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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영화

내 안의 영화

: 김충수의 영화 에세이

김충수 | 문자향 | 2002년 03월 31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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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2년 03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78쪽 | 447g | 153*224*20mm
ISBN13 9788995212219
ISBN10 899521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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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충수
강원도 춘천 출생. 강원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강원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전공 수료. 현재 속초고등학교 교사. 웹진 <씨네라인>에 영화관련 칼럼을 연재했으며 저서로『춘천의 마을신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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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 모든 것이 정지해버린 곳에 움직임이 있다. 고요함이 있으매 움직임이 있는 것일까, 움직임이 있으매 고요함이 있는 것일까.

적막하기 그지없는 시간이다. 적요寂寥하기 그치없는 길이다. 지나해 오월 어느 날, 오랜만에 설악산에 찾았다. 홀로 타향살이를 한다는 데서 느끼는 외로움이 뭉친 날이었다. 평일이라 산길은 사람들이 없어 좋았다. 길가 상점에서도 붙잡지 않아 좋았다. 유월이 되어야 대청봉에 이르는 등산로가 열리니, 산행은 비선대가지만 잡았다. 얼마만이냐, 그윽한 산속에 홀로 존재한다는 것이, 적막, 적요…. 나무가 숨 쉬는 소리, 잎새가 서로 속삭이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고요함이다. 일체의 모든 것이 정지해버린 듯 고요한 가운데 소리 없는 움직임은 오직 내 발걸음일 터였다. 비선대까지 쉬임 없이 오르는 길에서 나는 나에게 말을 건내고 있었다. 아니다. 나는 나무와 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비선대에서 깎아지른 미륵봉을 바라보며, 제법 푸르러가는 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제야 들려오는, 두 귀를 꽉 채우는 계곡의 물소리. 물로 목을 축이곤 바위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이대로 마고선사처럼 저 하늘로 오를 수만 있다면, 마음이 점차 평온하게 가라앉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산에 오면 집착도 번뇌도 어디론가 훨훨 떠나가 버리고, 고요한 마음만 남아있으니.

세간과 거리를 두어서일까. 본디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것이 나의 성미인지라, 세간의 부대낌으로부터 떨어져 소요하는 나날들을 꿈꾸어오지 않았던가. 어쩌면 지난해 여름 한 철, 영랑호수 가에 삶터를 잡은 것도 그런 연유에서인지 모른다. 삶터라는 것이 몸 하나 겨우 누일 공간이었지만, 읽고 쓸 수 있는 한 줌의 시간과 한 평의 공간만 있으면 아무런 소망도 없을 나였으니 무엇을 더 바랐겠는가. 게다가 창밖에 보이는 호수와 대청봉의 풍광이 더없이 눈에 찼으니 말이다.
--- pp.27~28
─ 떠나지 마. 견딜 수 없어.
─ 떠나는 게 아니야, 처음부터 간 적이 없으니까. 떠나는 게 아니야.
─ 내게 왔어.
─ 간 적 없어.
─ 왔어.
─ 간 적 없어.

그렇게 홀연히 결별했던 날이 있었다. 스산했다. 바람이 차가웠다. 마음이 조각조각 부서져 흩날리고 있었다. 눈처럼 어리럽게. 그 많은 기억들이 한꺼번에 무쳐서는 나타났다가 향방을 모르는 채 가뭇없이 사라져가기도 했다.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저 말 몇 마디 던졌을 뿐인데, 거리는 손닿지 못할 만큼 멀어졌으니. 차갑다. 냉혹한 것이 현실이라는 이야기를 곁귀로 듣기는 했으나, 이러한 때를 두고 이르는 것인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둘 사이에 얼마만큼이라도 '진실'이라는 것이 존재했던 것일까.

색이 바랜 틀라타너스의 마지막 잎새들이 있는 대로 뒹굴며 밟히고 있었다.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던 즈음의 날은 그러했다. 나는 알고 있다. 내게 다가왔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다. 잠시 동안 만이라도 그랬다는 것을. 그러면서 그 사실을 부인할 수 밖에 없던 그 처지도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갈피 접힌 마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홀로 여러 날을 그렇게 쏘다녔다. 흔적들을 지우려고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간 것은 대단한 잘못이었다. 땅에서 흔적들은 지워졌지만, 그 흔적들이 온몸에 찰거머리처럼 올라붙었기 때문이다. 증오해야 할 이유가 마땅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증오해야 할 이유도 사실은 마땅한 것이 아니었다. 삼류 멜로 영화나 연애소설의 뻔한 줄거리처럼 흘러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어쩌면 그런 것들은 낭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터이다. 참혹한 결별은 결코 낭만이어서는 아니 되었다. 철저한 슬픔이어야만 온당할 테니까. 그것이 사실이라고 믿었다. 어쩌면 그것이 더 지독한 증오였는지도 모른다. 증오와 사랑은 양끝에 위치해있지만 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것을, 증오와 사랑은 본디 뿌리가 하나라는 것을 그 즈음에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 pp.118~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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