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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57분

5시 57분

: 허윤진 비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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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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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7년 08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37쪽 | 438g | 141*211*30mm
ISBN13 9788932018034
ISBN10 8932018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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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허윤진
허윤진은 1980년생으로,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3년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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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 중에서


꿈과 현실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내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존재로서 언어의 출입국 관리사무소를 반복해서 통과할 때, 나의 헛걸음은 개인적인 몽상과 반역의 차원의 지나 어느새 사회적인 소통의 차원으로 향해 간다. 흰색과 푸른색과 검은색이 아무렇게나 염색된 얼룩덜룩한 옷을 입고, 모든 언어의 체계를 뒤섞어 이해와 오해의 어디쯤엔가 위치한 말을 하면서, 당신의 꿈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가고 있는 무국적, 무시간 여행자와 혹시 마주치게 된다면, 부디 그녀에게 가벼운 인사를 건네주시길. 그녀의 따스한 포옹이 당신을 치유하고, 그녀가 당신의 번역 불가능한 꿈을 조금쯤은 필사해줄지 모를 일이니. 부디 그녀의 문장을 조금쯤은 유심히 들어주시라.

■ 「에필로그」 중에서

새벽 5시 57분은 나에게, 고통스러운 꿈보다 현실이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기 바로 직전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혼자만의 꿈에서 깨어나 타인들과 함께하는 현실의 기나긴 복도로 걸어가는 나를 본다. 그 복도의 끝에서 마주치는 것이 우리의 상처와 고통이라 할지라도, 나는 끝까지 걸어갈 것이다. 타인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내가 윤리적으로 실패했음을 스스로 목격하고, 스스로 그 사건을 증언할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완벽한 착각이며 오만이다. 다만 나는 타인이 나에게 전한 말을 영원히 기억함으로써 늘 그녀의 말을 내 안에 품을 것이다. 내 안의 시간은 매일 새벽 5시 57분에 멈춰 설 것이고, 나의 몸은 정지한 채로 그녀의 말을 해산(解産)할 것이다. 그 말이 법을 넘어선 진실에 가 닿을 때, 비로소 나는 타인의 고통과 근심에 귀 기울이고 그녀와 교감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비평은 새벽 5시 57분의 언어로서 자라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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