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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527쪽 | 648g | 135*215*35mm
ISBN13 9788993703412
ISBN10 899370341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빈손 윤병태
연세 대학교 철학과 교수. 연세 대학교 철학과 학사 및 석사. 독일 마부르크 대학교에서 연구, 괴팅겐대학교 철학박사. 저서로는 『개념 논리학』, 『삶의 논리』, 『청년기 헤겔철학』, 『칸트 그리고 헤겔』, 『청년 니체』 외 논문 다수. 연세 대학교 학술상, 연세 대학교 우수업적교수상, 서우철학상 수상. 헤겔학회 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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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 이별 전주곡
1장 한 마음으로 19

1.하늘을 나는 노래...21 | 2.생의 놀이를 마감하려 한다...23 | 3.2011년 9월 14일 양재천 의자...24 | 4.무명의 어머니...25 | 5.2011년 10월 11일...26 | 6.익명의 님...27 | 7.죄와 한...28 | 8.병원 앞길...31 | 9.작은 미소의 의미...32 | 10.보내는 연습...34 | 11.응급실...35 | 12.죽음의 신전...36 | 13.이승 걱정 말고...37 | 14.망가진 시계가 되고 싶다...39 | 15.이놈 조카야 죽으면 눈을 감는 법이다...40 | 16.집으로 데려다 다오...41 | 17.되새김질...42 | 18.철없는 살구꽃...43 | 19.고모를 부르자...44 | 20.대학병원 응급실...45 | 21.님 걱정...46 | 22.노동요...47 | 23.불면의 밤...48 | 24.우리 모두 같은 위치에 있다...49 | 25.이별은 만남보다 크다...50 | 26.늙은 어린애...52 | 27.어린애 놀이...52 | 28. 밤 두시의 신음...53 | 29.마음대로 하자...54 | 30.한마음 기도...56


1. 하늘을 나는 노래

님은 요즘
매일 매일 하늘 나는 연습을 하신다
번번이 실패하면서도
밤마다 기도로 날개를 퍼덕이고
잠이 들면서 치솟아
눈 감은 채 따뜻한 남쪽하늘로 날며
희망으로 좌표를 정하고 목적지를 꿈꾼다
오늘밤도 어제처럼 실패하지만 서두르지 않는다
내일이 또 있으니까
내일은 꼭 날리라 믿음으로 꿈꾼다
날개를 퍼덕이며 노래한다
훨훨 날자
팔십년 전부터 연습했던 날아오르기
더 이상 착륙 없는 비행
날자 날자
훨훨 날자꾸나
팔십년 전부터 되풀이 했던 연습
미련 없이
땅을 박차 올라
내려다보지 말고 위만 바라보며 날아오르자
날자 날자
훨훨 날자꾸나
뒤돌아보지 말고
내려다보지 말고 위만 보고 날아오르자


2. 생의 놀이를 마감하려 한다

한 노파가
작은 체구에서 빠져나와
인연의 놀이를 끝내고
얽힌 그물코에서 만남의 고리를 풀려고 한다
인연을 끊으려 한다
운명을 용서하려 한다
이별과 그리움을 유산으로 자식에게 상속하고
생의 놀이를 마감하려 한다
작은 육신을 빠져나가려 한다


3. 2011년 9월 14일 양재천 의자

양재천 다리를 넘는다
낯선 길, 낯선 동네,
몇 번이나 와 본적 있어도 언제나 낯설다
무심코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흐르는 개천은 무엇을 품고 흐를까
위독한 것 같지는 않다는 식구 목소리에
적이 안심하면서
양재천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의자
부슬비에 젖어, 오늘 누구도 앉은 적 없는 의자에
가던 길 멈추고 털썩 몸을 걸친다
옷과 엉덩이가 젖어든다
축축한 물기가 육신을 타고 오른다
여기 저기 있는 것들이 무심하다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들이 부산하다
다행히도
모든 것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또 갈 곳을 가고 있다
위태롭게도 약간의 것들은 제자리를 떠나려 하고
약간의 것들은 가지 않아도 될 곳을 가고 있다
나는 가야할 길을 멈추고
멈춰선 안 되는 곳에서 앉아 있다


