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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긍정하는 허무주의

삶을 긍정하는 허무주의

정수복 | 알마 | 2016년 04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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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506g | 153*224*30mm
ISBN13 9791159920004
ISBN10 115992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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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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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열며 사회학자, 철학자를 만나다
박이문의 삶과 학문 세계는 나를 넘어서 많은 사람에게 널리 알릴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특히 삶의 의미에 목말라하는 젊은이들은 8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진정한 삶의 의미를 추구한 노학자의 삶에서 감동을 느끼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p.11

모든 것이 시장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는 시장전체주의 시대에 학문의 독자성을 지키고 예술의 고유한 가치를 옹호하는 박이문의 삶과 사상을 재구성하여 스러져가는 학문과 예술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세속적 물질주의에 맞서 정신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한 편의 평전을 쓰려 했다. 그의 삶과 사상의 흩어진 편린들이 아니라 전체적인 모습을 희미하게나마 독자들에게 그려 보이려 했다. --- p.15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는 앞만 보고 달려오면서 중요한 것들을 많이 잃어버렸다. 그러나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정신은 세대와 세대를 이어 면면히 계승되고 전승되어야 할 고귀한 가치다. 굴곡이 많은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우리 사회는 일관성 있는 삶을 살았던 전 세대의 인물들을 넉넉히 만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삶을 기록하여 다음 세대로 전승하는 일이 중요하다. 모든 세대는 전 세대로부터 정신적으로 중요한 무언가를 물려받아 그것을 시대에 맞게 발전시켜 다음 세대로 넘겨줄 책임이 있다. 존경할 만한 삶, 닮고 싶은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전 세대의 이야기가 많이 있어야 젊은이들 또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힘을 얻는다. --- p.18∼19

1부 풍요로운 창조―지적 탐구와 자기만의 글쓰기
세계인 박이문 보편의 추구
박이문과 같은 세대에 속하는 조가경, 승계호, 김재권, 이광세 등 한국 출신 철학자들이 영어로 쓴 저서를 통해 미국 철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그들이 한국어로 사유하고 한글로 쓰는 능력을 상실한 것과 달리 박이문은 영어와 프랑스어로 쓰면서도 한글로 자신의 사유를 표현하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그는 일찍이 1950년대 후반부터 한글로 문학평론과 시를 쓰기 시작한 이후 프랑스어와 영어로 논문을 쓰면서도 줄곧 한국어로 사유하고 글을 쓰는 능력을 유지했다. --- p.41

박이문은 한국어 저서를 통해 한국 ‘자생철학’을 대표하는 우리 시대의 세계적인 철학자가 되었다. 그의 철학은 박이문 개인의 철학이지만 그와 동시에 “한국철학의 자생성과 독창성을 위한 디딤돌이자 이정표로 기록될 것”이다. 오늘날 우리 학계의 지적 과제는 서구 학문의 추종에서 벗어나 우리 나름의 학문을 만들어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그 보편성을 인정받는 데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미 1960년대부터 문학과 철학, 서양철학과 아시아사상을 넘나들며 자기만의 학문을 추구해온 세계인 박이문의 삶과 학문세계를 주의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p.42

철학자 박이문 궁극의 인식
세계의 절대적 확실성에 도달하려는 꿈은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목표일지라도 철학자는 끊임없이 사회, 인류, 우주의 궁극적 존재가치를 탐구한다. 박이문은 이카로스와 시시포스의 모습을 떠올리며 자신의 철학적 탐구를 계속한다. … 박이 문은 쉽게 답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철학적 사유를 계속했다. 확실한 답을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 p.50∼51

“지난 10여 년 동안 나의 주요한 철학적 관심 중 하나는 니체에 서 시작하여 푸코와 데리다를 거치면서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이 흔들리고 있는 이성을 재해석하고 재구성하여 옹호하는 일이었습니다. 나는 이성을 판단의 절대적 잣대라고 믿지 않고 무조건 의지할 수 있는 빛으로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성은 역시 사유의 잣대이며, 이성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빛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 p.64∼65

