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산사로 가는 길

산사로 가는 길

리뷰 총점10.0 리뷰 3건 | 판매지수 60
베스트
명상/치유 에세이 top100 5주
정가
15,000
판매가
13,500 (10% 할인)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유료 (도서 15,000원 이상 무료) ?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508g | 153*224*30mm
ISBN13 9788994054896
ISBN10 8994054898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재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2014년까지 현대불교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 비종교인이었던 작가는 신문사에서 일하면서 불교와 가까워졌다. 많은 시간 천년고찰의 산사를 오가며 그 불가적(佛家的) 풍경의 느낌들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재직 중 「박재완 기자의 사찰풍경 1·2」와 「절 속의 문화 읽기」, 「불교 사진 이야기」, 「신 사찰 건축」, 「갤러리 색즉시공」 등을 연재했다. 「박재완 기자의 사찰 풍경 2」와 「절속의 문화읽기」로 2008년과 2010년에 한국불교기자협회가 수여하는 한국불교기자상(사진영상 보도부문)을 수상했다.
2012년 [에세이스트]로 등단했고, 「텅 빈 운동장」으로 2015년 [에세이스트]의 ‘올해의 작품상’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밤새 숲에 묵었던 안개가 아침 햇살에 불려간다. 산새 한 마리가 울어 시간을 깨우고 안개를 털어내는 나무와 풀들로 우주는 비로소 뜻을 가지기 시작했다. 산사의 맑은 방에서 잠을 자고 빈손으로 일어나 뜻 깊은 우주를 본다. 알 길 없는 우주에서 삶이란 눈을 감았다 뜨는 사이. 먼 길을 왔어도 길은 없고, 길이 없이도 마음은 틈만 나면 어딘가를, 어딘가를 다녀온다. 언제 날아갈지 모르는 산새의 날개에 또 하루가 달렸다. --- p.12

꽃 피는 담장 뒤에서 누가 울었을지도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터지는 입 틀어막고 넘치는 눈물 문질러가며 담장 뒤에 앉아 우는 사람이 지금도 있을지 모른다. 꽃이 필 땐 꽃만 보인다. 담장 뒤에서 누가 울어도 모른다. 산꼭대기 새가 우는 건 알아도 꽃 피는 삼월에 우는 사람이 있는 건 아무도 모른다. 산꼭대기 새도 아는 걸 아무도 모른다. --- p.13

마음은 깊은 곳에 있었으면 좋겠고, 마음 깊은 곳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눈빛은 늘 아침 같았으면 좋겠고,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공부는 많이 안 됐어도 게으르지만 않았으면 좋겠고, 할 수 없이 내는 말은 흙이 내는 풀잎 같았으면 좋겠다. 생각은 등불 같았으면 좋겠고, 오늘 생각이 어제 생각보단 밝았으면 좋겠다. 어쩌다 흐르는 눈물은 그 무엇보다 뜨거웠으면 좋겠고, 어쩌다 품은 용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날이 저물어도 급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아침이 와도 당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늘 독백으로 가슴이 뛰었으면 좋겠고, 힘든 고백 뒤엔 부처님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는 게 힘들어도 ‘나’는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고, ‘나’는 힘들어도 나의 ‘자리’는 변함없었으면 좋겠다. 잠든 모습은 절 마당 같았으면 좋겠고, 지나간 하루는 절 마당을 지나간 나무 그림자 같았으면 좋겠다. --- p.18

연못 위에 낙엽이 쌓이고 있었다. 상왕산 개심사. 가을을 보러 온 사람들이 연못을 지날 때마다 낙엽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내려와 잠겼다. 떨어진 낙엽 위엔 앙상해진 나뭇가지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고, 멀리서 울던 산새는 가지를 옮겨 앉았다. 가을엔 자연도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연못에 떨어진 낙엽은 떠나온 가지를 볼 수 있었고, 가지를 옮겨 앉은 산새의 눈엔 떠나온 숲이 보였다. 자연도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다. 어느 해 가을, 개심사 연못은 시를 써낸 눈동자처럼 깊었고, 쌓이는 낙엽 사이로 하늘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도 자신을 바라보는 가을. 우리도 이 가을, 한 번쯤은 우리를 진지하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 p.29쪽