4. 무명(無名)의 어머니

어머니
그 이름 안에 무수한 사연 있다
이름 아닌 그 이름에
삶의 모든 역사가 추상된 채
마치 늦봄 꽃잎 떨어지듯 흩날린 세월을 뒤로하고
삶의 작은 기쁨과 환희로
아픔의 긴 그림자에 기대면서
마치 늦가을 햇살처럼 맑고 밝은 벽면에
정작 본인은 이름 없는 무명씨로 새겨진다
고유번호도, 고유시간도 고유장소도 없지만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이름 없는 무명의 어머니
누구도 함께 나눌 수 없는 이름 없는 쓰라림의 어머니
이제 찬란한 색깔의 무명이 지워지려 한다
이제 화려한 흰빛이 검은 빛으로 바뀌려 한다


5. 2011년 10월 11일

수십 번 만났던 시월 11일
올해 시월 11일은 유난히도 길구나
표식도 징표도 없이 만났던
예전의 시월 11일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도 알 바 없이
흘러간 날
헌데 2011년 10월 11일
밤잠 설치고 일찍 일어나
00병원에 누운 모친을
응급실로 모시고 간다 119로 황급하게
대학병원 중환자 응급실
세끼를 걸러도 배고픔 없더니
정신 놓고 왔다갔다 지친 나는 아무데서나 졸고
왔다갔다 정신 빠진 마누라는 아무데서나 병수발이다


6.익명의 님

우리 님 키는 고만고만한 또래처럼 평균이다
도시 엄마들처럼 교육은 받지 않았지만
체험한 삼강오륜을 가르치셨다
그 님이
병실에 누었다
우리 님 성격은 또래처럼 고만고만한 평균이다
또래와 다른 점은
내 어릴 때부터
미워하거나 멀리해서도 안 되고
가까이 해서는 더욱 안 되는 말과 태도와 마음으로
눈물 슬픔 고통 아픔 희생 원망
그리움 외로움을 가르치셨다
내 초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지키려 했던 그 가르침이
요즈음 일시에 무너지고
그 언어들의…
멀리 했던 언어들의 복수를 받는다
익명의 우리 님과 그 가르침
그리고 익명의 고뇌


7. 죄와 한

“어미가 고생이구나 미안하다”
이제 더 이상 이런 말씀 아니 하신다
가쁜 숨, 고열, 급한 맥박
하지만 수술은 않기로 했다 의식 있을 때 하신 약속대로
실없는 알부민 주사로 마음을 달랜다
모친 안락사 시도
소극적 안락사
모친의 뜻이라기보다 자식의 뜻이다
적극적 측면도 있다
몇 달 전
하얀 신 찾으려 25층 옥상에 가신다는데
자식은 왜 그리 소리 지르며 속 좁게 화를 냈을까
‘빨리 죽으세요 왜 가만히 못 있고 그러세요
빨리 죽어요, 안 죽으려면 나가세요
지금 당장 나가서 돌아오지 마세요…’
오천 원 짜리 여름 신
삼년 전 하나밖에 없는 칠순 여동생이
생일 선물로 준 신발
하얀 비닐 신을 찾을 뿐인데
그 구두가 어디 있냐고 물을 뿐인데
스스로 어린 날부터 지금까지 애지중지 키운
아들놈인 내가
별 대단한 일도 아닌 걸 갖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나가든지 죽든지 사라지든지 안보이든지
넷 중 하나를 택하라고
눈깔을 부라리며
온 동네가 들썩이도록 큰 소리로 악을 썼다
귀 들리지 않아도
마음이 어찌 모르겠는가
하늘과 땅은 또 어찌 귀머거리겠는가
독한 어머님이 말없이 눈물을 삼키는 눈치다
천하의 어머니가 하늘을 바라본다
한 시간도 지나기 전
나는 어머니 앞에서 똥파리처럼 싹싹 빌긴 했지만
내 눈깔이 부끄럽고, 내 목소리가 부끄럽고
어머님을 보는 것이 부끄럽고, 살아있는 것이
부끄러웠다
못난 놈 나쁜 놈
구질 맞은 놈 치사한 놈은
못나고 나쁜 놈답게
구질 맞고 한심한 놈답게
제 방문 닫아걸고 독한 소주 한 병을 벌컥벌컥 마셨다
취하면서 히히 웃었다
다시 돌아보니
살모(殺母) 죄의 한만 뒹구는구나


8. 병원 앞길

병원 밖 큰길
차들은 강물처럼
알 수 없는 목적지로 끊임없이 흐른다
일시 탄 승객도
일시 태운 차들도
순간의 만남을 즐긴다
사람들은 흐르는 세월처럼
알 수 없는 곳을 향해 제멋대로 술렁이며 파도친다
순간으로 마주쳐 지나는 교차로
모두 다 일시의 지남을 즐긴다
일회용 생명을 즐긴다