박이문의 둥지의 철학은 그가 평생 동안 동서양을 섭렵하고 또 문학과 사상과 예술을 넘나들며 모으고 가꿔온 다양한 언어의 재료들로 엮은 편안하고 아름다운 둥지다. 이승종이 말하듯이 “둥지의 철학은 박이문 철학의 모든 것이 응축된 기념비적인 저작이다. 혼란과 격동 의 시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온 노老철학자가 자신의 평생을 다 바쳐 빚어낸 위대한 사유의 심포니”다. 그의 평생의 사고와 글쓰기 작업은 영혼이 거처할 ‘둥지’를 짓는 일이었으며 지금도 그 둥지를 계속 더 아름답고 편안하고 견고하게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 p.66

시인 박이문 인식과 표현
“내가 중학교 시절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때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 강의를 안 듣고 시를 썼어요. 중학생 때 처음 쓴 시의 제목이 “낙엽”이었습니다. 내 안에서 자라고 있던 절망과의 투쟁에 대해 쓴 시였습니다. 그 시절 다른 친구들은 운동하러 다니고 놀러 다녔지만 나는 시간이 나면 무언가를 썼습니다.“ --- p.100

“앞으로 궁극적인 시, 최종적인 시 한 편을 꼭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 p.102

박이문에 따르면 인간이 세상을 인식하는 기본 틀로 작용하는 세계관에는 네 가지가 있다. 종교, 철학, 과학, 예술은 서로 다른 세계 인식의 방법이다. 종교가 초월적 세계에 대한 신념의 체계이고, 과학이 현실에 대한 인과관계적 설명이라면, 철학은 과학에 대한 담론, 메타과학meta-science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이란 무엇인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실재의 존재,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떻게 표현할 수 없어서 이렇게도 표현하고 저렇게도 표현해보는 것이 예술이다. 존재와 표현 사이에는 어떻게 해도 메울 수 없는 거리가 있다. 종교와 과학과 철학으로 잡을 수 없는, 무언가 부족하고 빠진 것을 다시 잡으려는 욕망이 예술가를 만들고 시인이 되게 한다. 삶에 대한 근본적 생각은 합리적 담론보다는 예술작품으로 더 잘 표현될 수 있다. --- p.105

종교인 박이문 의미의 탐구
“오랫동안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썼지만 인생의 궁극적 의미는 없다고 생각하는 허무주의자가 되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은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의미’가 어디에 있느냐는 물음은 성립이 안 되는 질문이에요. 인생의 궁극적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은 헛수고입니다. 반면에 ‘인생에서의 의미’는 가능하지요. 각자 살아가면서 자기에게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찾을 수 있지만 인생 자체의 의미는 없는 것입니다. 나는 우주라는 존재에도 목적이 없다고 보는 허무주의자예요. 젊은 시절에 나에게 큰 지적 자극을 준 니체나 사르트르도 허무주의자들이었어요. 그러나 인생 은 그 허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결단에 의해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나는 허무주의자이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을 살아왔어요.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큼 삶을 긍정하면서 동시에 철학적으로는 허무주의자입니다.” --- p.126

박이문이 볼 때 종교는 인간의 고통 앞에서의 무력함이 만들어낸 상상물이다. 종교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려는 인간 욕망의 표현이며 종교가 묘사하는 어둠 너머 세계는 사실상 빛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다급한 표현이다. 종교가 우리가 알고 체험하는 세계에, 우리의 삶에 의의를 부여하려는 시도라면 그것은 빛에 대한 우리의 희구에 불과하다. --- p.139

박이문은 모든 종교에 관심을 가져서 저서 《종교란 무엇인가》(1985)에 힌두교, 불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라는 5대 종교의 핵심을 요약하기도 했지만, 기존의 종교를 모두 거부하고 오로지 이성에 의해 자기의 철학 적 세계관을 구축하려고 했다. 박이문이 말하는 세계관이란 “모든 현상 경험, 실천 그리고 그 밖의 모든 문제에 대한 하나의 통합된 총괄적 비전이나 신념”이다. 또한 “철학적 세계관은 종교적 세계관과는 달리 투명한 이성 위에 그것의 확고한 토대를 두고자” 한다. 그가 말하는 이성이란 자기반성적이고 자기초월적인 에너지로서의 이성이다. 그는 기존의 어떤 종교에도 귀의하지 않고 오로지 이성으로 세계와 우주의 질서, 삶의 의미 와 무의미를 밝힐 수 있는 사유의 체계를 수립하려고 애썼다. 말하자면 그는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는 자기만의 ‘종교’를 만들려고 했다. --- p.149∼150

