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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 블랙잭 1

BAR 블랙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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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410g | 130*190*21mm
ISBN13 9791104907357
ISBN10 1104907356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아! 망할 놈의 세상.”
윤서는 술에 잔뜩 취한 채로 밤거리를 걸었다.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지만 그런 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렵게 취직한 회사에서 그녀는 오늘 잘렸다. 그것도 자신의
잘못 때문이면 억울하지도 않았다. 개 같은 과장 놈의 잘못을 자신이 몽땅 뒤집어쓰고 한마디 변명할 기회도 가지지 못한 채 5년을 다니던 직장에서 통보도 없이 쫓겨났다는 사실에, 그녀는 세상을 향해 원망을 쏟아대고 싶은 심정이었다. 당장 이번 달 월세와 생활비를 생각하자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 젠장! 어쩌라고!”
윤서가 절규하는 소리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지방에서 서울로 취직을 하러 올라온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나눌 변변한 친구도 없었다. 그나마 사정을 아는 직장 동료들도 자신들까지 해고당할까 봐 그녀를 외면하기에 바빴다. 열다섯 살에 집을 나와 세상의 단맛, 쓴맛을 다 보고 겨우 마음을 잡고 대안 학교를 졸업한 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보리라 마음먹고 들어갔던 회사는 이런 식으로 그녀의 등에 칼을 꽂았다.
“나쁜 새끼들, 다 죽어버려라.”
길을 계속 헤매던 윤서는 발이 아파 어딘지도 모르는 뒷골목의 전봇대 아래에 쭈그려 앉았다. 초겨울의 새벽 공기가 차가웠지만 그녀는 취기와 피로 때문에 다리를 두 손으로 껴안고 앉은 채로 잠이 들고 말았다.

“오늘도 고생들 많았어! 다들 들어가 봐.”
히가시는 오토바이 헬멧을 집어 들고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뒷문으로 나갔다.
눈빛이 날카로운 데다가 반삭을 한 그는 잘생기기는 했지만 무표정한 얼굴은 위협적이고 차가운 인상이었다. 심지어 그의 오른쪽 귀에는 피어싱이 귓바퀴를 따라 족히 7개는 넘게 박혀 있었고, 콧방울에도 피어싱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면 여자들은 순식간에 그의 매력에 빠져들곤 했다. 초겨울의 추위 탓에 그는 목에 털이 달린 가죽 재킷에 가죽 바지 차림이었다.
바 블랙잭의 영업 종료 시간인 새벽 5시의 거리는 아직도 껌껌하고 어두웠다. 뒷문으로 나가서 바이크 쪽으로 향하던 그의 눈이 전봇대 아래에 있는 낯선 무언가로 향했다. 쓰레기 봉지일 거라고 생각했던 그것은 전봇대 아래서 쪼그려 앉아 자고 있는 여자였다. 바텐더라는 직업 특성상 그는 술 취한 여자들은 지겨울 정도로 매일 보고 있었다. 여자를 놔두고 등을 돌린 그의 귀에 그녀가 뭐라고 잠꼬대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 양아치 아니거든, 가출하면 다 양아치냐.”
그는 ‘양아치’라는 단어에 발을 멈췄다.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나쁜 짓 안 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그런데 나를 잘라? 개놈들.”
흐느끼는 소리에 히가시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고 여자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는 전봇대 아래에 쪼그려 앉은 여자의 발을 신발 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이거 봐요. 일어나서 집에 가요.”
그는 여자가 잠꼬대하는 걸 보고 술이 다 깼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던 듯 여자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는 쪼그려 앉아 그녀의 어깨를 흔들었다.
“일어나서 집에 가요! 집이 어디예요?”