9. 작은 미소의 의미

어제까지도 도도하던 당신
그렇게 지조 높던 당신
그렇게 총명하던 당신
지난해까지도
그렇게 욕심 많던 당신
그렇게 지혜롭던 당신
그렇게 자존적이던 당신
오늘 왜 그러시는가?
웃을 일 없는데 빙그레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당신 뜻인가 자식의 뜻인가 하늘의 뜻인가
그렇게 오랫동안 기원했던 소원 하나
고통으로 살았으니
웃으며 따라가도록 후딱 데려가 주소서
왜 그 작은 소원하나 아니 들어 주시나
무슨 잘못 그리 크다고
들어줄 능력 없나 능력 있는데 아니 하시나
능력 없으면 무능하고 아니하면 장난꾸러기니
분명 신은 아닐 터라
신이여 들으셨나 귀머거리인가
신이여 계시는가 죽었는가
신이여 할 수 없으신가
신이여 가셨는가
모친은 빙그레 웃으신다
같이 따라 웃는다


10. 보내는 연습

두려운 것
그것이 어찌 죽음이겠나
두려운 것은 이별
영원한 이별이지
마주 오는 이와 피할 수 없을 만큼 좁은 외길
온갖 야생의 강과 절벽 사이로 이어진 험한 길
그 길을 꼭 가야 할까
가야 하면 가야지
가고 다시 오지 못할 만큼 먼 길
이별의 길 두려운 길이라도
가야 하면 가야지
이제 가는 님 보낼 준비를 하자
보내기 참으로 어렵다 해도


11. 응급실

아픔이 모이는 곳
절박이 쌓이는 곳
급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 뿐
모든 것은 느리게 돌아간다
B18, B19, B20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숫자판으로 둔갑하여
함께 누워 있다.
번호판 달고
삶의 종말이 일상인 장소
슬픔 대신 소스라침과 비명
깨지고 부서지고 망가진 육신들이
더 깨지고 부서지려 모여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돌팔이들 돌팔매에


12. 죽음의 신전

세상 암흑이지만
어둠 아닌 구석 손바닥만큼 있으려나
태양 없으니 햇빛 물론 없어도
언제나 밝은 곳
인공의 빛, 응급의 빛
아이는 어미 가슴에 거머리처럼 들어붙어 잠이 들고
할매는 초점 없는 눈으로 허공을 응시 한다
낯선 사람들 쉽게 서로 가족이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 쉽게 낯선 이로 돌변하는
질병을 신으로 모신 이상한 사원 대형병원
탄생의 신전
죽음의 신전
삶의 신전
신전의 기둥에는 이런 글들이 새겨져 있다
너 자신을 제물로 바쳐라
질병에게 예배하라
인생은 순간이고 죽음은 영원하다


13. 이승 걱정 말고

이승 걱정은 마십시오 어머니
그냥 편하게 가세요
육체의 아픔일랑 잠시만 참으시고요
조금만 더 참으세요
이승은 언제나
어머니가 원했던 세상은 아니잖아요
이승 어디든
어머니가 원했던 세상은 아니잖아요
신이 창조한 이승
인간이 살자마자 부패를 시작한 이승
이승을 사는 것들조차 떠나고 싶어 하는 이곳
다 아시잖아요
미련 없이 가세요 어머니
새벽 한시
도대체 동틀 것 같지 않던 시간
조용한 당신의 가쁜 호흡이
자식의 속을 태우는군요
병원 화장실에 자꾸만 들락거리는 것은
두려움을 감추려는 수작은 아니지만
님의 모습에 바치는 대사 없는 오페라지요
미련 둘 것 없어요 이 치사한 세상에
어머니 어머니
나의 영원한 어머니,
못된 자식 쥐어박듯 용감하게 떠나세요


14. 망가진 시계가 되고 싶다

이름
오직 가족에게만 의미 있는 이름
생활을 공유했던 이들의 만남
그리운 얼굴들 스쳐 지나고…
통곡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시끄러운 소음인 곳
같은 장소에 있다는 것만이 우연의 필연, 필연의 우연
고통스런 신음 간간히 들리고
위로소리 나직이 들리는
응급실
나는 이곳의 시계이고 싶다
가지 않는 망가진 시간이 되고 싶다


15. 이놈 조카야 죽으면 눈을 감는 법이다

서른을 막 넘긴 외종사촌이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
식구들이 경황없이 헤매다 이곳에 끌고 와
하루 밤 하루 낮을 못 넘기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게 한 곳
그곳이 여기다
그가
마지막 긴 한숨 후
눈을 똥그랗게 뜨고 천정을 노려보았을 때
이놈 조카야
죽으면 싫어도 눈을 감는 법이다
내가 감겨주마
미련 두지 말거라
이 세상 더 이상 볼게 없잖은가
내 어머님이 그의 눈을 쓸며 중얼거리던 곳
그곳이 여기이다 00병원 응급실


