춘기가 저 “관녀어엄”들 앞에서, 그리고 더 정확하게 짚자면 ‘철학’ 앞에서 흥분하느라, 열광하느라 바쳐지는 것입니다 선생님!... (중략) 그들은 내달리고, 짖어대다가, 자기 시간을 잃고 말지요, 이것이 요점입니다!... 이제, 젊은이들과 놀아주는 데 여념이 없는 저 모든 삼류 작가들을 봐보세요... 그들이 끊임없이 젊은이들에게, 속이 텅 빈, 그리고 ‘철학적’인 가짜 뼈다귀들을 던져주는 모습을... 아, 청년들이 목이 쉬어라 짖어대는 모습을!... 얼마나 만족해합니까! 얼마나 감사해합니까!... 그들은, 포주들은 젊은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알고 있어요! 관념들!... 더 많은 관념들! 결론을! 지적 변화를! 포르투갈 포도주에 절여서! 언제나! 논리적이고! 주우우우욱이는, 포르투갈 포도주에 담가서!... 젊은이들은 속 빈 강정일수록 더 넙죽넙죽 삼키고, 먹어치우죠! 그들이 저 가짜 뼈다귀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과아아안념이라는 장난감뿐이거늘!... --- p.20
문학상을 받은 다른 작품들에 대해서는 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다 개똥 같은 것들이라고 일축하시렵니까?...” “아뇨! 높이 삽니다! 진심으로 높이 평가합니다! “졸작”으로서 말입니다!... 팔십 년은 뒤처진 인간들입니다! 그 사람들이 집필에 매달리는 모습은, 하나같이, 아카데미 미술전에 금메달 따려고 달려들던, 1862년의 사람들 같더란 말입니다... 아카데미풍이든, 살짝 “벗어난” 풍이든, 아예 반?아카데미풍이든,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골고루 다 필요하죠!... 다만 졸작이면 되는 거예요!... 아나키스트 졸작!... 과장이 심한 졸작!... 빌어먹을 놈의 졸작!... 졸작...!” --- p.27
“당신 얘기대로라면, 이제 소설가에게는 무엇이 남은 건가요?” “정신박약자들이요... 축 늘어진 사람들 있잖아요... 신문도 안 읽고, 영화관에도 거의 안 가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졸작’ 소설은 읽는다고요...?” “물론이죠!... 특히, 자기들 서재에 틀어박혀서!... 거기서 사색의 시간을 갖는 겁니다!... 가지려고 갖는 시간은 아니지만!...” “그런 독자들이 얼마나 있나요?” “아! 백 명 기준으로 칠십... 팔십 명은 될 겁니다.” --- p.27
“받아 적으세요!... 우리 무신론자 유럽인들은, 전쟁과 술, 고혈압과 암 없이는, 권태로 죽어버릴 거라고!” “그럼 다른 지역은 어떤데요?” “아프리카인들에게는 말라리아가 있습니다, 아메리카에는 히스테리가 있고, 아시아인들은 모두 굶주리고 있지요... 러시아인
들에게는, 강박증이 있습니다! 이들처럼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권태가 영향력을 가질 수 없지요!” “제기랄! 미친 소리를!” --- p.42
“좋습니다!... 말줄임표! 말줄임표 갖고 사람들이 하도 날 욕해서, 이젠 으레 그들이 내 “점 세 개”에 대해 이렇게 주절거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아, 셀린 씨의 점 세 개!... 아, 그 말줄임표! 그는 문장을 끝내는 법을 몰라!...” 상상할 수 있는 갖은 개소리가 다 나오죠! 몽땅 헛소리입니다, 대령!” --- p.121
“당신이 막대기 하나를 물속에 담근다고 해보세요...” “막대기 하나를, 물속에요?” “그래요, 대령! 당신의 그 막대기가 어떻게 보일 것 같아요?”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부러진 것처럼 보일 겁니다! 멍청이 같으니!” “그래서요? 그런데요?” “그러니까 당신 스스로, 그 막대기를 분지르란 말입니다, 당연한 얘기예요! 그 막대기를 물속에 담그기 전에! 그 짓궂은 장난질! 그것이 바로 인상주의의 비결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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