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론이 지적 측면에서 충분히 가치 있는 것임에도, 그 연구는 처음에는 혼란과 불확실성에 빠지고, 좌절과 의문으로 이어진다. 이번 제2판은 학생들에게 사회현실에 대한 현대적 분석을 틀 지우고 있는 방대한 접근방법과 분석틀을 정돈하여 하나의 길잡이를 제공하고, 전문가들에게는 현재의 성과와 문제점들을 논리적으로 평가해준다. 이 책은 광범위한 사회이론의 현 상태를 개관하기는 하지만, 또한 학생들에게 특정 분야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참고문헌들은 현대문헌들로 인도한다.(중략)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책은 문헌을 통해 무덤덤하고 중립적이기보다는 규정적이고 비판적인 길을 학생들에게 제시하고자 한다. --- pp.5-6, 머리말 중에서
디지털문화의 성장에 따른 미디어의 변화는 근대사회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사회학자들은 그러한 변화를 연구해야 하는 거역할 수 없는 의무를 지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지금까지 그러한 변화들을 분석해온 방식들이 유용하지도 타당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의 논지는 고전사회학의 연구의제들이 현대사회이론 및 현대사회생활의 이해에 여전히 적실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베버의 사회학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적 조건들의 독특한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분명 우리 시대의 그 같은 특이성은 몸과 사회의 관계, 성정체성의 변화, 문화·정보체계의 확장, 통신과 교환의 지구화, 문화에 의한 경제의 변화 등과 같은 근본적 변화에 의해 규정된다. --- p.11, 머리말 중에서
사회이론은 그 형성기 및 고전 단계, 즉 대략 16세기 초에서 20세기 초반까지는 사회의 등장에 대한 하나의 반응이었다. 그 이전 시기에는 친족, 경제적·군사적 기능, 국가 또는 종교적 결속과 구분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영역이라는 의미에서의 ‘사회’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았다. 초기 사회이론가들에게 사회적인 것의 등장은 근대성을 규정짓는 특징으로, 연구와 성찰의 독특한 대상을 이루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회이론은 사적 세계와 국가를 매개하는 영역으로 이해되어온 ‘사회적인 것’에 대한 해석이다. --- pp.51-52, 제1장 사회이론의 토대: 기원과 궤적 중에서
19세기 후반 유럽문화의 산물로 탄생한 정신분석학은 20세기 사상에 매우 심대한 영향을 미쳐왔다. 프로이트(Freud)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정교화된 정신분석학은 사회·정치이론가들과 문학·문화비평가들 및 페미니스트와 포스트모더니스트들에 의해 열광적으로 수용되어왔다. 이는 이 이론이 지니고 있는 풍부한 이론적 시사성과 현대의 문화적 불안상태에 대한 유력한 진단에 기인한다. 비록 이 관점이 많은 지적 토론과 논쟁의 초점이 되어왔지만, 사회이론에서 정신분석학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주 구체적인 영역, 특히 오늘날 주요 논쟁의 대상인 인간의 주체성, 섹슈얼리티, 젠더배열, 문화정치 같은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 pp.231-232, 제5장 정신분석학과 사회이론 중에서
우리가 처한 탈식민적 조건하에서, 진부한 말들은 점점 더 의심받게 되었고, 한때 분명하게 구분되었던 분과학문들 간의 경계가 점점 더 흐려졌다. 현재는 많은 인류학자들이 이미 내린 다음과 같은 결론에 적지 않은 사회이론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다름은 더 이상 원시적인 것 대 근대적인 것의 문제가 아니다. 즉 타자는 이제 그 자체로 하나의 근대이다. --- p.416, 제9장 인류학과 사회이론 중에서