허벅지에 고개를 묻은 여자는 일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히가시는 여자가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가늠이 되지 않아 그녀의 머리 쪽으로 얼굴을 가져갔다. 그때 갑자기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윤서는 잠결에 누군가가 자신의 어깨를 흔들어대는 걸 느꼈다. 그 바람에 잠은 웬만큼 깼지만 이런 모습을 보인 게 창피하기도 했고 말도 하기 싫었기 때문에, 앞에 있는 사람이 빨리 자리를
뜨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주위가 조용해졌다. 그녀는 자신을 깨우던 사람이 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생판 모르는 남자의 얼굴이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끼야야야야야!”
그녀는 괴성을 지르며 남자의 뺨에 손을 날렸다. 어찌나 세게 쳤던지 ‘짝’ 하는 소리와 동시에 남자의 얼굴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야! 너 뭐야! 나한테 뭔 짓을 하려고 그랬어!”
가출했을 때의 노숙 경험 때문에 윤서는 본능적으로 몸을 벌떡 일으키고 남자를 걷어찰 준비를 했다. 그때 남자가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며 몸을 일으켰다.
“이 여자가…….”
일어나자 그는 윤서보다 머리가 하나는 더 있었다. 게다가 인상도 조폭 뺨치게 더러웠다. 그의 차림새를 본 윤서는 자신이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도와주려고 했더니 뺨을 때려?”
“아니…… 저 그게 아니고…… 그쪽이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니까 놀라서…….”
남자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침 안에 피가 엉켜 있는 게 보였다. 그의 뺨은 순식간에 빨갛게 부어올랐고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이 새벽의 어스름 속에서도 똑똑하게 보였다.
“경찰서 가야 되겠네.”
“아니…… 저…… 그냥 말로 해결을 보시면…….”
“지금 장난해? 얼굴 팔아먹고 사는 사람의 얼굴을 이렇게 해놨는데 말로 해결을 보자고?”
“아니 그렇지만…….”
“경찰서 가자고!”
남자가 자신의 손목을 그러잡자 윤서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보호 관찰 대상이었던 그녀가 경찰서에 가면 어떤 취급을 당할지는 안 봐도 뻔했다. 윤서는 마음을 잡은 이후 되도록이면 경찰서를 드나들지 않도록, 사건사고와는 무관한 모범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걸 한 순간의 실수로 무너뜨리기도 싫었고, 눈앞에 있는 양아치 같은 남자 앞에서 자신의 과거가 까발려지는 것도 원치 않았다.
“하란 대로 할게요! 제발 경찰서만은!”
윤서의 애원에 남자의 입꼬리 한쪽이 비웃듯 올라갔다.
“하란 대로 한다고?”
남자는 윤서를 위아래로 쭉 훑어봤다.
“발육부진이네.”
“야!”
윤서가 소리를 지르자 남자의 인상이 다시 싸늘해졌다.
“경찰서 갈까?”
결국 윤서는 겁먹은 개처럼 꼬리를 말 수밖에 없었다.
“경찰서 안 가려면 돈으로 합의를 봐야 되는데, 돈 있어?”
“돈…… 없어요.”
한 달 벌어서 한 달 먹고 살기에도 빠듯했던 그녀에게 합의금으로 낼 만한 돈이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윤서는 오늘 직장에서 잘린 백수였다.
“그럼 뭘 어떻게 한다는 거지?”
“돈 이외에 할 수 있는 건 다…….”
윤서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남자는 어이가 없는 얼굴을 했다.
“너 지갑하고 핸드폰 좀 내놔봐.”
“왜…….”
‘요’라는 뒷말은 남자가 험악한 얼굴로 쏘아보자 입안으로 쏙 들어가고 말았다. 윤서가 가방을 뒤져 지갑과 핸드폰을 내밀자 그는 지갑 안에 있던 신분증과 폰을 가져갔다.
“아니 그건…….”
윤서의 말에 그가 바지 뒷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우리 가게 명함이야. 신분증하고 폰 돌려받고 싶으면 오늘 낮에 여기로 찾아와.”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잖아요.”