16. 집으로 데려다 다오

너의 옆방 내 방에서
내가 만든 베개 베고
내가 만든 요 깔고
내가 만든 이불 덮고 누워
조용히 혼자 죽을 테야
갈 테야 데려다다오
가고 싶구나 집에
집에서 쉬고 싶어
너 사는 그 집 어디든 그곳으로 갈 테야
여기는 싫어
너와 함께 있을 거야
희미한 목소리 들린다
응급실
모두가 분주하고 바쁘다
모두 서로에게 낯설면서도
각자 할 일
누가 나누고 부리고 조정할까
낯선 서로들이 맞물려 일사천리로 돌아간다
이곳에서
나 사는 곳 어디든 그곳으로 모시고 가야하는데…


17. 되새김질

하찮은 미물도
생을 얻어 한 세상 살았으면
자기만의 흔적이 있다
남을 위한 것도 자신만의 것도 아닌
그냥 그려진 자욱 말이다
흐트러진 의식을 추슬러 지난날을 회고하는 것은
이 자욱을 재확인하려는 본능의 되새김질이다


18. 철없는 살구꽃

늦가을
봄이 아닌데 봄 시늉 하는구나
못난 어미가 잘난 딸 흉내 내듯
멋모르는 늙은 살구나무 산고 모르고 아기 꽃 피우니
내일 아침 찬 서리에 어린 꽃잎 얼리면
내년 봄 따뜻한 바람 불 때 그 아픔 어이 견디려나


19. 고모를 부르자

어린 시절 잠시 함께 살았던 인연을 내세워
먼 곳 사는 고모를 불러야겠다
엄마의 이별을 그녀와 나누어야겠다
어린 시절 잠시 한 식구였던 고모
고모부 없는 늙은 과부 고모를 부르자


20. 대학병원 응급실

대학병원 응급실에 급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급한 것에 급히 대응하거나 반응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학병원 응급실에는 대학도 병원도 응급실도 없다
값비싼 컴퓨터와 기계와
그 앞에 미련하게 얌전히 앉아 있는 멍청한 수련생들과
쓸데없이 왔다갔다 하는 실없는 돌팔이들이
비명 지르는 환자들과 안절부절 하는 환자가족들의 아우성과 함께
같은 시각 같은 공간만 사용할 뿐이다
거기에
사람 사랑하고 사람 존경하는 명의는 물론
붕대 하나 제대로 감을 줄 아는 노련한 수련의도 없다


21. 님 걱정

어릴 때 엄마 품에 안기면
모든 근심 고통 사라졌지
육순 넘어 엄마를 품에 안으니
모든 근심 고통 되살아나네
한숨에 땅이 들먹거리네
엄마
누가 엄마 없을까마는
누가 나이 들어 엄마를 잊지 않을까마는
내 님
남의 엄마 아니라서 그런가?
근심이네 걱정이네 아픔이네


22. 노동요

어떤 규칙도 없이
눈앞에 있는 문제를 풀고 그러기 위한 노동만이 있을 뿐
단 한 번도 하고 싶은 일 한적 없었다
오직 해야 할 일 만 해야 했으므로
모든 노래는 노동요였고 노동요는 가쁜 숨소리와 헐떡임이었다
어떤 규칙도 없이
규칙 없는 규칙만을 유일 원칙으로 한 삶
작은 노인의 일생
땀 흐르는 소리, 아픔을 참는 소리, 이별의 소리…
침묵의 여운으로 색칠 된다


23. 불면의 밤

밤이 깊어 가면
고독은 잔잔하게 물결친다
어둠의 파도에 밀려오는 이별의 껍질들
하나 또 하나 줍는다
밤이 깊어 가면
추억은 새록새록 선명해진다
아리게 비쳐오는 그리움의 그림들
하나 또 하나 들쳐보며
불면의 밤
하얗게 파랗게 지샌다


24. 우리 모두 같은 위치에 있다

생의 색깔이야 각자 달라도
향기 서로 달라도
지금 여기라는 동일 시점 동일 위치에 와 있다
영혼의 색깔과 향기는 추할 수도 아름다울 수도 있지만
그 평가는 자기 몫이 아니다
지금 여기를 담고 있는 육신 항아리
숨 쉬는 모든 것 각자의 몸
살아 있음의 확실한 징표이다
모두 다 같은 지점을 함께 한다


