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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스웨터

하얀 스웨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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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7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7쪽 | 388g | 153*224*20mm
ISBN13 9788991699373
ISBN10 8991699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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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윤행순
1996년 [문학공간] 신인상을 수상하여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 한라대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서귀포 신문 『문필봉』의 필진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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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기만 하던 눈이 큰 아이가 있었다. 그때는 준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이였다. 눈이 큰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친구가 가지고 있으면 주라 하였고 그 말을 들은 친구는 망설이지 않고 가진 것을 모두 내 주었다.

어느 한겨울의 오후였던 것 같다.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코끝을 스치는 바람은 무척이나 메웠다. 친구는 상아빛깔이 도는 하얀 스웨터를 입고 학교에 왔다. 얼음 덩어리 위에 앉아 있어도, 살을 엘 듯한 추운 겨울의 차가운 바람도 피해갈 것만 같은 포근함이 느껴지는 스웨터를 보는 순간, 눈이 큰 아이는 하얀 털옷이 입고 싶어졌다. 스웨터의 뽀송뽀송한 감촉이 좋았으며 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올라오는 운무 같은 하얀 수증기처럼 따뜻해서 오랫동안 그 옷을 손에 잡고 있었다. 눈이 큰 아이가 그 옷을 입고 싶다고 말했을 때 친구는 입었던 옷을 바로 벗어주면서 다시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였다.

그 날 이후로 스웨터를 받은 눈이 큰 아이는 친구에게 늘 미안하고 그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한다. 그것을 대신할 수 있는 포근하고 따스한 것을 눈이 큰 아이는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받은 것을 갚을 길이 없는 눈이 큰 아이는 언젠가 자신도 친구의 마음처럼 가장 소중하고 아끼는 것을 서슴없이 줄 날이 있겠지 하며 살았다.

지금, 스웨터를 받았던 눈이 큰 아이는 친구에게 줄 것이 생겼다며 기뻐한다.
예전에 받았던 스웨터만큼 값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그녀가 힘들어할 때마다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단다.
거래로 이루어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서로 주고 갚아버리면 아주 깨끗하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할지는 모르지만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빚은 어떠한 것으로도 설명되어질 수 없다. 또한 사람의 말로 설명이 되어서도 안 된다. 화장기 없이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로 창밖을 응시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도 이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사람들과의 우정은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상대방을 위하여 대접을 해 주었으면 다음에는 무리를 하면서라도 내가 대접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받은 사람은 돌려주기 위해 마음의 부담이 되고 준 사람은 받은 것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자꾸 투덜거린다. 투덜거림 속에는 원망과 미워하는 마음, 괜히 대접을 해 주었다는 후회하는 마음이 숨어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아름다운 사람과 관계를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적어도 기다릴 줄은 알아야 한다. 오랜 시간을 참고 기다려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가장 어려운 법인가 보다.
----하얀 스웨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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