작가 박이문 끝없는 글쓰기
프랑스 시인 가운데 가장 난해한 시인의 한 사람으로 알려진 말라르메의 시 전체를 가로지르는 일관된 사상을 찾아내려는 박이문의 이 야심 찬 저작은 프랑스 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박이문은 말라르메를 사상가도 아니고 순수한 시인도 아닌 그 둘 사이에 위치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가 볼 때 말라르메의 천재성은 세상의 일관된 의미를 찾는 사상가라는 위치와 그것을 시적으로 창조하려는 시인의 자리 사이에서 일어나는 긴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박이문의 말라르메에 대한 연구는 우리가 작가 박이문 을 연구하는 데 하나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박이문의 지적 역정 또한 말라르메와 마찬가지로 시인으로 시작하여 철학자의 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시와 철학 사이를 오가는 삶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 p.161

박이문은 내부로부터 솟아오르는 어떤 알 수 없는 힘으로 자신의 내면적 삶의 이야기를 쏟아놓았다. 그건 자신의 삶을 뒤 돌아보고 새로운 삶을 살려는 각오이기도 했다. --- p.165

“나는 철학자가 아니라 시인, 넓은 의미에서 작가가 되려고 한 사람입니다. 작가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돌아다보고 한 내용을 쓰면 그게 자전적인 글이 되는 거지요. 나는 살아온 이야기를 내 목소리로 말하고 싶었어요. 볼테르, 루소, 사르트르 등 프랑스에서 사상가나 지식인들은 자서전을 쓰는 전통이 있는데 그런 데서 영향을 받았는지도 모르겠군요. 젊은 시절에 사르트르의 자전적인 글 《말들Les mots》을 읽으면서 나도 나의 자전적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요.” --- p.165∼166

박이문의 글쓰기는 그 자신의 영혼이 쉴 수 있는 집을 짓는 작업이었다고 할 수 있다. … ‘둥지의 철학자’ 박이문의 수필을 포함한 모든 글쓰기 작업은 모두 그런 둥지를 짓는 일이었을 것이다. --- p.175∼176

지식인 박이문 공공公共의 발언
철학자는 인식의 주체이기에 앞서 실존적, 실천적 존재다. 말하자면 철학자도 한 사람의 시민이다. 그는 “내가 사는 사회에 참여하여 문제를 발견하고 그것의 개혁을 위해 발언하는 것은 큰 특권인 동시에 시민으로서 지식인으로서의 책임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 p.178

박이문이 볼 때 지식인은 언제나 지적 양심에 따라 비판적 위치를 지키며, 언제나 권력이 없는 사람, 약자와 소수의 입장에 서는 사람이다. --- p.179

해방 이후, 특히 한국전쟁 이후 남한 사회에서 정치적 입장은 대체로 우익 기독교 집단과 진보 비기독교 집단으로 갈린다. 박이문의 입장은 그 둘 다 아니다. 그는 반공이면서 반기독교적인 입장이다. 마르크스주의와 기독교, 좌익과 우익 양쪽을 다 거부한다. 박이문은 남한 사회의 주류인 기독교, 북한 사회의 주류인 공산주의 양쪽 모두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비판적, 반성적 능력을 사회에 불어넣는 것이 철학의 임무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양쪽 사회 모두에 반성을 촉구하는 것이다. --- p.182

그는 언제나 권력으로부터 먼 거리에 존재한다. 결코 권력을 추구하고 권력을 장악하고 권력을 행사하기를 바란 적이 없다. 그렇다고 권력을 대놓고 비판하며 그에 저항한 적도 없다. 마음이 착하고 감격을 잘하고 감수성이 예민하고 의미의 문제에 시달리는 사람이 우격다짐의 정치판에 뛰어들 수는 없었다. 그는 권력과 거리를 두고 존재-의미론적 문제에 몰두했으며 세상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세상 전체를 투명하게 이해하려고 애썼다. 자신의 삶과 생각과 체험과 느낌과 사유의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일이 그 의 삶의 핵심이었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독재체제와 전체주의는 그에게 깊은 의미에서 공포와 혐오감을 자아냈다. --- p.198