‘현상학’이라는 용어는 그리스어 phainomenon에서 유래한 말로, ‘현상(phenomena)의 연구’를 뜻한다. 여기서 현상은 나타나는 것(the appearing) 또는 의미 있는 관념과 지식으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어떤 것을 의미한다. 칸트(Kant), 피히테(Fichte), 그리고 헤겔(Hegel) 모두가 자신들의 저작 속에서 그 말을 포함하여 그러한 관념을 사용했지만, 가장 일반적이고 현대에 알려진 의미의 현상학을 확립한 것은 후설(Husserl)이다. (중략) 현상학은 20세기의 새로운 철학으로, 분석철학에 대한 유일한 생명력 있는 대안으로, 하나의 철학적 전통으로, 하나의 학파이자 패러다임이자 인식론적인 입장 또는 담론으로, 그리고 세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방법론적인 사유의 일반 정향이나 양식으로 여겨져 왔다. --- p.454, 제10장 현상학과 사회학 중에서
페미니즘 이론은 학문의 장 내에서 자신들의 지식을 인정해줄 것을 요구할 권리라는 측면에서 특권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풀뿌리 페미니즘, 즉 운동페미니즘은 이론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 때문에 약간은 더 경계 받아왔다. 이론가들은 엘리트주의, 난해주의, 대중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전문가들끼리의 응대태도로 인해, 간단히 말해 상?적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 종종 비난을 받아왔다. 학문으로서의 페미니즘(feminist scholarship)은, 부르디외(Bourdieu, 1990)가 묘사한 학문의 장 및 여타의 장을 특징짓는 관행에 때때로 우리가 생각하고 기대하는 것보다 더 근접해 있다. --- p.501, 제11장 물결 페미니즘 중에서
1990년대의 페미니즘 이론은 후기구조주의 및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페미니즘을 이끈 사회이론에서 일어난 ‘언어학적 전환’과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전개는 많은 점에서 풀뿌리 페미니즘과 강단 페미니즘 간의 간격을 심화시켜왔다. 그러나 여기 두 개의 장을 통해 나는 이러한 전환을 관통하는 연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즉 1990년대의 페미니즘은 1970년대의 페미니즘 위에서 구축되었다. 그리고 초기의 페미니즘을 곤경에 빠뜨렸고 또 후기 페미니즘이 [낸시 프레이저(Fraser, 1997)의 표현으로] “술책을 써서 처리했다”고 주장하는 많은 난점들이 여전히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 p.502, 제11장 물결 페미니즘 중에서
대부분의 사회과학적 설명들은 시간이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적이며, 따라서 자연의 시간과는 구분되고 대립된다고 전제해왔다. 뒤르켕(Durkheim, 1968)은 종교생활의 기본형태(The Elementary Forms of the Religious Life)에서 오직 인간만이 시간 개념을 가지며, 인간사회의 시간은 추상적이고 비인격적인 것이지 단순히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 비인격성은 사회적으로 조직된다. 이것이 바로 뒤르켕이 ‘사회적 시간(social time)’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따라서 시간은 ‘사회적 제도(social institution)’이며, 시간의 범주는 자연적이 아니라 사회적이다. --- p.687, 제15장 시간과 공간의 사회학 중에서
몸은 20년 전 아니 10년 전만 해도 20세기 사회과학에서, 특히 현대문화의 사회학에서 체계적으로 그리고 철저하게 무시되었던 주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이르러 몸을 사회이론의 하나의 구성요소로 설정하고 또한 몸을 현대정치와 문화의 주요 문제 중의 하나로 인식한 책들이 소수 출간되기 시작했다. 몸의 사회학에 대한 관심이 부상하게 된 사회적 배경으로는 페미니즘과 여성운동의 정치적·사회적 영향, 체외수정이라는 새로운 의학기술을 둘러싼 복잡한 법적·윤리적 문제, 가상현실 기술의 발전, 군사적 및 산업적 목적을 위한 사이보그 이용의 증대, 그리고 소비문화에서의 몸의 미학의 발전을 들 수 있다.
--- pp.783-784, 제 17장 몸의 사회학: 전반적 개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