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과학 보도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과학 저널리스트의 전문성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보다 깨어 있어야 하는 저널리스트는 과학 분야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으면 이를 취재해서 보도하기 어렵다. 과학 분야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으나, 과학 저널리스트는 크게 양산되지 않고 있다. 일부 언론사의 과학부, 생활과학부, 문화부 등에서 과학 분야를 취재·보도하고 있지만 전체 부서와 인원 면에서 기타 정치·경제·사회부 등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특히 다른 부서보다 오랜 기간 전문지식을 쌓아야 하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언론사의 단기 계획에 따라 지속적으로 움직이며 보면, 과학계에 견줄 만한 과학 저널리스트를 키워내기 어렵다.--- p.30~31 중에서
과학 저널리즘은 과학의 발전과 점차 그 정도가 심해지는 자연재해와 맞물려 그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실제로는 언론사 내의 과학 부서가 해체되고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해고되거나 축소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21세기 들어 지속되는 경제 위기와 소셜 미디어 등 새로운 매체의 등장으로 과학 저널리즘의 위상이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과학 저널리즘의 향후 위상은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과학기술 시대를 맞아 어떤 방식으로 과학 저널리즘을 발전시키는가, 그리고 과학 저널리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 p.62~63 중에서
과학 저널리즘은 최근 들어 많은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과학, 특히 의료 분야의 관심 증대로 과학 저널리즘이 중요시되는 반면, 경제 위기와 신문 독자 및 방송 시청자가 감소하면서 전통 미디어 매체의 과학부와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감소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뉴미디어의 등장은 특히 과학 저널리즘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과학 저널리즘의 위기는 과학부가 해체되고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해고되는 등의 푸대접을 받는 데에 있지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 저널리즘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데 있다. --- p.75 중에서
과학자가 미디어 보도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저널리스트들을 기본적인 전문용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비전문가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첨단 과학기술 분야는 일반인이 잘 모르는 영역이다. 또 많은 경우 국민들의 세금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연구비를 통해 그 실험이 진행되는 만큼, 과학자는 과학적인 진전을 국민들에게 자세히 알려주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과학자는 자신의 블로그나 해당 연구팀의 웹사이트를 통해 연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미디어를 통해 연구 결과를 일반인이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 --- p.113 중에서
저널리스트가 과학계에 대해 단순한 지지자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지지는 궁극적으로 정부나 연구소 또는 기업들의 반공식적 대변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나 과학 기관이 생산하는 보도자료는 대통령이나 관계 부처 장관 또는 기업체의 CEO를 만족시키기 위한 선전 자료일 가능성이 높다. 자료를 조작하거나 허위 사실을 그럴듯하게 만들어 뉴스화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단순한 지지자로 있을 경우 이러한 문제점을 집어내는 대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협력자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저널리스트는 사회적 책임감을 다하기 위해서 과학계에 대해 비판적 지지자가 되어야 한다. --- p.142 중에서
과학 저널리즘의 윤리는 결국 과학의 역할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런 전제하에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과학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일 뿐, 최종적인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p.154 중에서
과학계의 부적절한 관행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사태 대부분이 미디어 윤리와 접목되기 때문이다. 황우석 사태와 일본의 오보카타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21세기 과학 저널리즘은 속보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뛰어들다 보니, 과학 보도의 원칙을 지킬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적지 않은 오보를 내고 있다. 이는 과학 저널리스트들이 과학적 발견과 발전을 취재·보도하는 과정에서 저널리즘 윤리원칙을 저버리는 이유이다. --- p.155 중에서
과학 저널리즘은 저널리즘 윤리 준칙을 준수해야 하는 당면 과제와 함께, 과학기술 분야를 보도할 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여러 구성 요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중요 과제로 등장했다. 과학기술과 재난 부분 등의 취재·보도는 저널리즘의 다른 영역에 비해 전문적인 능력과 함께 고도의 저널리즘 윤리의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학 저널리스트는 자신들의 취재원이자 전문가인 과학자와 견줄 만한 상당한 수준의 전문지식을 쌓는 한편, 최고 수준의 저널리즘 윤리의식을 가다듬어야 한다. --- p.156 중에서
과학계의 변화는 결국 과학기술 분야를 취재·보도하던 과학 저널리즘의 양상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실험과 연구를 어떻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가가 주요 요소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 저널리즘 자체에서 빅데이터를 이용한 기사 분석이 중요한 분야로 여겨지고 있다. 과학이 단순히 흥미 위주로 재미있게 스토리텔링되던 시대를 지나 오늘날에는 다소 어렵더라도 분석적이고 체계적인 보도의 필요성이 절실해졌다고 할 수 있다. 과학 저널리즘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보도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것은 빅데이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저널리스트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빅데이터가 과학계는 물론 과학 저널리즘의 본질에 도전을 던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p.182~183 중에서
현대사회의 위해를 우리가 감내하고 피할 수 있는 위험으로 전환하는 위험의 소통을 위해서는, 다양한 주체들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둘러싼 ‘정치적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담론의 주요한 축을 담당하는 언론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위해 감소를 위해서 이해 당사자들이 ‘위험’ 결정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며, ‘위험’에 대한 정치적 결정(또는 거시적 의미에서 사회적 합의 또는 타협)이 바로 ‘위해’를 회피하는 위험 커뮤니케이션의 바탕이 됨을 뜻한다.
--- p.206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