박이문 저작의 구조 분석 미로에서 길 찾기
박이문의 끊임없는 탐구와 글쓰기의 삶은 지금까지 거의 100권에 육박 하는 저서의 출판을 가능하게 했다. 그 많은 박이문의 저작은 대양이고 산맥이고 숲이며 늪이고 미로가 될 수도 있다. 거대하면서도 오밀조밀한 박이문 저작의 전모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식으로 많은 사람이 박이문을 철학자로만 알고, 오래전 에 그를 알았던 사람은 문학평론가라고 생각하고, 또 다른 사람은 수필가로 알고, 또 어떤 사람은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박이문을 총체적으로 알기 위해서는 그가 창조한 저작의 숲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 한 지도가 필요하다. --- p.209

“나는 철학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어요. 개념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적 인식만으로 모든 것을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철학이라는 그물망의 그물코로 빠지는 것들을 수필이나 칼럼으로 썼습니다. 감동과 감각의 세계는 철학으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철학 전후》의 맨 앞에 실린 [철학 전후]라는 글에서 이런 나의 생각을 정리한 바 있는데 ‘철학 전’은 구체적인 삶, 현상, 존재를 말합니다. 그리고 철학이 있고 그다음에 ‘철학 후’가 있는데 철학 후는 과학, 예술, 종교의 세계를 말합니다. ‘철학 후’는 ‘철학 밖’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둥지의 철학’도 포함해서 철학에는 일정한 양식이 있고 결국 골격만 남게 됩니다. 철학의 뼈대 사이에 빈칸으로 남아 있는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 시도 쓰고 수필도 쓰는 겁니다.” --- p.230

“… 대학의 강단철학자들은 선생님이 본격적이고 전문적인 철학자가 아니라 대중을 위한 계몽철학자라고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학문적 독창성이나 엄격성이 부족하고 쉽게 풀어쓰는 철학이라는 평가가 들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왜 철학자들을 위한 전문학술지에 논문을 쓰지 않고 독서 대중을 위한 단행본 출간에 주력하셨는지요?”
“철학자들만이 아니라 대중을 위한 철학서를 썼다고 하지만, 천만에! 나는 단순한 대중철학자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철학, 예술철학, 과학철학 등 하나하나의 저서에 내 독창적인 입장을 밝혔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논문을 쓰면 누가 읽겠어요, 그걸…? 요즈음 학자들이 업적 평가를 위해서 학술지를 자꾸 새로 만들지만 거기에 실린 글들을 자기들끼리도 안 읽는다고요.” --- p.236

2부 하나만의 선택―여러 갈래 길, 박이문의 길
오랫동안 삶의 굴레로 작용해온 인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과 세상을 창조하려는 박이문의 욕구 … 인습을 벗어나 ‘근대적 인간’으로 재탄생한 박이문은 철학적 사유와 시작詩作을 통해 낡고 상투적인 세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삶을 살게 된다. 그는 늘 창조를 통한 흥분되고 숨 막히고 상승하는 삶의 체험을 추구했다. --- p.243

박이문의 삶과 학문세계는 굳은 인습을 깨고 부단한 창조를 지향하는 삶이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욕망, 현실세계에서 느끼는 불만족, 인습의 질곡에서 빠져나오기, 초라한 현실의 논리적인 단편을 넘어서 있는 전체적인 현실에 도달하려는 끝없는 추구, 엄격한 지성의 연마, 정신의 자율성, 근본적인 계시, 세계 또는 우주의 닫힌 문을 열어줄 열쇠 찾기, 예술을 쇄신하고 낡은 카테고리에서 해방시키기, 눈앞의 현실을 재구성하기 위한 꾸준한 노력, 인식과 생명의 혁명이라는 주제들이 그의 젊은 시절의 글 속에 가득 차 있다. --- p.244

1930년생인 박이문은 1961년 서른한 살에 한국을 떠나 프랑스와 미국에서 30년 이상 지적 방랑을 계속하다가 1991년에 예순의 나이로 귀국하여 집필에 몰두한 예외적 삶을 산 인물이다. 성인이 되어 프랑스와 미국에서 30년을 살았지만 그의 삶의 원초적 체험은 일제강점기에 시작하여 해방 후의 혼란기를 거쳐 한국전쟁을 경험하고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으로 이어지는 한국에서 이루어졌다. 유년기의 일제강점기 체험과 청년기의 한국전쟁 체험은 박이문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두 개의 원초적 체험이다. --- p.244∼245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기를 강요하는 창씨개명이 실시되면서 박이문은 일본 이름을 갖고 일본말로 공부하다가 갑자기 해방을 맞이한 일제 체험 세대에 속한다. 해방 이후 학교 교육은 다시 우리말로 돌아왔고 다시 한글을 배워야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박이문은 자연스럽게 다중언어 사용자가 되었다. 한국어와 일본어 위에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영어를 배웠으며 뒤늦게 독일어까지 배워 다섯 개의 언어로 사유하고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로 글을 쓰게 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모국어와 일본어, 청년 시절에는 모국어와 프랑스어, 장년 이후에는 모국어와 영어 등 두 개의 언어 사이에 끼어 살았다. --- p.246∼247