윤서가 항의하자 남자는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네가 누구고 어디로 튈 줄 알고 아무것도 안 받아놔? 신분증은 몰라도 폰 돌려받고 싶으면 오겠지. 그럼 늦지 말고 와.”
그녀가 받은 검은색의 명함 위에는 은색 글씨로 ‘Bar 블랙잭, 바텐더 히가시’라고 적혀 있었다.
“그럼, 낮에 보자.”
히가시는 오토바이에 올라타 헬멧을 썼다. 그가 탄 두카티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새벽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윤서는 그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양아치 놈아! 오늘 신세는 꼭 갚아주마!”
그녀는 씩씩거리며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아침이 밝아오는 거리는 초겨울 새벽의 어스름이 서서히 걷혀가고 있었다.
(중략)
블랙잭의 바텐더인 료는 귀에 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가게로 향하는 중이었다. 갈색 머리가 그의 앳되고 귀여운 얼굴과 잘 어울렸다. 얼핏 보면 170㎝ 초반의 키와 동안인 얼굴
때문에 고등학생처럼 보였지만 그의 나이는 스물세 살이었다. 바 앞에 도착하니 그의 눈에 계단에 앉아 있는 여자가 보였다. 깡마른 여자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손에 죽집 봉투를 쥔 채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료는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계단을 올랐다. 그때 그 여자가 뭐라고 말을 걸었다.
“뭐라고요?”
헤드폰을 벗자 그제야 그 여자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근처에 블랙잭이라는 가게가 어디 있는지 아시냐고요.”
“블랙잭이요? 이 건물 지하인데?”
료가 손가락으로 아래를 가리키자 여자는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무슨 가게가 간판도 없어!”
“여긴 원래 간판이 없어요. 일반인들 상대로 장사하는 데가 아니거든요.”
“네?”
료의 대답에 그녀는 당황한 듯했다.
“여긴 회원제 바예요. 회원만 출입할 수 있는 바요. 그런데 블랙잭에 무슨 일이에요?”
윤서는 대답 대신 뒷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내 료에게 건넸다. 료는 뜻밖이라는 얼굴로 윤서와 명함을 번갈아 보았다.
“히가시 형 명함이네! 이걸 그쪽이 어떻게 가지고 있어요?”
“오늘 새벽에 이 양아…… 아니 이분하고 일이 좀 있었어요. 낮에 여기로 찾아오라고 명함을 한 장 주시더라고요.”
료는 뭔가 흥미로운 걸 발견한 듯 눈을 빛냈다.
“따라와요. 날이 추우니까 일단 들어가서 기다려요.”
갈색 머리 남자를 따라 지하로 내려가자 거기에는 지옥의 입구처럼 시커먼 색으로 칠해진 커다란 철문이 버티고 있었다.
철문이 열리자 그곳은 별천지였다. 들어가는 입구의 유리문에는 스페이드 A와 J카드가 겹쳐진 모습이 크게 새겨져 있었고 가게의 내부는 온통 검은색이었다. 입구의 데스크를 지나 왼쪽으로 들어가자 바닥부터 천장까지 반짝이는 펄이 들어간 대리석으로 치장된 내부가 보였다. 오른쪽으로는 온갖 종류의 리큐르와 술이 보관되어 있는 바가, 왼쪽의 홀에는 흰색과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모던한 스타일의 탁자와 의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중앙 뒤쪽으로 검은색 유리에 금색으로 스페이드 A와 J가 장식되어 있는 문이 하나 더 보였다.
남자가 바 안으로 들어가 뭔가 스위치를 누르자 금색의 불빛이 바닥에서부터 올라와 바 안을 은은하게 비추었다. 생전 처음 보는 고급스러운 광경에 윤서는 입을 벌렸다. 이곳은 자신이 다니던 맥주집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곳이었다.
“뭐 좀 마실래요?”
가방과 외투를 벗은 갈색 머리의 남자가 컵을 꺼내며 물었다.
“아…… 아뇨.”
“돈 안 받을 테니까 걱정 마요. 히가시 형 손님인 것 같은데.”