25. 이별은 만남보다 크다

이별은 언제나 만남보다 남는다
이별이 만남보다 큰 때문이다
이별이
언제나 만남보다 슬픈 것은 아니다
언제나 만남보다 기쁜 것도 아니다
사랑은 흔적을 남긴다
이별이기 때문이다
미움은 흔적을 남긴다
이별이기 때문이다
만남만큼 기뻐하고
만남만큼 슬퍼하고
이별만큼 기뻐하고
이별만큼 슬퍼하는
생의 놀이터는
이별 때문에
만남 때문에 기뻐하고 슬퍼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만남보다 남는다
사랑이기 때문이다


26. 늙은 어린애

삼 사세 어린애로 다시 돌아가
돌 뿌리 차지 않아도 넘어지고
자갈밭 아닌 데도 뒤뚱거린다
세상 무한히 아름답고 향기로운 곳
그때 미처 몰랐지
내 머리털 백발 되고 팔순노모 어린애 되니
내가 어머니 위해 할 수 있는 일
아무것도 없구나
늙은 엄마
인간과 인생의 존엄 받은 적 없어도
남의 도움 없이 스스로 걷고 먹이 찾아 자식 키우며
스스로 잠자리 들던 때 있었지
‘쌌어, 쌌나? 지가 나왔지’
의기양양하게 자식을 쳐다보며 순진하게 웃으며
팔순 넘긴 늙음이 어린애 놀이한다
인간의 존엄
비극인지 희극인지 알 수 없구나
백발성성한 자식 또한 어린애 되어
껄껄 웃다 웃음 끝나기도 전에 코가 메이고
코 메임 끝나기도 전에 껄껄 웃는다


27. 어린애 놀이

세상 어디
어미 없는 새끼 있으랴
세상 어디
새끼 없는 어미 있으랴
해서 그 사랑을 신의 말이라 하지 않는가
해서 그 사랑을 천륜이라 하지 않는가
이제 저님
우리 어머님
새끼 없는 어미처럼
유유자적 하신다 둥지 떠난 새처럼
웃지 않던 웃음소리 터지고
울지 않던 목소리 터지니
어린애 놀이 하시는가, 꽃밭의 나비처럼
요즈음 우리 집
어미 잃은 자식처럼
나발통 같은 당나귀 울음이
숨죽여 조용하게
귀뚜라미 흉내 내며 차가운 노래 부른다


28. 밤 두시의 신음

모두 잠든 밤 두시
고요 속에 나 역시 평화롭고 싶은 시간
신음 소리에 화들짝 놀란다
사자처럼 강인하고 용감했고
하이에나처럼 끈기 있고 치열했고
늑대처럼 참을성 있고 집요했고
설표처럼 단호하고 은밀했던
옛날의 님이
이제
잇빨도 발톱도 다 빠진 늙은 사자
끈기도 인내도 다 소진한 노 하이에나
결단도 단호함도 다 포기한 병든 호랑이
참을성도 인내도 모조리 증발된 부상당한 늑대 되어
깊은 신음을 그르렁 거린다


29. 마음대로 하자

죽음이 삶의 완결이라고?
삶이 축복이라고?
아픔이 삶의 특권이라고?
거짓말엔 속아도 된다
절망은 놀지 않고 제 할 일을 다 한다
아픔은 쉬지 않고 제 길을 계속 한다
죽음은 삶보다 더 힘차게 제 본성을 보여 준다
이길 수 없다면 항복하고
축복이 아니라면 망각하고
특권이라면 즐기고
완결이라면 고마워하자 축복이라면 춤을 추자
죽음을 고마워하고
아픔을 즐거워하고
절망을 기꺼워하면서
힘차게 삶을 노래하자 마지막 소절이 장송곡이라 해도
아우성과 한숨
통곡과 절규
그만한 크기로
자지러지는 웃음을 웃자
희열의 춤을 추자
불태움의 정열
아침 햇살의 현란한 면사포 쓰고
저물어가는 인생의 춤을 힘차게 추어보자


30. 한마음 기도

엄마는 아픈 와중에도
나의 식욕감퇴를 기도한다
내 뱃살 때문에
그리고 그 뱃살이 한심한 식탐 때문임을 철석같이 믿으므로
우린 다 같이 기도한다
나는 ‘엄마가 나보다 먼저가시기를’
엄마는 ‘자기가 자식보다 먼저가기를’
우리는 하나 된 마음으로 앞뒤 갈 것을 기도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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