한국전쟁은 그전부터 이미 허무주의자이자 염세주의자였던 그에게 큰 상처를 남겼고, 이후 그에게 상처 치유라는 과제를 남겼다. 그의 시작詩作은 전쟁에서 받은 영혼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기치유의 과정인지도 모른다. … 파울 첼란이 나치하의 경험이라는 악령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를 썼듯이 박이문도 한국전쟁의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를 썼다. --- p.253

2005년 가을 파리, 국제학생기숙사 독일관인 하인리히하이네관에서 열린 박이문 영문 시집 《부서진 말들Broken Words》의 독일어 번역본(《Zerbrochene Woter》) 출판 기념 모임에서 박이문은 한국전쟁 당시를 회상하며 쓴 [전쟁의 기억들War Memories]을 읽으면서 오열했다. 그의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졌고 그의 목소리는 흐느꼈고 얼굴은 붉은색으로 변했다. 나는 박이문이 자신의 감정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심연에 가라앉아 있던 고통이 인생의 만년에, 그가 젊은 시절을 보냈던 파리에서 그렇게 강하게 표출된 것이다. --- p.254

책을 닫으며 죽음을 응시하는 둥지의 철학자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지금도 지적 방랑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는 그의 표현대로 “오랜 지적 방랑의 연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지 적 방랑은 다양한 지리적, 역사적 공간 속에서 이루어졌다. 20세기 전반기에 시작해서 21세기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과 학문은 한국과 일본, 동양과 서양, 프랑스와 미국, 종교와 철학, 철학과 문학, 문학과 예술 사이를 오가며 이루어졌다. 그의 삶은 충청도 아산의 농촌마을에서 시작되어 서울을 거쳐 프랑스 파리에 머무르다가,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서부의 로스앤젤레스와 동부의 보스턴에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포항을 거쳐 일산에 둥지를 튼 지리적 궤적을 그린다. 또한 그는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쳐 정보사회로 이어진 사회변동의 기본 줄기를 직접 체험한 세대에 속한다. 마을에서 시작한 그의 삶은 이제 세계가 하나의 단위가 되어버린 세계화의 시대에 동양과 서양을 아우르는 보편적 가치와 문명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란 ‘도시 아이들urban kids’의 세대가 아니라 농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란 후 도시로 이주하여 ‘고향 잃은 마음homeless mind’을 가지고 살아가는 세대에 속한다. 달리 말하자면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 --- p.313∼314

“이제 그 오래된 ‘앎의 숙제’는 다 푸셨는지요?”
“나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삶의 의미를 물었습니다. 어른이 되면 그런 질문은 끝나야 하는데 아직도 그런 질문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남들이 보면 유치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나는 철학자나 시인 이전에 종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종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반종교적이지만, 삶의 궁극적 의미를 계속 추구하는 사람이 종교인이라면 나는 독실한 종교인입니다.” --- p.317

박이문이 늙음과 죽음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유는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살면서 그런대로 만족할 만한 삶의 궤적을 남긴 오랜 사색의 삶에서 나오는지도 모른다. 노년의 박이문은 아직도 소년같이 감탄할 일이 많고 생각할 것이 많고 쓰고 싶은 것이 많다. 그러나 그는 인간이 죽는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숙명으로 받아들인다. --- p.320

“인생은 누가 지시하고 인도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닙니다. 각자가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면서 만들어가야 합니다. 어차피 한 번밖에 못 사는 인생인데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을 인정해야 합니다. 뭐든지 강제와 강요는 안 됩니다. 나는 남을 훈육하는 일은 못합니다.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신이 없어요. 나를 따르라고 할 자신이 없어요. 그렇게 해야 나를 따르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나는 그렇게 하지를 못합니다. 누구에게라도 자신 있게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온 힘을 다해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예술작품이 되어야 합니다.”
--- p.327∼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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