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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반하던 순간

그녀에게 반하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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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5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396g | 130*190*18mm
ISBN13 9791159604089
ISBN10 115960408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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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희진
출간작으로 《사랑느낌》, 《결혼의 조건》, 《시원의 선택》, 《아름다운 구속》, 《이상형 따라잡기》, 《사랑공식》, 《사업적 관계》, 《여명지애》, 《그대 마음을 똑똑!》이 있으며, 이북 출간작으로 《첫사랑》, 《널 사랑하는 건》, 《애인이 되어 주실래요?》, 《사랑의 출발선》, 《행복 충전소》, 《Once More》, 《Loveship!》, 출간 예정작 《Nice Body》(가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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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돌아오던 재욱의 눈에 회사 건물 앞 광장에 서 있는 한 여자가 보였다. 아니, 그 여자와 얘기 중인 김 이사가 먼저 보였다고 해야 되나?
김 이사가 처음 보는 젊은 여자에게 저리 친근하게 웃는 걸 보니 호기심이 생겼고, 무엇보다 분명 처음 보는 여자인데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는다는 게 더욱 궁금증을 자극했다.
백팩을 메고 헐렁한 흰색 셔츠에 연푸른 데님 스키니를 입은 여자는 화장기 없는 맨얼굴인 게 20대 초반의 대학생처럼 보였다. 최근에 만난 여자 중 대학생은 없는데 대체 어디에서 본 건지 기억을 더듬을 때였다.
그녀가 종이봉투 하나를 김 이사에게 건네고 꾸벅 인사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재욱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던 그녀와 그쪽으로 다가가던 재욱의 눈이 마주쳤고 그 순간 그녀를 어디에서 봤는지가 떠올랐다.
170센티는 되어 보이는 큰 키에 늘씬한 몸매, 그리고 저리 생긋 웃는 표정 위로 한 여자가 오버랩 되었다.
2주 전쯤이던가? 집안의 왕래가 잦아 어렸을 때부터 형제처럼 지내다시피 한 절친, 진하와 함께 고등학교 동창 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리버스 호텔에 잠시 들렀을 때 로비에서 봤던 여자.
위험부담 어쩌고 하면서 당당히 돈을 요구하고, 돈 많은 남자를 유혹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굴던 그 여자였다. 그땐 화사한 화장과 드레시한 차림으로 우아한 숙녀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영락없이 순수한 여대생이었다.
재욱이 뚫어질 듯한 시선으로 보자 그녀는 잠깐 멈칫하며 아는 사람인가 싶은 표정으로 고개를 한 번 갸웃하더니 그대로 그를 지나쳐 가 버렸다.
대체 저 여자가 김 이사와는 무슨……?
“어, 전무님. 이제 오십니까?”
그녀의 뒷모습을 찌푸린 눈으로 좇는데 김 이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재욱은 김 이사를 돌아보며 잠시 그를 살피듯 날카로운 눈빛을 던졌다.
넉넉한 풍채에 고급 슈트를 갖춰 입은 김 이사는 딱 봐도 부유해 보이는 신사였다. 혹시나 저 여자가 김 이사를 타겟으로 삼아 상큼한 여대생 코스프레를 하는 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었다.
업무에 있어서는 정확하고 유능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선 굉장히 유한 편이라 불쌍한 사람들을 그냥 못 지나친다는 걸 알기에 더 그랬다.
“전무님?”
재욱의 표정이 심상치 않자 김 이사가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무슨 일이라도……?”
“방금 함께 있던…… 그건 뭡니까?”
대놓고 저 여자 누구냐고 묻기보단 둘 사이에 주고받은 물건이 뭔지부터 아는 게 나을 듯해서 김 이사가 들고 있는 종이봉투를 가리켰다.
“아, 이거요. 오늘 저녁 동창 모임 때 필요한 건데 집에 놓고 와서요.”
집에 놓고 온 걸 그 여자가 가져왔다고?
“그럼 방금 같이 있던 그 여잔…….”
“이 선생님이요? 민지 과외 선생님인데 마침 이 근처 나올 일이 있대서 집사람이 부탁했나 봐요.”
“과외 선생님? 아까 그 여자가 민지 과외 선생님이라고요?”
“예, 그런데 왜…… 우리 선생님 아세요?”
우리 선생님? 그녀를 친근하게 부르는 김 이사의 어투에 재욱의 눈살이 또 찌푸려졌다.
“그 여자가 민지 과외한 지는 얼마나 됐죠?”
“중 1때부터니까 3년째인데, 왜 그러십니까?”
“3년? 최근 시작한 게 아니고?”
“예에,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 건지……?”
“아뇨, 아닙니다. 들어가시죠.”
재욱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으며 먼저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 여자에 대한 궁금증과 혹시나 하는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내내 그 여자에 대해 묻고 싶어 입이 근질거렸다.

김 이사에게 봉투를 전달하고 돌아서 나올 때 마주친 남자를 떠올리며 세영은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런 조각 미남과 안면을 터 본 적이 없는데 그 남자가 자신을 뚫어질 듯 쳐다본 게 이상했던 것이다. 언제 만난 적이 있었던 사람인지 기억을 헤집어 봤지만 도무지 생각나질 않았다.
청회색 슈트를 입고 한쪽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살짝 삐딱하게 선 그 남자의 비주얼은 런웨이의 대미를 장식하는 모델처럼 근사했다.
‘날 아나? 설마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건가? 쉽게 잊힐 얼굴이 아닌데…….’
왜 그리 쳐다보는지, 혹시 날 아는지 물어볼걸 그랬나 싶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 남자의 눈빛엔 호의라기 보단 못마땅함이 잔뜩 묻어 있었던 것이다.
암만 비주얼이 훌륭하더라도 성질 더럽고 무책임한 남자는 질색인지라 세영은 머릿속에서 그를 지워 냈다. 무책임한 건 모르겠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그딴 식으로 쳐다보는 것만 봐도 심사가 고운 남자는 아닐 게 분명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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