료가 생글거리며 웃자 윤서는 긴장했던 마음이 조금 풀렸다.
“그럼 물 한 잔…….”
“기다려요.”
료는 스파클링 워터의 뚜껑을 따 컵과 함께 내밀었다. 그때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등장한 이는 바로 이 바의 주인 히가시였다.
“형! 무슨 일이야!”
료는 바에서 나와 놀란 얼굴로 히가시에게 달려갔다. 왼쪽 볼에 반창고를 붙인 히가시를 본 윤서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괜찮아.”
그는 료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윤서에게 곧바로 다가왔다. 윤서는 그를 똑바로 보지도 못하고 사자 앞의 가젤처럼 움츠러들었다.
“왔네. 안 오고 딴 데로 토낄 줄 알았더니.”
“전화를 가져갔는데 찾으러는 와야죠.”
“내 얼굴 보이지?”
윤서가 겨우 고개를 들자 그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병원 갔는데 전치 7주래.”
“무슨!”
윤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그의 눈이 그녀를 위협하듯 가늘어졌다.
“진단서 떼서 경찰서 갈까?”
“아니…… 제발…… 그것만은…….”
그녀의 목소리가 기어들어가자 히가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히가시는 바에 오기 전 전화했던 대로 시형의 병원을 찾았었다. 어디서 얻어터졌느냐며 혀를 차던 시형이 치료를 해주곤 이 정도면 전치 3-4주 감이라 했었다. 히가시는 반창고까지는 필요없다는 시형에게 나중에 가게에 오면 뭐든 달라는 대로 주겠다는 말로 그를 꼬셔 얼굴에 떡하니 반창고를 붙였다. 그러곤 전치 7주가 나왔다며 상태를 더 부풀렸다. 여자의 반응을 보니 역시 이러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다.
윤서는 그의 멱살을 잡고 싶었지만 처지가 처지인지라 화를 겨우 삭이며 심호흡을 했다.
“너 직장에서 잘렸냐?”
“그걸 어떻게…….”
“너 주방에서 일해본 경험 있어?”
“네?”
“내가 시키는 건 다 한다며.”
“그래…… 서요?”
“일해서 갚으라고.”
“네?”
“발육부진인 네 몸매랑 얼굴로 얼굴마담 하기는 글렀고, 힘은 센 것 같더구만. 주방에서 일하면 딱 맞겠어.”
윤서는 히가시의 말에 심사가 꼬였다.
그런 그녀를 아랑곳하지 않고 히가시는 료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주방에서 일하던 애가 그만뒀지?”
“응.”
“잘됐네.”
그는 다시 윤서를 돌아보았다.
“그럼 지금 당장 주방으로 가서 설거지부터 해. 알았어?”
“형, 이게 무슨 일이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인 료를 향해 히가시는 입꼬리를 올려 히죽거리며 웃었다.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든 분이 이분이셔.”
“응?”
“이분이 보기보다 힘이 세시더라고.”
윤서는 낄낄거리는 히가시의 웃음 소리를 들으며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그래서 얼마나 일하면 되나요?”
그녀가 전의에 불타는 눈빛으로 고개를 들자 히가시는 생각을 하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치료비가 대략 백만 원에, 정신적 피해보상이랑 이것저것 하면…….”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히가시는 손가락을 쫙 펼쳐 윤서의 얼굴 앞에 내밀었다.
”오십만 원이요?”
“아니, 오백만 원.”
“야! 이 날도둑놈…….”
“대신 내가 너를 정식으로 고용하고 월급을 줄게.”
윤서는 순간 그가 하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잠시 동안 멍하니 눈을 깜빡거렸다.
“공짜로 부려 먹겠다는 게 아니라 월급도 주고 거기서 돈을 조금씩 깐다고.”
“네?”
“단 오늘 일하는 거 봐서, 일 못하면 공짜로 부려먹을 거야.”
