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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대통령 3부 2

밤의 대통령 3부 2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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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60쪽 | 540g | 128*198*30mm
ISBN13 9791104907135
ISBN10 110490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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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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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슈프랑 거리의 소르본 병원.
대리석으로 된 2층 건물인 이곳은 규모는 작지만 첨단 의료 기기를 장치한 현대식이었는데 미 대사관 직원 전용 병원이었다.
2층으로 향하는 대리석 계단을 빠른 걸음으로 올라 복도 안쪽의 특실로 다가가던 매클레인은 마침 방에서 나오는 닥터 다니엘과 마주쳤다.
“어떻게 된 겁니까?”
그가 묻자 다니엘이 머리를 저었다.
“위험합니다.”
“수술은?”
“말씀드렸다시피 불가능합니다.”
다니엘이 헝클어진 흰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긁어 올렸다.
“피를 너무 흘렸어요.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만 해도 기적입니다, 매클레인 씨.”
뒤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매클레인의 부하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지금 누군가를 찾고 있는데.”
다니엘이 방 쪽으로 머리를 돌렸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신을 부른 겁니다.”
매클레인은 그를 제치고 방으로 다가갔다. 특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환자를 내려다보고 서 있던 간호사가 머리를 들었다.
“누굴 부릅니다.”
그녀의 옆에 선 매클레인이 김칠성을 내려다보았다. 창백한 얼굴이었지만 눈은 똑바로 뜨고 있다. 그의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치자 김칠성이 입술만 움직였다.
“우리 형님을 보고 싶다.”
영어다. 그의 말은 정확했고 아직도 힘이 실려 있었다.
“매클레인, 우리 형님을 불러다오.”
“김원국 씨 말인가?”
“그렇다.”
“그 사람은 이곳에 올 수가 없어.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나? 위험하단 말이다.”
김칠성이 입을 다물고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윽고 그의 시선을 견디다 못한 매클레인이 머리를 돌리자 아래쪽에서 가늘고 긴 한숨 소리가 들렸다. 김칠성이 뱉는 숨소리였다.
“김, 할 말이 있는가? 내가 전해주겠다.”
그가 서두르며 말하자 김칠성이 다시 눈을 부릅떴다.
“형님.”
한국말이다.
“김, 뭐라고 했나?”
“웅남 형님.”
“영어로 해봐. 내가 전해주마.”
그러자 김칠성은 더욱 눈을 부릅떴다.
“형님, 형님!”
그러고는 컥 소리가 들리면서 목이 뒤로 젖혀졌다. 그러나 아직도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간호사가 서둘러 그의 가슴에 손을 대었다. 그러고는 머리를 바로 눕히고는 시트를 끌어다 목까지 덮었다.
“돌아가셨습니다.”
“도대체 뭐라고 한 거야? 행임이 뭐야?”
매클레인이 둘러선 부하들을 바라보며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간호사가 김칠성의 부릅뜬 눈을 손바닥으로 쓸어내렸다. 그러나 그의 눈꺼풀은 다시 솟구쳐 올라간다.
어두운 표정으로 김칠성을 바라보던 매클레인이 몸을 돌렸다.
“이자는 끝까지 날 믿지 않은 것 같군.”
응접실로 들어선 조웅남은 김원국의 앞자리에 앉았다. 그에게서 술 냄새가 풍겨 왔으므로 김원국은 가늘게 숨을 내쉬었다.
정오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지희은과 박은채는 방에서 쉬고 있는 모양이고 고동규와 박남호는 밖에 나가 있었다. 마외 씨의 가족들도 방에 있는지 집 안은 조용했다.
조웅남이 눈을 껌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입술이 반쯤 벌려져 있는 데다 술기운으로 눈은 충혈되어 있었다.
“형님, 무신 일이오?”
지친 듯한 목소리였으므로 김원국은 침을 삼켰다.
“칠성이가 죽었다.”
조웅남은 눈을 끔벅이며 그를 바라볼 뿐 헤벌린 입을 다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방금 매클레인한테서 연락을 받았다. 쇠약해져서 고통 없이 죽었다고 했다.”
“…….”
“시체는 매클레인이 책임지고 한국으로 보내준다고 했어.”
“헐 수 없지, 뭐.”
조웅남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죽을 줄 알었어, 나도.”
이제는 김원국이 잠자코 탁자 위를 내려다보았다. 조웅남이 말을 이었다.
“새벽에 봉게, 갸 눈깔이 맛이 갔더라고.”
“…….”
“그 말헐라고 불릉 거요?”
“그리고 오늘 밤에 우린 서울로 간다.”
“갑시다.”
“매클레인이 우릴 데리러 올 것이다. 우린 미 공군기지로 가서 공군기로 간다.”
“…….”
“그럼 준비해라.”
자리에서 일어선 조웅남이 응접실을 나서다가 힐끗 김원국을 바라보았다. 마침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김원국과 시선이 부딪쳤고, 그들은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방에 들어선 조웅남은 창가에 놓인 의자로 다가가 천천히 몸을 내려놓았다. 탁자 위에는 조금 전까지 마시다 만 위스키가 반병쯤 남아 있었지만 그는 시선만 줄 뿐 손을 내밀지는 않았다. 이제 그의 입술은 굳게 닫혀 있고 눈의 초점도 또렷하게 잡혀 있다.
그는 술병을 보는 것이 아니었다. 술병을 뚫고서 끝없이 뻗어 나가는 시선이었다.
집 안에서 누군가가 발소리를 내며 걸었고, 주방 쪽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들려왔다. 먼 쪽에서 자동차의 엔진 소리도 들렸다가 사라졌다.
이윽고 조웅남이 입술을 열었다.
“그려, 병원에서 죽었응게 다행이여.”
가늘고 약했지만 자신의 말소리여서 그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딴 놈들은 객사혔는디 호강이지, 머.”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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