절, 중생과 부처 사이에 있는 절. 나는 한 달에 두어 번 절에 간다. 대부분 오래된 산사에 간다. 불교계 신문사에서 사진기자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사의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으러 간다. 그렇게 산사에 머물면서 사진을 찍고 있으면 그 오래된 풍경들이 문명의 공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우수를 맛볼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 깊은 우수는 다름 아닌 ‘나’라는 걸 산사에 다니면서 알게 됐다. 삶이 힘들면 힘들수록 들여다보고 싶어지는 ‘나.’ 그런 나를 산사에 가면 조금씩이라도 볼 수가 있다. 오래된 풍경 속에는 그런 힘이 있다. 그리고 이제 그 오래된 풍경이 나에겐 종교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나를 생각게 하는 그 무엇, 그것이 각자의 종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 p.76쪽

책을 덮고 나니 그 시절이 떠올랐다. 책을 버리던 시절. 책이 아직 그 시절을 쥐고 있었다. 세월은 사라졌지만 ‘시절’은 그렇지 않았다. 그 시절을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는 한 ‘시절’은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마흔여섯의 어느 가을밤에 읽은 책 한 권은 열 줄의 글을 쓰게 했다. 그리고 그 책 속에는 잊지 못할 작은 제목이 있었다. 한 장 한 장 읽어가야 하는 책은 하루하루 살아가야 하는 인생과 닮았다. 한 권의 책이 있기까지 작은 제목들이 있듯이 우리의 인생에도 작은 제목들이 있다. 그 제목은 사라지지 않는 시절 앞에 붙어 있다. 버려진 책 속에, 다시 주워온 책 속에 그 시절의 제목이 있었다. --- p.83쪽

초등학교 5학년 1학기가 끝나는 여름방학식 날이었다. 종례 시간에 선생님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부르며 성적표를 나눠주었다. 나의 성적표엔 ‘수’가 없었다. ‘우’ 몇 개와 ‘미’ 몇 개, 그리고 없던 ‘양’도 하나 보였다. 그동안의 성적표도 크게 다를 것이 없었지만 그날의 성적은 너무 초라했고,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왠지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식에게 부모란 돌아서 갈 수 없는, 어떤 ‘길목’ 같다. 존재 자체가 들고 있는 회초리인 것이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민’이란 걸 했던 것 같다. --- p.85쪽

어두운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정막이 어둠의 순도를 높여갔다. 짙어가는 어둠과 함께 두려움도 배가 됐다. 정막을 깨뜨리며 칼바람이 지나가면 그 뒤를 마른 낙엽들이 바스락거리며 쫓아갔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낙엽들의 그 가벼운 음향이 나를 떨게 했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 그 작은 소리에 쉰 살을 바라보는 남자가 무서워서 떨다니. 나는 움츠러들며 나의 뒤로, 또 나의 뒤로 숨고 또 숨었다. 나는 무서워서 어린아이처럼 덜덜 떨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길이, 아무도 없는 세상에 혼자 서 있는 것이, 무서웠다. 사나운 짐승, 나쁜 사람 그리고 세상에 없다고 믿었던 것들이 모두 그 두려움 위로 출몰했다. 낙엽 위를 걷는 나의 발소리조차 무서웠다. 한없이 우스워져가는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잠자리에 오줌을 싸고 아침에 일어나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아이처럼 나는 ‘나’를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어이없는 ‘나’는 사실이었다. 어둠은 나에게 나의 액면을 보게 했다. 어둠은 모든 것을 지웠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것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어둠은 밖으로, 밖으로 향하는 모든 존재들의 시선을 안으로, 안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유한의 존재들이 ‘시간’에 무릎을 꿇듯, 어둠 속에 서 있는 모든 존재들은 ‘어둠’이라는 제단 위에 놓여 있었다.
--- p.114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1건) 회원리뷰 이동

한줄평 (2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2,500원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3,5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