그의 제안에 윤서는 급 공손한 마음이 됐다. 양아치 같던 그에게서 후광이 비치는 듯했고 쭉 찢어진 뱀 같은 눈도 한없이 자비로워 보였다. 윤서는 지금 똥이고 된장이고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당장 이번 달부터 살길이 막막했던 그녀는 그의 제안이 마치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가던 자신에게 누군가가 던져준 튜브처럼 느껴졌다.
“감…… 감사합니다.”
“너 주방일 잘해?”
“이래봬도 접시 닦기 알바 경력 있어요.”
그녀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가출했던 때, 윤서는 돈을 벌기 위해 도둑질과 몸 파는 일을 빼고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었다.
한결 공손해진 태도에 히가시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중략)
바의 뒷문으로 나와 쓰레기를 버린 윤서는 잠시 숨을 돌렸다. 민호가 시킨 대로 거의 몇 박스의 과일을 씻은 데다가, 사과를 일일이 4등분으로 쪼개서 설탕과 소금을 섞은 물에 담가놓느라 어깨가 빠질 지경이었다.
“이 가게는 성질 더러운 인간들 집합소인가, 젠장.”
그때 누군가가 뒷문을 열고 나왔다. 윤서가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긴 머리의 엄청난 미인이 담배를 입에 물고 서 있었다. 긴 머리는 거의 허리까지 내려왔고, 하얀 얼굴에 오목조목한 이목구비는 마치 도자기 인형처럼 예뻤다. 윤서를 발견한 그녀는 개의치 않으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녀에게 말을 걸기도,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뭐해서 윤서는 슬금슬금 문 쪽으로 다가갔다. 이윽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운 그녀가 윤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쪽이…… 오늘 새로 들어온 주방 보조?”
“네, 맞는데요.”
왠지 모를 분위기에 위축된 윤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담배를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천천히 윤서를 향해 다가왔다.
“반가워요. 나는 블랙잭의 바텐더 주인영이야.”
그녀는 윤서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아, 저는…… 지윤서라고…….”
“가게에 여직원은 우리 둘뿐이야. 잘 지내봐요.”
“네네, 감사합니다.”
윤서는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허리를 숙였다. 인영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는 사람이네.”
“네?”
“그럼 나중에 또 봐요.”
인영은 검지를 탁탁 털어서 담뱃불을 끄고는 꽁초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나 먼저 들어갈게요.”
인영이 먼저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윤서도 그 뒤를 따라가려던 찰나, 등 뒤쪽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렸다. 윤서는 쎄한 느낌에 일부러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문을 열었다. 그녀의 짐작대로 아니나 다를까 등 뒤에서 히가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 발육부진! 일하는 첫날부터 농땡이인가?”
“농땡이가 아니라 쓰레기 버리러 나왔거든요!”
윤서는 고개를 돌려 히가시를 쏘아보았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히가시는 반창고 없이 멀쩡한 얼굴로 윤서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 저 얼굴이…….”
히가시는 놀리듯 ‘훗’ 하는 소리를 내며 웃었다.
“뭘 그리 놀라?”
“아니, 얼굴이 멀쩡해지셔서…….”
“왜, 또 따귀 때리고 싶어?”
히가시가 장난을 치듯 빙글거리자 윤서는 주먹을 꼭 쥐었다.
“어이쿠, 한대 치겠네.”
“사장님이 지금 제 성질을 건드리고 있잖아요.”
“그나저나 오늘밤은 여기서 자지 말라고.”
히가시가 밉살맞은 얼굴로 웃으며 윤서를 지나쳐 뒷문을 열었다.
“쓰레기장은 침실이 아니야.”
그가 문을 닫고 들어가자 윤서는 바닥에 굴러다니던 음료수 캔을 집어 문 쪽으로 힘껏 던졌다.
“야! 이 양아치야! 언젠간 내가 꼭 백배로 갚아준다!”
그녀는 씩씩거리며 주먹을 꼭 쥐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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